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스틸러] 편성만으로도 값진 국악 프로 원고의 나열

음악 예능의 소재가 하나 더 늘었다. 지난 10월 14일 처음 전파를 탄 Mnet의 '판 스틸러: 국악의 역습'이 재료 확장의 역할을 담당한다. 부제로 드러냈듯 이 신생 프로그램은 국악을 메뉴로 삼았다. 우리의 전통음악이라 생경하지는 않으나 방송에서 흔히 볼 수 없었기에 꽤 신선하게 다가온다. 특별한 기획이라 할 만하다.


색다른 구상 이전에 용감한 도전이다. 국악은 국내 전체 음악 시장에서 점유율 꼴찌를 앞다투는 비인기 장르다. 서양 고전음악, 현대 기독교 음악(Contemporary Christian Music: CCM)에 비해서도 향유, 소비하는 인구가 현저히 적다. 국악 공연을 가 보면 관객 대부분이 연주자의 지인을 비롯한 초대 손님들이다. 국악을 다루는 지상파 프로그램은 KBS1의 '국악한마당'이 유일하다. 소비층이 두텁지 않은 장르를 택했다는 점에서 무모한 모험으로까지 여겨진다.

제작진은 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퓨전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퓨전 국악이라고 해도 많은 사랑을 받는 편은 아니지만 서구 대중음악의 문법을 대입하고 서양악기를 들여야 그나마 다수가 친숙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국악은 지루하다는 인식을 깨고 대중의 관심도 유도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프로그램의 구심점은 어린 시절부터 국악을 수학한 배우 이하늬가 맡았다. 여기에 뛰어난 작곡가, 프로듀서로서 2002년 발표한 '엘카미노'(El Camino), 2008년부터 2009년까지 방송된 KBS1의 다큐멘터리 '누들로드'의 사운드트랙 등에서 한국 전통악기를 접목한 경험이 있는 윤상이 힘을 보탠다. 이들과 함께 거문고 연주자 박천경, 대금 연주자 정요한, 아이돌 그룹 엠아이비의 강남이 한 팀을 이룬다.


여느 음악 예능 프로그램과 다름없이 '판 스틸러: 국악의 역습'도 대결을 기본 방식으로 한다. 총 8회로 기획된 방송에서 다섯 명의 출연자는 다른 퓨전 국악 팀과 네 번의 공연을 치른다. 경쟁자를 두고 승패를 가르는 것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가장 좋은 포맷이니 뻔하지만 방송에 도움이 되는 틀을 따랐다.

이들의 최종 미션은 참신한 국악 무대를 선보이는 것이다. 각 판에서 승리할 시 추가 뮤지션 사용권을 얻게 돼 파이널 공연을 풍성하게 꾸릴 수 있다. 만약 모든 라운드에서 패해 뮤지션 사용권을 하나도 획득하지 못하면 오직 다섯 명의 멤버들로만 마지막 공연을 완성해야 한다. 재미가 보장돼야 하는 예능이기에 긴장감을 높여 줄 부가 조항을 붙였다.

시합도 볼거리가 되겠지만 멤버들의 활약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이하늬는 첫 회에서 멋진 오고무를 선보이기도 해서 국악인으로서 새로운 모습이 기대된다. 어머니가 한국무용을 했다지만 국악에 대한 경험이 없는 강남이 우리 전통악기를 익혀서 연주자 역할을 해내는 것도 관심을 끄는 사항이다. 대중음악을 해 온 뮤지션들과 국악인들의 화합도 당연히 눈길이 간다.

신선한 소재, 흥미를 불러일으킬 룰을 갖추고 예능의 대세 아이템인 음악을 내세웠음에도 프로그램은 아직 이렇다 할 반향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안쓰럽지만 예상된 결과다. 우리 고유의 문화지만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오랜 세월 등한시돼 온 탓이다. 아무리 재미있게 자극적으로 연출한다고 해도 국악에 대한 대중의 애정이 희박하니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판 스틸러: 국악의 역습'이 편성된 것은 분명 유의미하고 값진 일이다. 우리가 우리의 전통음악을 홀대하는 이상하고 비참한 환경에 대한 각성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미약하게나마 전통악기와 국악인들을 소개하는 단상 역할도 한다. 국악마저 예능의 도구가 되는 현실은 안타깝지만 푸대접이 계속돼 왔기에 반가움이 더 크다.

(한동윤)
2016.11.08ㅣ주간경향 120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