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가요계 결산 원고의 나열


2016년 우리 대중음악계를 장식한 키워드는 역시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1월 말부터 4월까지 방송된 Mnet의 [프로듀스 101]은 솔로 가수를 배출하던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걸 그룹을 제작한다는 색다른 시도로 큰 관심을 이끌어 냈다. 101명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인원의 참가자가 발산하는 다양한 매력도 프로그램의 인기를 높이는 데 중대한 역할을 했다. 걸 그룹이 홍수를 이룬 지 오래지만 특수는 변함없이 유지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편성이었다.

노래 대결은 이제 방송가의 으뜸 아이템으로 굳건히 뿌리내렸다. MBC의 [복면가왕]이 막강한 위용을 과시하는 가운데 MBC [듀엣가요제], SBS [판타스틱 듀오], JTBC [걸스피릿], tvN [노래의 탄생], KBS2 [노래싸움: 승부] 등이 신설되며 경합의 열기를 더욱 키웠다. 노래로 일주일 내내 싸우는 나라는 아마도 대한민국밖에 없을 듯하다. 우리가 이렇게 호전적인 민족이다.

10월 중순부터 방송된 Mnet의 [판 스틸러: 국악의 역습] 또한 대결을 골자로 하는 음악 예능이지만 국악을 다룬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국악은 우리의 전통문화임에도 단지 재미가 없고 따분하다는 이유로 오랜 세월 철저하게 외면받아 왔다. 때문에 전통음악을 알리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유의미하다. 안타깝게도 시청률이 낮은 탓에 2013년 젊은 소리꾼을 발굴하겠다는 취지로 제작된 JTBC의 [소리의 신]이 단발로 끝났듯 [판 스틸러]도 다음 시즌을 기약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은 두 번째 정규 앨범 [윙스](Wings)가 10월 빌보드 앨범 차트 26위에 올라 세계인의 눈길을 끌었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빌보드 싱글 차트 2위까지 오른 적이 있지만 앨범 차트에서는 2014년 2NE1의 [크러시](Crush)가 61위를 차지한 것이 최고 기록이었다. 방탄소년단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 성적이 현지에서의 프로모션 없이 이뤄졌다는 점 또한 놀라움을 안긴다. 서구화된 음악 스타일이 팝 시장 진출을 원활하게 했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Bob Dylan)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현재 우리 대중음악의 노랫말을 되짚어 보게끔 한다. 자극적인 표현과 신조어, 중독성을 목적에 둔 부사가 난무할 뿐 잔잔하게 가슴을 울리고 삶과 세상에 대한 고민을 던지는 가사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예술가의 창작에 걸림돌이 된 '음반사전심의제도'가 폐지되고 자유로운 환경을 맞이한 지 올해로 20년이 됐지만 한국 대중음악의 가사 수준은 과거만 못하다.

국립중앙도서관과 KBS, 음원 사이트 멜론이 공동 진행한 '대중가요 원곡 컬렉션'은 눈여겨볼 사업 중 하나였다. 디지털 음원 시장의 확장으로 웬만한 옛날 노래도 스트리밍으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요즘이다. 그러나 요절한 가수의 경우, 다른 이가 사망한 가수의 이름으로 노래를 발표하는 일이 빈번했다. 때문에 허위 음반이 많이 발매된 남인수와 배호를 선정해 그들의 작품 중 원곡과 리메이크를 선별한 작업은 매우 뜻깊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로 음악인들도 분노했다. 11월 초 뮤지션과 음악 관계자 2,300명 이상이 박근혜 퇴진 등을 요구하며 시국선언에 나섰다. 김디지, 제리케이(Jerry.K), 오왼 오바도즈(Owen Ovadoz), 디템포(Detempo) 등 몇몇 래퍼는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비공식 음원을 내기도 했다. 그동안 정치와 사회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우리 대중음악이 부조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변화가 찾아오길 희망한다.

(한동윤)
2016.12.06ㅣ주간경향 120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