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남기고 문을 닫는 '바인(Vine)' 원고의 나열


IT 분야의 변화 속도는 무척 빠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소프트웨어와 신기술이 쏟아져 나온다.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된 프로그램도 조금만 지나면 구식으로 전락한다. 때문에 대부분 문물의 출몰 주기가 짧은 편이다. 매일이 상전벽해인 무시무시한 세상이 IT 분야가 아닐까 하다.

동영상 애플리케이션 "바인"(Vine)도 변화의 칼바람을 극복하지 못했다. 지난 10월 27일 바인 측은 몇 달 내로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2013년 1월 공식 출범한 바인은 지난해 10월 기준 사용자 2억 명을 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트위터가 운영한다는 점에서도 전망이 밝았다. 하지만 현재는 사용자가 2천 4백만 명으로 급감했을 만큼 빠르게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으며 곧 임종을 앞두고 있다. 좀처럼 긴 생명을 허락하지 않는 IT 세상의 모진 경향을 또 한 번 마주한다.


세계인을 홀린 6초의 미학
그래도 전 세계 어마어마한 인구가 바인을 찾은 것은 이 서비스만의 특징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바인은 오직 6초의 짧은 동영상을 게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애플리케이션과 차별화됐다. 6초 동안 쭉 이어서 촬영할 수 있고 이 시간 동안 끊어 가며 촬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자의 방법을 쓰든 후자를 택하든 6초는 정말 짧은 시간이다. 몇 번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만으로도 훅 지나가는, 그야말로 찰나다.

바인은 이 순간에 유용한 소비, 유의미한 활용이라는 가치를 부여했다. 세상에는 취할, 혹은 접하고 싶은 정보와 콘텐츠가 넘친다. 하지만 현대인은 늘 시간에 쫓긴다. 3분짜리 동영상을 보는 것에도 왠지 모를 압박감을 느끼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10초도 되지 않는 짧은 길이의 영상을 관람하는 것은 부담감 없는 할애로 생각될 수밖에 없다. 노래 한 곡을 들을 시간으로 수십 편의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생산적인 경험으로 인식하게 된다.


아마추어들이 만든 웃음 창고
콘텐츠를 만들어 게재하는 이에게도 바인이 지정한 조건은 장점으로 느껴진다. 예술혼을 불태워서 타이트한 구성을 갖춘 작품도 있지만 우스꽝스럽고 실없는 행동을 기록한 일반인들의 영상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특별하고 거창한 스토리와 구상을 강요하지 않는 대중 맞춤형 플랫폼인 것이다. SNS, UCC를 통한 자기표현이 트렌드가 된 시대에 바인은 네티즌에게 마음 놓고 놀게 할 자리가 됐다.

짧은 재생 시간, 가벼운 분위기 덕에 바인은 "인터넷 밈"(Internet Meme, 흥미로운 사진이나 행동 따위를 모방해서 인터넷에 게시하는 행위)의 요지로 자리 잡았다. 익살스러운 춤이나 행동이 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 바인에 그것을 따라 한 영상이 많이 올라왔다. 올해 초 시작돼 몇 개월 동안 유행한 "러닝맨 챌린지"(Running Man Challenge, 힙합 그룹 Ghost Town DJ's의 1996년 히트곡 'My Boo'에 맞춰 달리는 듯한 춤을 추는 것)도 바인을 통해 크게 번졌다.

스타의 산실이 된 바인
바인은 아마추어들 뮤지션, 가수 지망생들의 등용문이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6초라는 짧은 시간에 자신의 능력을 집중하며 매력을 발산한다. 한번 강한 인상을 남기면 이용자들은 다음의 6초를 고대하게 된다. 감질나게 하는 짧은 제한 시간은 관심을 연장시킨다. 바인 특유의 시스템을 활용해 이름을 알리고 정식 데뷔한 음악인들도 여럿이다.


Shawn Mendes | 초대 바인 스타
캐나다의 싱어송라이터 Shawn Mendes는 바인을 통해 스타가 된 대표 가수다. 매체에서는 그를 가리켜 "바인의 왕"(The King Of Vine)이라고 칭하기도 할 정도다. 그는 2013년부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히트곡을 커버한 영상을 올리며 인터넷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노래 실력도 괜찮지만 (역시나!) 훈훈한 외모 덕에 구독자 수는 단 몇 달 만에 수백만을 넘겼다. 그에 대한 소문은 음악 관계자에게도 들렸고 2014년 아일랜드 레코드(Island Records)와 계약하게 된다.

같은 해 발표한 데뷔 싱글 'Life Of The Party'가 빌보드 싱글 차트 24위에 올라 Shawn Mendes는 첫걸음에 미국 시장에 안착했다. 이때 그의 나이는 열다섯 살. 데뷔곡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25위 안에 오른 최연소 아티스트의 기록을 세웠다. 바인을 통해 인지도를 쌓지 않았다면 넘볼 수 없는 성적이다. Shawn Mendes는 타임 매거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The 25 Most Influential Teens)에 2014년과 2015년 연속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Ruth B | 바인의 안방마님
Shawn Mendes가 바인의 왕이라면 Ruth B는 "바인의 여왕"쯤 된다. 올해 스물한 살이 된 이 캐나다 싱어송라이터는 2013년 5월부터 선배 가수들의 노래를 커버한 영상을 꾸준히 게재하며 네티즌의 관심을 끌었다. 일주일에 8만 4천 회 이상의 "좋아요" 수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가 됐고 2015년 콜럼비아 레코드(Columbia Records)와 계약해 주류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Ruth B의 음악은 팝과 R&B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다. 두 양식의 느낌을 갖추고 있지만 밝지도, 진하지도 않다. 오직 피아노와 본인의 목소리로만 노래를 꾸며 잔잔한 울림을 건넨다. 분위기로만 봐서는 기타 대신 피아노를 이용한 포크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편안함이 들면서도 애잔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Dawin | 사운드의 연금술사
뉴욕 출신의 가수 겸 프로듀서 Dawin은 바인보다 경쟁자가 더 많은 유튜브에서 자신을 홍보했어도 일찍 두각을 나타냈을 것이다. 그는 팝과 힙합, R&B, 일렉트로니카를 알차게 섞은 스타일로 독창성을 과시하며 듣는 재미를 안겨 준다. 2014년에 발표한 데뷔곡 'Just Girly Things'부터 전혀 이질적이지 않은 매끈한 변주와 양념처럼 뿌리는 변조된 음성 주입을 본인만의 작풍으로 밀고 있다. 이것이 경쾌함을 한껏 분출한다.


Us The Duo | 홀딱 반할 컨트리 팝 듀오
2011년 처음 만나 이듬해 백년가약을 맺은 캘리포니아의 부부 듀오로 혼인을 한 해에 정규 데뷔 앨범 [Us]를 발표했다. 메이저 레이블을 통해서 나왔지만 눈에 띄는 활동을 보인 적 없는 신인에게 눈길을 주는 이는 별로 없었다. 따로 음악을 해 오던 남녀가 사랑에 성공하고 공동으로 작품 활동을 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했다.

남편 Michael Alvarado와 부인 Carissa Alvarado는 2013년 바인에 둥지를 틀고 자신들을 선전하기 시작했다. 수수함과 발랄함을 겸비한 Us The Duo의 컨트리-팝-포크는 음악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힘이 충분했다. 이내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모은 이들은 새로운 레이블과의 계약을 따내고 2014년 2집 [No Matter Where You Are]를 선보였다. 올해에는 Pentatonix의 월드 투어 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해 더 많은 이에게 존재를 알렸다.


Bobby Shmurda | 춤으로 유행을 일으킨 래퍼
뉴욕의 신인 래퍼 Bobby Shmurda는 바인에서 활동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14년 출시한 데뷔곡 'Hot N*gga'에서 잠깐 나왔던 춤이 바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엉덩이를 쭉 뺀 채 구부정한 자세로 끈적끈적하게 팔을 휘젓는 이 동작은 "시머니 댄스"(Shmoney Dance)라는 이름으로 네티즌 사이에서 유행했다. 많은 사람이 따라 해 준 덕에 Bobby Shmurda는 단숨에 스타가 됐다. 그러나 이후에 낸 노래나 EP는 좋은 차트 성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바인의 덕을 톡톡히 봤지만 이것이 그의 경력에 마지막 혜택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내일은 내일의 플랫폼이 떠오를 것이다
바인을 무대로 유명해진 가수들은 서비스 종료 소식에 남들보다 더 큰 허전함을 느낄 듯하다. 자기가 졸업한 학교가 얼마 뒤 없어졌을 때의 기분이 이와 같지 않을까? 그래도 나름대로 "동문"은 좀 있으니 외로움은 덜할지도 모르겠다.

바인이 유튜브에 필적하는 UCC의 집합소가 된 것처럼 또 다른 SNS가 비슷한 서비스로 바인을 위협했다. 쇄신에 실패한 바인은 결국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에 뒤처져 폐쇄를 맞이하게 됐다. 지금 잘나가는 인스타그램과 스냅챗도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질지 알 수 없다.

미래를 예언할 수는 없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주도권을 잡는 새로운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은 계속해서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변방에서 주류를 갈망하는 예비 스타들은 이런 신흥 서비스를 통해 끊임없이 나올 것이다.

멜론-멜론매거진-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4194&startIndex=0


덧글

  • 나인테일 2016/11/11 23:11 # 답글

    결국 틈새는 틈새일 뿐이죠. 틈새 서비스로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넘는건 불가능할겁니다.
    그렇다고 패기넘치게 출발한 구글플러스가 잘 되고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만.
  • 한동윤 2016/11/12 11:14 #

    그러게요~ 새로운 서비스들이 계속 나오니 틈새는 또 좁아지고 거기서 발전을 못하면 밀려 나가는 상황의 연속.. 참신한 동영상 플랫폼이 생겨도 유튜브는 못 이기겠죠~
  • zz 2017/02/17 13:48 # 삭제 답글

    바인은.. 너무 아쉽네요. 재밌는 동영상 정말 많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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