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boy]로 돌아온 R&B 스타 위켄드(The Weeknd) 원고의 나열


많은 이가 위켄드(The Weeknd)를 현시대 R&B의 핵심 뮤지션으로 꼽는다. 그는 소울, 트립 합, 인디 록, 일렉트로니카 등을 결합한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악을 선보이며 얼터너티브 R&B의 유행을 선도했다. 2010년대 팝 음악에 선명한 획을 그은 신경향이 그에 의해 개시된 것이다. 데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래미 어워드를 포함한 유수의 시상식에 수차례 호명됨으로써 위켄드는 뛰어난 음악성을 입증했다. 또한 2014년부터 발표하는 노래마다 빌보드 차트 상위권을 차지해 대중의 지지도 탄탄함을 증명하고 있다.

1990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위켄드는 유년 시절부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으며 뮤지션의 꿈을 키웠다. 2011년 세 편의 믹스테이프 [House of Balloons], [Thursday], [Echoes of Silence]를 공개했고 이 앨범들이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을 들으면서 존재감을 떨치게 된다. 2013년 발표한 첫 번째 정규 앨범 [Kiss Land]가 빌보드 앨범 차트와 영국 앨범 차트에서 각각 2위, 12위에 오르면서 인지도는 더욱 높아졌다.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 of Grey)의 사운드트랙으로 쓰인 'Earned It'부터 'The Hills', 'Can't Feel My Face' 등이 연달아 히트하며 톱 가수 대열에 들게 된다.

위켄드의 새 앨범 [Starboy]
위켄드는 세 번째 정규 앨범 [Starboy]를 통해 이전과는 다른 변화를 보여 준다. 그동안 'Wanderlust', 'Can't Feel My Face' 같은 노래들로 일렉트로니카를 시도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전자음악을 더 광범위하게 소화한다. 최근 몇 년 사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을 자신의 또 다른 중심 장르로 삼겠다는 결심으로 여겨진다.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었던, 야자수를 연상케 하는 드레드록 헤어스타일을 버리고 깔끔하게 머리를 깎은 새로운 모습에서도 변신에 대한 다짐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과거를 떠나보낸 것은 아니다. 기존에 해 오던 으스스하고 어두운 R&B를 유지하는 노래도 여전히 존재한다.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하이톤의 보컬, 노래 속 주인공의 공허함을 대변하는 단출하면서도 둔중한 드럼, 의도적으로 불편하게 들리도록 한 신시사이저 프로그래밍 등 위켄드의 음악 세계를 설명하는 장치들이 어김없이 나타난다. [Starboy]에는 변화와 함께 익숙함도 자리한다.

앨범은 다프트 펑크(Daft Punk),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 등 정상급 뮤지션들의 참여로 호화로움을 뽐낸다. 여기에 팝 음악 황금의 손 맥스 마틴(Max Martin), 노르웨이의 디제이 캐시미어 캣(Cashmere Cat)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 프로듀서들이 힘을 보태 완성도를 높였다. 'All I Know', 'Sidewalks' 등 다섯 편의 수록곡을 엮어 만든 12분짜리 단편영화 'Mania'도 볼거리를 더해 준다.


1) 'Starboy (feat. Daft Punk)'
앨범의 리드 싱글 'Starboy'는 프랑스의 일렉트로닉 듀오 다프트 펑크가 참여한다는 사실로 공개 전부터 화제가 됐다. 도입부 짧은 잡음으로 긴장감을 조성한 뒤 단조로운 건반 연주와 간결한 전자음을 함께 전달하며 스산한 분위기를 이어 간다. 여기에 스캣으로 깔리는 백 코러스와 약간의 에코 효과를 준 후렴이 쓸쓸함을 배가한다.

위켄드는 노래에서 유명 연예인의 사치에 대해 얘기하며 호화로운 인생이 연예인의 생활을 망칠 수도 있음을 은연중에 주장한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가사에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로드스터, 벤틀리 뮬산, 맥라렌 P1 등 최고급 자동차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보통 사람들은 감히 넘볼 수도 없는 화려한 생활을 과시하면서 성공, 명성에 대한 복합된 감정을 중의적으로 표현한다.

2) 'False Alarm'
앨범에서 가장 튀는 트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tarboy'에 이어 공개된 프로모션 싱글로서 위켄드가 댄스음악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일러 주는 노래다. BPM(1분당 비트 수)이 170이 넘는데, 이는 테크노 음악의 평균을 넘어서는 수치이며 드럼 앤드 베이스의 평균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정신 사납게 내달리는 중에 후렴에서는 계속해서 "False Alarm"을 외쳐 속도감을 더한다.

위켄드는 이번에는 자신이 아닌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여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그녀에게 있어 본인은 단순히 즐거움을 주고 물질적인 쾌락만 만족하는 존재임을 깨닫고는 그녀의 행동은 모두 거짓 신호라고 정신을 차린다. 후렴을 채우는 "False Alarm"이라는 가사가 자각의 적색경보인 셈이다.

3) 'Party Monster'
한껏 고조된 기분으로 자신의 사랑을 이해해 줄 여자를 찾아 헤매는 남성을 그린다. 언뜻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주인공의 갈구가 지나치게 광적이라서 무섭게 느껴진다. 얼마 뒤에는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의 입술과 미국의 가수 겸 배우 셀레나 킨타니야 페레스(Selena Quintanilla-Perez)의 엉덩이를 지닌 여성을 발견하고 저 여자가 바로 내 여자라면서 기뻐하고 집착한다. 트랩풍의 냉랭한 베이스라인과 노이즈를 가한 보컬, 어수선하게 굴곡을 형성하는 전자음이 주인공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대변한다. 더불어 "편집증이야."(Paranoid)라고 나지막이 읊조리는 라나 델 레이의 코러스가 공포감을 증대한다.

4) 'Die for You'
이제는 전 여자 친구가 된 패션모델 벨라 하디드(Bella Hadid)에 대한 노래다. 벨라 하디드는 [Beauty Behind the Madness]에 수록된 'In the Night'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함으로써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 열린 그래미 어워드에 위켄드와 그녀가 동반 참석했을 정도로 둘의 애정 전선은 확고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초 결별했다는 소식이 공식 발표됐다.

이별 이유는 바쁜 스케줄 문제라도 전해졌다. "넌 외로운 걸 두려워했지. 특히 밤에 말이야. 난 네가 그리워지는 게 두려웠어. 그런데 그건 항상 일어나."라는 노랫말은 이 커플이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숨김없이 말해 준다. 하지만 "널 위해 죽을 수 있어."라며 아직 벨라 하디드를 잊지 못했음을 드러낸다. 위켄드는 프린스(Prince)의 1984년 히트곡 'I Would Die 4 U'를 활용함으로써 존경하는 뮤지션을 향한 헌사도 함께 나타냈다.

5) 'I Feel It Coming (feat. Daft Punk)'
'Starboy'에 이어 다프트 펑크가 참여한 노래로 수록곡 중에 가장 감미로운 트랙이다. 위켄드의 노래는 대체로 하룻밤으로 끝나는 인스턴트적인 사랑, 가볍게 즐기는 육체적 관계를 논해 왔다. 그러나 이 노래에서 그는 관계가 오래 지속될 사랑을 찾는다. 개과천선이 따로 없다.

이런 순수한 정서를 바탕에 두다 보니 곡의 분위기와 외형도 무척 부드럽다. 1980년대 팝을 기본 구조로 나긋하게 전자음을 곁들인다. 위켄드의 음성은 그 어느 때보다 침착하고 따뜻하다. 위켄드는 데뷔 때부터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과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평을 들어 왔는데 이 때문에 'I Feel It Coming'은 마이클 잭슨의 'Human Nature'와 다프트 펑크의 'Something About Us'를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유사함 덕에 노래는 한층 친근하게 다가온다.


1) Starboy 뮤직비디오
도입부가 꽤나 충격적이다. 검은색 스키 마스크를 쓴 괴한이 의자에 묶인 위켄드를 질식시켜 살해한다. 괴한은 이내 마스크를 벗는데 그는 다름 아닌 위켄드 본인이다. 이 설정은 과거의 모습과 결별하고 이제는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겠다는 선언에 대한 은유다. 유일한 존재가 된 위켄드는 빨간 불빛을 내는 대형 십자가를 들고서 집안에 있는 트로피를 비롯해 과거의 자신을 상징하는 여러 물건을 깨부순다. 그러고는 고급 스포츠카를 타고 집을 빠져나와 캘리포니아의 멀홀랜드 드라이브 도로를 질주한다.

위켄드 노래들의 뮤직비디오는 죄다 톤이 어둡다. 'Starboy'의 뮤직비디오도 다르지 않다. 시각적 특징은 흐름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지우고 없앤다는 내용을 통해 그가 뭔가 대단한 결심을 했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2) False Alarm 뮤직비디오
뮤직비디오는 노래만큼이나 정신 사납다.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방식을 통해 시각적 혼란스러움을 증대한다. 은행을 털고 도망가는 내용에다가, [둠](Doom)이나 [그랜드 테프트 오토 5](Grand Theft Auto V) 등의 비디오게임, 영화 [하드코어 헨리](Hardcore Henry)처럼 유혈이 낭자하는 상황이 벌어지니 더욱 어지럽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화려한 연출 덕에 한번 보기 시작하면 눈을 떼기가 어렵다.

노래와 뮤직비디오의 내용은 크게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은행에서 끌고 나온 인질 때문에 주인공을 포함한 강도들이 모두 죽고 마지막에 가서는 인질이 훔친 돈을 들고 떠나는 모습으로 잘못된 만남에 대한 경계심을 심어 준다.

2016/11 한동윤
지니뮤직-매거진 http://www.genie.co.kr/magazine/subMain?ctid=1&mgz_seq=2787


덧글

  • 주말이형 2016/12/10 14:09 # 삭제

    앨범을 사니 한동윤님의 소개글이 있어서 반가워서 오랜만에 들어와 글남겨봅니다~
  • 한동윤 2016/12/11 11:33 #

    오~ 그러셨군요! 저도 반갑네요~ 해설지가 이렇게 안부의 끈이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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