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올해의 사운드트랙 원고의 나열

올해에도 어김없이 많은 영화가 스크린을 장식했다. 그중에는 음악영화들도 있었고 음악이, 혹은 음악으로 돋보이는 작품도 몇 존재했다. 이야기와 구성은 완전히 꽝이었지만 사운드트랙만큼은 괜찮은 애증의 졸작도 더러 있었다. 2016년을 되돌아보며 음악팬들을 매혹했던 사운드트랙을 꼽아 본다.


싱 스트리트 | 영화와 밀착한 사운드트랙
John Carney 감독은 "원스", "비긴 어게인"에 이어 "싱 스트리트"로 시원하게 3연속 안타를 날렸다. 이번 역시 음악의 힘 덕분이었다. 최근 팝 음악계에 불어닥친 신스팝, 뉴웨이브 리바이벌 트렌드를 안음으로써 대중의 구미를 자극했다. 여기에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상과 사랑에 충돌하며 자신을 성장시켜 나가는 평범한 인물들을 세워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또한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청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1980년대에 영국 팝 그룹 Danny Wilson으로 활동한 Gary Clark가 만든 사운드트랙은 영화의 감흥을 곱절로 늘린다. 영화 속 밴드 싱 스트리트의 첫 창작곡으로 쓰인 'The Riddle Of The Model', 신시사이저, 일렉트릭 기타, 선명한 후렴 등 각 구성 요소가 잘 화합된 'Drive It Like You Stole It'은 준수함으로 영화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뉴웨이브와 팝 록을 버무려 경쾌함을 자아내는 'Up', 현악기 반주로 서정미를 발산하는 팝 발라드 'To Find You'도 등장인물의 심리와 특정 시퀀스를 부연하며 흥미로움을 더한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 음악이 특공대의 자폭을 막아 줬네
재미있게 본 관객도 많겠지만 실망스러움을 느낀 사람도 무척 많을 것 같다. 제작 초기부터 영화팬들의 관심을 이끌어 낸 멀티캐스팅은 작품 안에서 어떤 힘도 내지 못했다. 악의 무리로부터 도시를 구하기 위해 결성된 진짜 악당들 수어사이드 스쿼드 팀은 이렇다 할 시너지 없이 스토리를 밋밋하게 끌고 갔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을 내내 생각나게 만들 정도였다.

그나마 음악이 전반적인 빈약함을 달래 줬다. 시작과 함께 흐르는 The Animals의 'The House Of The Rising Sun'을 비롯해 수어사이드 스쿼드 팀을 하나하나 소개할 때 깔리는 노래들이 주인공들의 특성, 배경을 일러 주는 역할을 하며 청각적 재미를 보완했다. 특히 미국 R&B 가수 Kehlani의 'Gangsta'는 조커와 할리 퀸의 광기 어린 사랑이 나타나는 장면을 한층 극적으로 표현해 줬다.


니나 | 욕만 먹다 흐지부지 끝나다
미국의 가수이자 인권운동가였던 Nina Simone의 삶을 그린 전기 영화다. 'I Loves You, Porgy', 'I Put A Spell On You' 등 지금도 많은 이에게 애창되는 노래들을 남겼고 사회적인 공헌도 컸기에 영화는 당연히 성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니나"는 소수 극장에 한정되거나 VOD(주문형 비디오) 형식으로 개봉됐다. 박스오피스 성적은 가늠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초라했다.

참패로 이끈 복병은 분장이었다. Nina Simone을 연기한 Zoe Saldana는 최대한 비슷한 외모를 표현하기 위해 인공 코를 붙이고 얼굴을 더욱 검게 칠했다. 흑인 사회는 이것이야말로 인종차별적인 행위이며 Nina Simone을 오히려 욕보이게 하는 행동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제작진이 흑인을 비하할 목적으로, Nina Simone을 조롱하기 위해 Zoe Saldana에게 그런 분장을 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흑인의 핏줄이긴 해도 라틴계에 가까운 Zoe Saldana가 과장된 분장을 해 가며 흑인을 연기하는 모습이 흑인들에게는 매우 불편하게 느껴질 만했다. 검은 피부를 강조한 "니나"로 Zoe Saldana는 "아바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이어 "색깔 있는 배우"로 기억되게 됐다.


트롤 | 풍류를 즐기는 민족입니다
아카펠라 동아리의 고군분투를 다룬 영화 "피치 퍼펙트"로 주가를 올린 Anna Kendrick이 또다시 음악영화를 선택했다. 여기에 팝 슈퍼스타 Justin Timberlake와 Gwen Stefani, 인디 팝 듀오 She & Him을 통해 만만치 않은 뮤지션 커리어를 쌓은 Zooey Deschanel 등이 캐스팅돼 음악적 품질을 높인다. 1950년대에 탄생한 "트롤 인형"을 3D로 구현한 이 애니메이션은 국내에서는 내년 1월에 개봉할 예정이다.

트롤은 하루 종일 춤추고 노래하며 기쁘게 살아가는 종족으로 설정됐다. 때문에 음악이 결코 빠질 수 없다. 지난 5월 출시돼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한 Justin Timberlake의 경쾌한 디스코 트랙 'Can't Stop The Feeling!'부터 기대감을 증폭하기에 충분했다. 이외에도 Earth, Wind & Fire의 'September', The Notorious B.I.G.의 'Mo' Money Mo' Problems' 같은 히트곡들이 곳곳에 자리해 관객의 귀를 즐겁게 해 줄 것이다.


본 투 비 블루 | 한없이 우울한
이전 재즈에 비해 느린 템포, 차분한 분위기를 특징으로 하는 쿨 재즈의 주요 인물인 트럼피터 Chet Baker의 삶을 다룬 영화다. 재즈 역사에서는 빛나는 존재지만 인간 Chet Baker의 생애는 전혀 밝지 않았다. 인기를 얻고 유명했음에도 계속해서 어두운 길로 치달았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애처로움과 슬픔이 밀려온다.

영화를 깊게 감상하기 위해 재즈를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음악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영화다. 100분 정도의 상영 시간을 차지하는 재즈 연주는 독립된 장치라기보다 Chet Baker와 분리할 수 없는 필수 배경에 가깝다. 음악에 탐닉하고 음악으로 구원받고 음악 때문에 자신을 파멸로 몰아간다. Ethan Hawke는 이 가파른 굴곡을 훌륭하게 표현했다.


위 아 유어 프렌즈 | 음악은 우리의 친구
어떤 이는 "이런 영화도 있었어?"라며 생경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있었다. 낮에는 평범한 학생이지만 일류 프로듀서가 되기를 꿈꾸며 밤에는 디제이로 일하는 한 청년의 이상, 열정, 사랑을 다룬 영화다.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음악팬을 극장으로 불러들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실은 아니었다. 국내에서는 약 3만 8천 명에 달하는 적은 관객을 동원하며 장렬히 망했다.

그래도 일렉트로니카와 디제잉이 소재라서 음악은 빵빵하다. EDM 전문지 "디제이 맥"이 선정한 "2014 최고의 디제이 100인"에서 19위에 호명된 미국 디제이 Deorro를 비롯해, BBC의 유망주 선정 투표 "Sound Of 2015"에서 1위에 뽑힌 영국 트리오 Years & Years, 다수의 대형 음악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를 장식하는 호주의 프로듀서 Will Sparks 등 요즘 핫한 인물들이 사운드트랙을 채운다. 고구마 같은 영화에 사운드트랙이 사이다 노릇을 했다.


씽 | 음악팬을 홀릴 초특급 뮤지컬
국내 개봉을 앞둔 애니메이션 [씽]은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트롤]의 모티프가 된 트롤 인형은 아는 사람만 알지만 [씽]은 동물 캐릭터라서 친근감을 먹고 들어간다. 게다가 Matthew McConaughey, Reese Witherspoon, Scarlett Johansson 등의 톱스타들이 캐스팅돼 관객몰이에 더욱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슈퍼배드". "마이펫의 이중생활" 등으로 좋은 평가를 얻은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Illumination Entertainment)의 작품이라는 점도 신뢰감을 더한다.

폐업 위기에 놓인 극장을 살리기 위해 상금 10만 달러의 오디션을 개최한다는 것이 영화의 큰 줄기다. 오디션을 보려는 주인공들이 등장하니 노래가 빠질 리 없다. Stevie Wonder와 Ariana Grande가 부른 'Faith', Reese Witherspoon이 부르는 Taylor Swift의 'Shake It Off' 등 영화에는 무려 80편 이상의 노래가 흐른다. 음악이 풍년이다. 정말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마일스 | 수습은 음악이 한다
재즈 거장 Miles Davis의 1957년 앨범 [Miles Ahead]에서 제목을 가져온 영화로, Miles Davis가 자신의 도둑맞은 미발표 앨범을 찾는 과정을 그린다. 이제는 아이언맨의 친구로 익숙한 감독 Don Cheadle은 영화를 역동적으로 꾸미기 위해, 재즈의 자유로움과 복잡함을 표현하고자 영상을 굉장히 어수선하게 편집한다. 의도는 좋았지만 이 점이 보는 이를 불편하게 한다. 주연에, 극본에, 제작까지 맡아서 의욕이 과했다. 영화보다는 차분하게 사운드트랙을 감상하는 것이 나을지도.


라라 랜드 | 영화도, 음악도 환상적
예쁘고 즐거운 영화다. 작품의 주된 배경인 로스앤젤레스의 애칭이자 꿈의 나라를 뜻하는 제목처럼 "라라 랜드"는 신나고 낭만적인 환상의 스토리를 펼쳐 보인다. 튀지 않는 원색의 의상과 소품들,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보랏빛 색조는 영상을 아기자기하고 그윽하게 꾸며 준다. 재즈 피아니스트와 배우 지망생이 사랑하는 설정은 음악극의 성격을 부각한다. 이처럼 눈과 귀를 흡족하게 하는 "라라 랜드"는 현재 국내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09년 "가이 앤 매들린 온 어 파크 벤치", 2014년 "위플래쉬"에 이어 Damien Chazelle 감독과 세 번째로 작업한 작곡가 Justin Hurwitz의 사운드트랙 역시 일품이다. 주인공들의 배경에 맞춰 재즈와 팝을 핵심 스타일로 풀어내면서 역동성과 서정미를 알차게 표현한다. 이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주인공의 감정에 빠져들게 만들고 때로는 몸을 들썩이게 한다. 음악 덕분에 커다란 여운이 감돈다.


데드풀 | 음악영화보다 더 음악영화 같은
화려한 액션이 볼거리를 책임지고 관객과 마주 보고 대화하는 설정이 큰 재미를 제공했다. 팝, 록, 힙합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사운드트랙은 주인공이 처한 상황, 특정 인물의 성격을 부연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며 영화를 한층 유쾌하게 만들었다. 음악영화는 아니지만 음악으로 돋보이는 영화다. 액션영화 애호가라면, B급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음악 마니아라면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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