(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은 끝났지만) 강철을 두른 노래와 가수들 원고의 나열


수많은 지역 축제가 1년 달력을 빼곡하게 메운다. 10월에는 국내 유일의 철강 예술 축전인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지역 축제 스케줄의 한 부분을 담당 중이다. 제철공업이 집중된 포항의 특색을 선전해 주는 행사로서 경상북도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에서 10월 30일까지 개최된다.

대중음악, 특히 팝에도 철강을 소재로 한 작품이 꽤 있다. 이런 노래들은 강철이 주는 단단한 이미지를 빌려 굳건한 의지를 표현하곤 한다. 어떤 노래는 금이나 은을 가져와 사랑을 고백하거나 은은한 분위기를 내기도 한다. 철이라는 공통점을 두고도 빛깔이나 활용에 따라 가사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여기에 더해 Iron Maiden, Steelheart처럼 강철을 이름으로 사용한 뮤지션들도 존재한다. 이번 "다중음격"에서는 철을 노래의 재료로 삼거나 이름에 걸친 사례를 꼽아 봤다. 맨손으로 북경오리를 때려잡고 달리는 마을버스 2-1에서 뛰어내릴 필요는 없지만 떡볶이를 철근 같이 씹어 먹으면서 본다면 감흥이 배가 될지도.


금이면 자신감 상승 | Bruno Mars '24K Magic'
전 세계에 'Uptown Funk' 물결을 일으키며 흥 전도사로 자리매김한 Bruno Mars가 이번에는 24캐럿 금붙이를 두르고 돌아왔다. 비싼 금으로 치장하고 나섰으니 자연스레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다. 오늘 밤은 왠지 자기가 주인공일 것 같은, 모든 여자가 날 향해 달려들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흥청망청 놀겠다는 자세가 노래 전반을 차지한다. 이것이 바로 24캐럿의 마법이다.

어마어마한 성공을 가져다 준 'Uptown Funk'처럼 '24K Magic'도 펑크(Funk), 디스코의 복고풍 사운드를 갖췄다. 토크박스 연주는 펑크 마에스트로 Roger Troutman과 그가 이끈 밴드 Zapp을 연상시킴으로써 예스러움을 보강한다. 각 후렴 말미에 짤막하게 등장하는 특유의 신시사이저 톤과 종소리 또한 Roger Troutman이 만든 것이라서 '24K Magic'은 1980년대의 일렉트로 펑크, Roger Troutman에 대한 헌사나 다름없다.


마음은 비브라늄, 아다만티움 | David Guetta 'Titanium'
단단하고 부식이 잘 되지 않는 특징으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강력한 종족 타이탄에 착안해 티타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높은 강도 덕분에 항공기에 많이 쓰이며 전문가용 자전거 프레임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노래의 주인공은 여기저기서 자신을 향한 비난의 총알이 날아와도 자기는 티타늄이니 조금도 해를 입지 않고 쓰러지지도 않을 거라고 얘기한다. 어떤 특수한 이유로 핍박받는 상황에 놓여 있으나 의연한 의지로 그 시련을 이겨 내겠다는 다짐이 담긴 노래다. 긍정적인 각오는 경쾌한 곡과 화합해 힘찬 기운을 자아낸다.

하지만 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는다고 해도 용가리통뼈는 없다. 영화 "아저씨"에서 "이거 방탄유리야!"라며 자신의 안전을 호언장담하던 만석(김희원 분)도 거듭된 총탄 공격에 결국 죽는다. 사람의 정신력은 때로는 상상 이상의 힘을 발휘하지만 보통의 유리처럼 약하기도 하다. 마음이 다치는 공격을 받을 때에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약 먹을 시간이에요. | Nirvana 'Lithium'
어떨 때에는 한없이 기분이 가라앉고 무기력하다가 조금 지나면 기운이 샘솟고 즐거워지는 변동이 반복된다면 정신에 무리가 온 것이다. 생각과 행동에서의 이런 극단적 변화가 수시로 발생하는 것을 양극성장애, 조울증이라고 한다.

조울증 치료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리튬이다. 금속이지만 19세기에는 암, 간질, 통풍을 앓는 환자들에게 쓰였으며 1948년 호주의 정신의학자 존 케이드가 기분조절제로서의 효과를 입증한 이후 정신과 의약품으로 통용됐다.

얼마 전 발매 25주년을 맞은 Nirvana의 명반 [Nevermind]의 수록곡 'Lithium'도 조울증을 얘기한다. 가사에는 리튬이란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쁘다고 하면서 얼마 뒤에는 난 너무 못생겼다고 자학하고, 외롭지 않다면서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주인공의 상반되는 생각과 행동은 조울증에 걸린 상태를 묘사한다.


후벼 파는 청각 고문 | Iron Maiden
헤비메탈 애호가들에게 철이라는 단어를 꺼내면 대부분 Iron Maiden을 먼저 언급하지 않을까 싶다. 이름에 이미 철을 함유했고, 그에 부합하는 강철 같은 단단한 음악으로 "영국 헤비메탈 부흥"(New Wave Of British Heavy Metal)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미국 진출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자국에서는 꾸준히 히트했으며 최근까지도 열띤 지지를 얻고 있다.

이들의 이름은 그룹의 베이시스트 Steve Harris가 지었다. 그는 1939년 영화 "철가면"(The Man In The Iron Mask)을 보다가 중세시대에 쓰인 철제 고문 기구 아이언 메이든을 떠올리고 이것을 이름으로 사용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데뷔 초 한편에서는 그룹이 "철의 여인"(Iron Lady)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마거릿 대처 총리를 염두에 두고 이름을 지었다는 소문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룹은 마거릿 대처가 그 별명을 얻기 전에 결성됐다.


금니가 씹기에 좋답니다. | Kiiara 'Gold'
무게감 있으면서도 통통 튀는 베이스라인과 트랩 스타일을 덧댄 독특한 일렉트로팝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Kiiara의 2015년 데뷔 싱글. 애플워치 광고에 배경음악으로 쓰여 많은 이에게 알려졌다.

Kiiara가 하루는 저녁식사 파티에 참석했다가 떠날 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자기는 이제 간다는 얘기를 제대로 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몇몇 사람이 작별인사도 없이 떠나려고 한다면서 안 좋게 봤다고…. 'Gold'는 그때의 감정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이 경험이 얼마나 기분 나빴는지 "내 이에는 금이 있으니 네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하든 상관없어. 네가 꺼내는 감정을 씹어 먹을 거야."라며 다소 무섭게 말한다. Kiiara는 이 노래를 통해서 모든 사람에게 응답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한다.


여전히 하트를 날리네. | Steelheart
철과 관련한 뮤지션으로 이들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원래 이름은 "Red Alert"였으나 임팩트가 떨어진다고 판단했는지 레이블 MCA와 계약하면서 "강철심장"이라는 현재의 이름으로 개명했다.

팝을 잘 모르는 사람도, 헤비메탈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도 Steelheart의 노래 'She's Gone'은 익히 안다. 1990년대에 개그맨 이윤석과 김진수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허리케인 블루"라는 립싱크 밴드로 'She's Gone'에 맞춰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 뒤 국내에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서정적인 멜로디 덕에 꾸준히 라디오 전파를 타기도 한다. 'She's Gone'은 빌보드 싱글 차트 59위로 히트곡이 아니지만 그룹의 유일한 히트곡인 'I'll Never Let You Go'보다 더 유명하다.

빌보드에서의 대박 히트곡이 없었기에 Steelheart는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다른 글램 메탈, 헤비메탈 밴드들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오래도록 애청되는 명곡을 건져서 현재까지도 콘서트를 꾸준히 이어 오고 있다. 밴드의 리드 싱어 Miljenko Matijevic는 최근 "불타는 청춘", "복면가왕" 등의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출연하기도 했다.


반란은 강철로부터 | Public Enmey 'Black Steel In The Hour Of Chaos'
이 노래는 Isaac Hayes의 1969년 노래 'Hyperbolicsyllabicsesquedalymistic'(따닥따닥 붙은 철자 때문에 읽기 불편해할 독자 분들을 위해 한글로 적자면, '하이퍼볼릭실라빅세스키달미스틱'이라고 발음합니다.)의 피아노 연주를 차용해 부드러운 질감을 나타낸다. 거친 비트와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주된 특징으로 하는 그룹의 음악 노선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어 색다르게 느껴진다.

피아노 샘플이 연출하는 나긋나긋함과는 달리 가사는 살벌하다. 노래는 병역거부로 수감된 흑인이 감옥을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다. 주인공은 탈출을 위해 교도관에게서 총을 빼앗아 폭동을 일으킨다. 스틸은 총이나 칼 등 철로 된 무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제목은 폭동을 일으킨 권총을 칭한다고 볼 수 있다.

'Black Steel In The Hour Of Chaos'의 시대적 배경은 베트남 전쟁을 치르던 때일 듯하다. 미국이 베트남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부터 많은 병사를 징집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는 애국심으로 선뜻 나섰지만 그렇지 않은 이도 많았다. 왜 남의 나라 싸움에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들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청년들은 입대를 거부했다. 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도 당시 입대를 거부했다가 수감됐다. 여전히 인종차별이 심했던 시기, 흑인들 입장에서는 인권도 제대로 보장해 주지 않는 조국을 위해 총알받이가 되는 일이 너무나 불합리했던 것이다.


이름 하난 참 "물건"일세. | Steely Dan
기타리스트 겸 베이시스트 Walter Becker와 키보드 연주자 Donald Fagen이 결성한 Steely Dan은 1970년대 재즈 록 퓨전의 확산을 주도함으로써 팝 음악계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또한 이들 듀오는 'Do It Again', 'Peg', 'Deacon Blues' 등 감미롭고 세련된 곡으로 대중의 마음까지 휘어잡았다. 편곡과 연주가 무척 유려해서 Steely Dan은 고품격 음악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룹의 이름은 고상하지 않다. 이름의 기원을 알고 나면 곡마다 철철 흐르는 고급스러움이 급격하게 얼어붙는다. 스틸리 댄은 미국 소설가 윌리엄 S. 버로스가 1959년에 낸 소설 "벌거벗은 점심"(Naked Lunch)에서 언급된 딜도(남근 대용품)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강철 같은 댄"은 그 기구의 외양을 설명하고 사용할 때의 화끈함을 뜻하는 셈이다.

연인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때 Steel Dan의 음악은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 줄 만하다. 그러나 이름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순간 좋았던 분위기는 한순간에 와장창 깨질지도 모른다.

그밖에 강철을 주제로 한 노래들
One Direction - Fool's Gold
Chvrches - Make Them Gold
Beastie Boys - Brass Monkey
Spandau Ballet - Gold
Lykke Li - Heart of Steel
Radiohead - My Iron Lung
Snoop Dogg - Platinum
Fleetwood Mac - Silver Springs
Lianne La Havas - Green & Gold
Metallica - The Ecstasy of Gold
Michael Bolton - Steel Bars
Kimbra - Goldmine
Bloc Party - Mercury
Bing Crosby - Silver Bells

멜론-멜론매거진-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4168&startIndex=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