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연이어 터뜨리며 Michael Jackson은 명실상부한 "팝의 황제"로 굳건히 자리매김한다. 형제들과 그룹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이제는 노래를 발표했다 하면 히트가 자동으로 따르는 위치가 됐다. 하지만 그는 안정 대신 변화를 택하며 Quincy Jones와 결별하고 Teddy Riley를 8집 [Dangerous]의 메인 프로듀서로 맞이했다. 과거의 문법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트렌드인 뉴 잭 스윙을 시도하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앨범의 성적은 포부에 부응하지 못했다. 발매 두 달 만에 미국에서만 4백만 장 넘게 팔리긴 했으나 전작들 [Off The Wall], [Thriller], [Bad]에 비교했을 때 한참 못 미치는 수치였다. 노래들의 뮤직비디오를 영화처럼 대작으로 만든 것도 판매량 부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성과는 분명히 존재한다. Michael Jackson은 [Dangerous]를 통해 총괄 프로듀서로 성장하는 국면을 열었다. 인도주의적 태도를 적극적으로 나타내면서 자선 활동도 더 열심히 벌였다. 기존 팝, 댄스 양식과 뉴 잭 스윙의 퓨전도 근사하게 이뤘다. [Dangerous]가 세상에 나온 지 어느덧 25년, 앨범의 노래들과 함께 Michael Jackson을 추억한다.

#1 Black Or White
앨범의 첫 번째 싱글로 하드록과 펑크(Funk), 힙합의 요소가 고루 섞여 경쾌함을 자아냈다. 특히 Guns N' Roses의 기타리스트 Slash의 메인 리프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한 번만 들어도 귓가에 맴도는 흥겨운 연주를 앞세워 'Black Or White'는 빠르게 인기를 얻는 데에 성공했다.
곡은 발장단을 치게 만들 만큼 가벼웠지만 가사는 묵직했다. Michael Jackson은 노래를 통해 서로 다른 인종을 대할 때 관용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흑인인지 백인인지, 피부색으로 사람을 나누고 다르게 대하는 행동은 피곤한 일이라며 인종차별이 없어져야 함을 완곡하게 털어놓는다.
Michael Jackson은 메시지를 더 적극적으로 표명하기 위해 뮤직비디오에 윤색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논란이 됐다. 10분이 넘는 뮤직비디오 중 그는 검은 표범의 모습으로 어두운 골목에 나타났다가 자신의 모습으로 변해 춤을 춘다. 이 과정에서 주차된 차와 건물 유리를 부순다. 이 부분이 문제였다.
차량의 유리에는 "검둥이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라!"(Nigger Go Home)라는 문장과 "卍"(독일 나치당의 어금꺾쇠 십자표지) 문양이 낙서돼 있다. 또한 "멕시코인을 반대한다!"(No More Wetbacks)도 글도 쓰여 있다. "Wetback"은 밀입국한 멕시코인을 경멸적으로 일컫는 속어다. 건물 유리에는 "KKK가 지배한다."(KKK Rules)는 낙서가 있었다. 본래 모습으로 변신하기 전의 흑표범은 흑인들의 권력 강화를 주장한 극좌파 "흑표범단"(Black Panther Party)을 연상시켰다. 인종차별을 철폐하자는 뜻이었겠지만 흑인이 모든 인종을 몰살하는 내용처럼 비치기도 해서 비판을 받았다.
과욕이 잡음을 일으키긴 했어도 뮤직비디오 중 남성, 여성, 다양한 인종이 바뀌는 고급 컴퓨터그래픽 효과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영화 "나 홀로 집에"로 단숨에 스타가 된 Macaulay Culkin의 역변 전 모습도 간직하고 싶은 부분 중 하나다.

#2 Heal The World
Michael Jackson은 1985년 미국의 정상급 가수들과 함께 부른 자선 싱글 'We Are The World', 1987년에 발표한 [Bad]의 수록곡으로 유괴범에게 살해된 일본의 한 소년을 생각하며 만든 'Man In The Mirror' 등을 통해 평화, 인류애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 왔다. 그는 여섯 번째 싱글 'Heal The World'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관심을 갖자고 한 번 더 얘기한다. 약자에 대한 사랑, 순수함이 느껴지는 노래다.
이런 숭고한 정신을 기초로 Michael Jackson은 세계 각지의 빈민층,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후원하는 자선단체 "힐 더 월드 재단"(Heal The World Foundation)을 설립한다. 노래가 실제로 누군가를 돕는 동기를 심어 준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Heal The World'를 자신의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한다.

#3 Remember The Time
빌보드 싱글 차트 넘버원이 두 곡 이상이었던 세 편의 전작들과 달리 [Dangerous]는 오직 'Black Or White' 하나만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그리고 1992년 'Remember The Time'이 3위를 기록하며 차트에서 차등 성적을 달성했다.
노래의 반주는 Teddy Riley가 고안한 뉴 잭 스윙의 전형을 나타낸다. 여기에 Michael Jackson이 그동안 해 온 그루비한 댄스음악 스타일을 덧대 부드러움도 갖췄다. 때문에 [Off The Wall]의 'Rock With You'를 떠올리게 한다는 얘기도 많이 나왔다.
스타 중의 스타, 연예계의 마당발임을 과시하듯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이 뮤직비디오에는 Eddie Murphy, 배우 겸 프로레슬러 Tom Lister Jr., 농구 선수 Magic Johnson 등 정상급 스타들이 출연했다.
뮤직비디오 후반부에는 댄서들이 등장해 Michael Jackson과 군무를 선보인다. 이 댄싱 팀에는 당시 스트리트 댄스의 새로운 조류를 생성하던 뉴욕의 Mop Top Crew 멤버들이 속해 있었다. 이들은 'Remember The Time' 뮤직비디오 출연을 계기로 Elite Force로 이름을 바꾸고 활동한다. 이들은 힙합, 하우스 댄스의 전설적인 존재로 추앙된다.

#4 Jam
네 번째 싱글이었던 'Jam'은 앨범의 맨 처음에 자리 잡아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담당했다. 둔탁한 드럼 프로그래밍, 거듭되는 턴테이블 스크래칭 효과음, 간주의 트럼펫 연주는 부족함 없는 역동성을 전달했다. 간주 이후에 등장하는 Heavy D의 래핑 또한 탄력을 보강한다.
Michael Jackson은 'Jam'에서 쉽지 않은 세상과의 관계에 대해 얘기한다. 이를 부연하려는 듯 뮤직비디오에 또 다른 "MJ"인 농구 스타 Michael Jordan을 섭외했다. 그와 함께 장난스럽게 일대일 농구 경기를 하고 그에게 춤을 알려 주는 모습으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친해질 수 있음을 주장한다.
Michael Jackson을 비롯해 Heavy D, Kris Kross의 Chris "Mac Daddy" Kelly 등 뮤직비디오의 주요 출연자 세 명이 세상을 떠난 사실이 새삼 슬프게 다가온다.

#5 In The Closet
앨범에서 커트된 싱글 중 가장 고혹적인 노래다. 울먹이듯 속삭이는 내레이션을 비롯해 엄숙하게 기도문을 읽는 것 같은 프리 코러스, 애절한 투로 사랑을 확인하고자 하는 가성의 후렴, 끝으로 갈수록 고조되는 분위기 등이 노래에 관능미를 주입한다.
제목은 영국 영어의 관용구로 동성애자, 또는 양성애자가 자신의 성적 취향을 숨기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Michael Jackson은 노래에서 성소수자의 정체성이 아닌 남녀의 비밀스러운 연인 관계를 얘기한다. 이는 도입부의 "여자와 남자인 우리의 사랑을 숨기지 마."(Don't hide our love woman to man)라는 내레이션으로 부연된다.
노래의 여성 보컬은 원래 "Mystery Girl"로 표기됐다. 하지만 후에 모나코 공주 스테파니(Princess Stéphanie of Monaco)임이 알려졌다. 1985년 프랑스에서 최우수 수영복 디자이너로 선정될 만큼 패션 디자이너로서 눈에 띄는 활동을 보인 그녀는 1986년과 1991년 정규 음반을 내기도 했다.
원래 이 노래는 Madonna와 듀엣을 준비하고 있었다. Madonna로부터 가사에 대한 아이디어를 받아 봤는데 너무 자극적이어서 그녀와의 협업을 접기로 했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었기에 Michael Jackson이 지레 포기했는지 궁금하다.

#6 Will You Be There
가스펠풍의 형식에 맞춰 가사도 무척 종교적이다. 신께 보살핌과 지도를 갈구하고 낙원으로 데려가 달라고 청원한다. 마지막에 가서는 칠흑 같은 어두운 시간에, 깊은 절망 속에서 여전히 곁에서 자신을 보살펴 달라고 기도하듯 내레이션을 행한다. 'Will You Be There'는 방황하는 10대 소년과 고래와의 우정을 그린 영화 "프리 윌리"의 주제가로 쓰이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노래의 러닝타임은 7분 40초로 그가 발표한 노래 중 가장 길다.

#7 Gone Too Soon
앨범에서 아홉 편의 노래가 싱글로 출시됐다. 그중 Slash가 기타 연주를 한 'Give In To Me'와 'Gone Too Soon'만 히트에 실패했다. 이 두 노래는 빌보드 싱글 차트 100위에도 들지 못했다. 팝의 황제라고 해도 항상 잘되는 법은 아니었다.
앨범의 마지막 싱글로 선택된 'Gone Too Soon'은 음반에 실린 유일한 리메이크곡이다. Dionne Warwick이 Elvis Presley, Janis Joplin, Karen Carpenter 등 요절한 가수들을 기리며 1983년에 발표한 것이 원곡이다. Michael Jackson은 에이즈로 인해 18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백인 청년 라이언 웨인 화이트(Ryan Wayne White)를 추모하는 의미로 수록했다.
이런 배경으로 유난히 애처롭게 들리는 노래가 Michael Jackson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에 더욱 구슬프게 느껴졌다. "빛나고 반짝이고 화려하게 밝았는데 어느 날, 어느 날 밤에 가 버렸네요."(Shiny and sparkly and splendidly bright. Here one day, gone one night)라는 가사는 최고의 자리에서 누구보다 화려한 빛을 내다가 예고도 없이 세상을 등진 그의 얘기처럼 들린다. Michael Jackson은 너무 일찍 떠나 많은 사람을 아쉬움에 사무치게 했다.
멜론-멜론매거진-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4290&startIndex=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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