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가수로 나선 춤꾼들 원고의 나열


이달 2일 소녀시대의 춤꾼 효연이 첫 솔로 싱글을 냈다. 2012년 SM 엔터테인먼트 가수들과 Younique Unit을 결성한 바 있고 올여름에는 2AM의 조권, 미쓰에이의 민과 함께한 'Born To Be Wild'를 출시하며 개인 활동에 나서기도 했지만 온전한 홀로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07년 소녀시대로 데뷔한 이후 10년이 지나서야 단독으로 무대에 서게 됐다. 조명을 독차지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가요계에는 효연 같은 이가 많다. 춤을 잘 추기로 소문이 자자하지만 그룹으로 활동하다 보니 돋보이지 못하는 가수들이 꼭 있다. 댄스음악이 활개를 치는 때에 전문성을 인정받아 가수로 데뷔하긴 했으나 가창력이 부족한 탓에 그룹에서 "전문 댄서 1"로 머무는 사람들이다. 그래도 결국에는 솔로로 노래를 발표해 "나도 가수다!"라고 무언의 항변을 전한다. 또한 이렇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춤만 추는 줄 알았어?"


소녀시대 효연
지금은 스트리트 의류 쇼핑몰로 운영되는 한 힙합 사이트에 2004년 1월 어린 춤꾼으로 소개됐다. 초등학생 때부터 춤에 관심이 많았던 효연은 스트리트 댄스 학원에서 파핑, 로킹 등의 춤을 전문적으로 배웠다. 현재는 미쓰에이의 민으로 익숙한 두 살 어린 동생과 함께 2003년 "스트리트 잼 Vol. 3"에 팀을 이뤄 출전했고 쟁쟁한 성인 댄서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열여섯 살 어린 나이에 이미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에서는 짧게나마 단독으로 춤을 추는 파트가 있었지만 이후에 선보인 노래들은 군무로만 안무가 만들어지면서 앞에 서지 못했다. 외국에 나가면 인기가 껑충 뛰는 효연은 자국에서는 귀여운 멤버에 밀리고, 노래 잘하는 멤버에 밀리고, 예쁜 멤버에 밀리고, 섹시한 멤버에 밀리고, 키 큰 멤버에 밀리면서 그룹 안에서 "N분의 1"로 전락하고 만다.

MBC "댄싱 위드 더 스타", Mnet "힛 더 스테이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존재감을 떨치긴 했어도 가수이기에 노래 부르는 모습으로 주목받고 싶었을 것이다. 드디어 첫 솔로 싱글 'Mystery'로 소원을 이루게 됐다. 인도 정취를 흡수한 반주에 춤으로 남성을 홀린다는 가사로 고혹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춤으로 명성을 쌓았고 이제는 성숙미를 풍기는 효연에게 딱 맞는 노래다.


H.O.T. 장우혁
장우혁은 문희준과 함께 H.O.T.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책임져 왔다. 그룹의 데뷔곡 '전사의 후예 (폭력시대)'에서 Michael Jackson의 문워크를 응용한 "스케이트보드 춤", 'Candy'에서 "망치 춤" 등 개성 있는 춤을 선보이며 1세대 아이돌 그룹 가운데 제일가는 댄서로 자리매김 했다. 장우혁은 가수, 아이돌 그룹을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롤모델과 같은 존재가 됐다.

토니 안, 이재원과 JTL을 결성해 가수 활동을 지속했지만 춤과 솔로 활동에 대한 열망은 존재했다. 장우혁은 2005년 '지지 않는 태양'을 발표하며 솔로로 데뷔한다. 이때 세계 최고의 힙합 댄싱 팀 Elite Force를 백업 댄서로 섭외해 근사한 무대를 연출했다. 하지만 1년 앞서 크게 히트한 The Black Eyed Peas의 'Let's Get Retarded'를 보란 듯이 표절한 곡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바보 같은 행위였다.


젝스키스 이재진
H.O.T.의 대항마로 탄생한 젝스키스의 김재덕과 이재진은 몸을 빳빳하게 편 상태에서 뒤로 쓰러지는 파격적인 동작으로 단숨에 주목받았다. 뒤로 떨어진다고 해서 단어에 충실하게 "백다운"(backdown) 춤이라고 이름 붙인 이 위험천만한 동작은 반드시 춤으로 성공하겠다는 부산 아이들의 깡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했다. 패기와 함께 한편으로는 안쓰러움을 느끼게 하는 춤이다.

그룹 해체 후 이재진은 2001년 솔로 데뷔곡 'Double J'를 선보인다. 2년 만에 이뤄진 가수 복귀였으나 아직 젝스키스를 그리워하는 팬이 많았기에 노래는 그럭저럭 인기를 얻었다. 2집의 '고백 (Go Back)', 3집의 '충전'도 괜찮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아쉽게도 노래들의 임팩트는 아주 강하지 못했고 후속타도 없었다. 때문에 이재진은 활동을 길게 유지하지 못했다.

최근 젝스키스가 재결성하고 노래를 내면서 다시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재진에게는 무척 다행이다. 두 번 군대에 가게 되는 등 이런저런 불미스러운 일로 부득이하게 장기간 연예계를 떠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양현석 사장의 처형으로 수식되는 일은 좀 줄어들 듯하다.


이제는 2NE1이 아닌 솔로 민지
걸 그룹이 무대에서 선보이는 춤은 한정돼 있다. 귀엽고 발랄한 안무 아니면 섹시 댄스에 국한된다. 독무를 춰도 다 거기서 거기다. 그에 반해 공민지는 여느 걸 그룹 멤버들과는 다르게 힘이 넘치는 힙합을 춘다. 솔로로 춤을 춘다고 해도 대부분 여자 아이돌 가수는 정해진 동작을 소화하는 느낌이 강한데 공민지는 자기만의 느낌이 충만하다.

2009년부터 8년 동안 2NE1으로 활동해 오면서 랩과 노래를 두루 소화했지만 다른 멤버들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그룹 시절에 낸 개인 활동은 CL과 함께한 'Please Don't Go'가 전부다. 가끔 무대에서 홀로 남다른 춤을 추는 정도로만 두드러졌다. 그래도 동작 하나하나가 시원하니 잠깐씩임에도 튀긴 했다.

그룹 시절에 실력 발휘를 마음껏 못한 것이 오히려 잘된 일일지 모른다. 음악팬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신비주의 전략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노래를 제대로 들려주면 된다. 올봄 YG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종료하고 솔로의 길을 선택한 공민지의 새로운 모습이 기다려진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주노
잘못된 선택으로 "탈순이"라는 별명을 획득한 인순이의 백업 댄싱 팀 "리듬터치" 등으로 활동하며 방송가를 드나든 이주노는 서태지와 아이들에 합류하며 확 달라진 인생을 맞이한다. 서태지의 음악이 막강한 영향력을 낸 덕에 단 4년 만에 대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그룹으로 활동할 때에도 노래 비중은 상당히 적었기에 사실상 댄서에 불과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후 제작자로서 성공과 쇠락을 맛본 이주노는 2000년 솔로 데뷔 앨범 [Bionic Juno]를 발표한다.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춤이니 타이틀곡 '무제(舞帝)의 귀환(歸還)'으로 방송에 설 때 격정적인 안무를 선보였다. 이주노는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힙합 댄서들을 대동해 무대를 한층 다이내믹하고 화려하게 꾸몄다. '무제(舞帝)의 귀환(歸還)'은 김준선의 진보적인 프로듀싱으로 독특함을 과시했지만 대중적이지 못해 히트에는 실패한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에 노래를 많이 못한 게 한이었을까? 아니면 언젠가는 잭팟이 터질 거라고 믿었던 걸까? 이주노는 2002년 Asian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해 활동을 이어 간다. Asian으로 낸 'Amen'은 중간 템포의 힙합 비트, 가스펠 코러스를 앞세워 멋과 푸근함, 대중성을 한꺼번에 전달했음에도 히트하지 못했다. 노래를 못하는 게 최고의 단점이었다.


박애리 남편 팝핀현준
팝핀현준은 1998년 이주노가 제작한 프리스타일 댄싱 팀 고릴라 크루로 존재를 드러냈다. 같은 해 4집을 출시한 영턱스클럽에 합류해 가수로도 데뷔한다. 초창기에는 '정', '못난이 콤플렉스'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그룹이지만 2집부터 인기가 급감한 터라 이때도 대중의 호응은 그리 뜨겁지 않았다. 팝핀현준의 가수 데뷔 성과는 댄서 때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얼굴을 알렸다는 것 정도였다.

한동안 전업 댄서로 생활한 팝핀현준은 쥬얼리로 출격을 준비하던 Baby-J(하주연)와 2007년 우리 민요를 바탕으로 한 힙합-국악 퓨전 EP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를 발표하며 가수로 또 한 번 출사표를 던진다. 그리고 앨범은 시원하게 묻혔다. 콘셉트는 신선했지만 완성도가 턱없이 부족했다. 국악이 안 팔리는 환경도 약점이었고 둘 모두 유명하지 않아서 관심을 끌기가 어려웠다.

가수 활동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팝핀현준은 같은 해 정연준, 이현도의 도움을 받으며 첫 솔로 앨범 [One & Only]를 출시한다. 힘들게 춤을 춰 온 여정을 얘기한 타이틀곡 'Don't Stop'은 퍼포먼스를 염두에 둔 노래였다. 발군의 춤으로 무대는 그 어떤 가수보다 호화로웠지만 노래가 대중적이지 못해 히트를 경험할 수 없었다.

2009년 나인뮤지스의 멤버들과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에이포스는 그나마 괜찮았다. 이런저런 업소에서는 많이 흘러 나왔다. 여기까지가 사실상 팝핀현준의 마지막 디스코그래피다. 그는 이제 국악인인 부인 박애리와 함께 KBS2 "불후의 명곡" 단골 출연자로 대중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멜론-멜론매거진-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4366&startIndex=0

덧글

  • 세려니 2016/12/16 20:51 # 삭제

    제가 보기에는 공민지가 그나마 기대되는 듯해요^^ 여기서도 종종 눈도장 팍~ 찍고 갑니다.
  • 한동윤 2016/12/17 10:59 #

    요즘은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솔로로는 성공하기가 어려운 게 그야말로 업계 사람들의 고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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