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올해의 팝 앨범 원고의 나열


Solange [A Seat at the Table]
다양성을 취하면서 가지런함을 드러낸다. 네오 소울, 컨템포러리 R&B, 고풍스러운 소울 등 여러 양식을 소화하고 있지만 자신의 씁쓸한 경험을 주되게 꺼냄으로써 통일성을 확보한다. 사이사이 들어간 대화와 짤막한 노래는 트랙들을 부연하는 동시에 긴밀하게 잇는 역할을 확실히 해 준다. 연약하지만 결코 균열되지 않는 보컬 또한 몽환적인 기운을 계속해서 퍼뜨리며 앨범이 일관성을 나타내는 데에 일조했다.


Bon Iver [22, A Million]
앨범 커버에서부터 느껴지던 범상치 않음은 음악으로 쐐기를 박는다. 본 이베어는 포크와 팝, 일렉트로니카를 접합하는 과정에서 보컬을 가공하거나 샘플을 어지럽게 산포하고 때로는 반주를 최대한 거둬 냄으로써 독특한 사운드를 표출한다. 단순히 장난기로 점철된 편곡이 아닌 안정감과 분위기의 연속성을 동반한 계산된 파격이다. 쉽지 않지만 미묘함이 듣는 이를 힘껏 빨아들인다.


Kendrick Lamar [untitled unmastered.]
평단의 어마어마한 찬사를 받았던 전작 [To Pimp a Butterfly]와는 음악적 연속성을 갖는다. 이 앨범 역시 소울, 펑크(funk), 프리 재즈를 그릇으로 해 질박함과 자연스러운 생동감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소수민족의 힘겨운 삶, 사회의 불합리한 제도를 논하는 등 세상을 살피는 노랫말도 여전하다. 음악은 알차고 내용은 깊다. 허세만 가득한 힙합이 아니라서 더욱 돋보인다.


Nao [For All We Know]
마치 '여자 위켄드(The Weeknd)' 같다. 전자음이 들어간 창백한 반주, 이를 가르고 등장하는 가녀린 음성이 음울함을 극대화한다. 곡들이 갖는 공기는 차갑지만 어느 정도 무게감을 띠는 베이스라인과 루프로 탄력도 나타낸다. 게다가 1980년대를 연상시키는 R&B 스타일을 들임으로써 복고 트렌드도 같이 내보인다. 특색이 분명한 작품이다.


Radiohead [A Moon Shaped Pool]
다른 듯하면서도 익숙하다. 요즘 트렌드를 거부할 수 없었는지 라디오헤드는 전자음악과 아트 팝의 성분을 꽤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는 밴드가 대체로 표현해 왔던 양식이기도 하다. 미세한 변화와 크게 이탈하지 않는 평상시의 노선이 함께 나타난다. [A Moon Shaped Pool]은 강화된 앰비언트 터치, 호흡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견고한 구조, 특유의 우울함을 오가며 재미있는 줄타기를 한다.


Maxwell [blackSUMMERS'night]
똑똑한데 노력은 하지 않는 아이가 뭔가 하는 시늉을 조금이라도 했을 때 완전히 달라 보인다. 부모님들은 그런 모습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맥스웰의 [blackSUMMERS'night]는 그와 비슷한 마음으로 좋아해 줄 수밖에 없다. 1년 단위로 3부작을 선보이겠다며 2009년 공언했지만 7년이나 지나서 두 번째 시리즈를 선보였다. 뒤늦게 약속을 지킨 것도 고마운데 노래들도 준수해서 감격스럽다. 다만 '블랙서머스나이트'의 마지막 작품이 또 언제 나올지 모르는 것이 이 똑똑하지만 게으른 뮤지션이 마련한 함정이다.


The 1975 [I Like It When You Sleep, for You Are So Beautiful yet So Unaware of It]
장황한 앨범 제목만큼이나 구성물 또한 다양하다. 밴드의 정체성인 록은 기본에 펑크(funk), R&B, 일렉트로팝, 댄스 록 등이 거대한 물결을 이룬다. 숨이 가쁘고 어수선하게 느껴질 법한데 노래들은 이질감 없이 다가온다. 하나하나의 구성이 단단하며 1집의 큰 마력이었던 잘 들리는 선율이 이번에도 생명력을 잃지 않은 덕분이다. 이들 영국의 4인조 밴드는 실력을 검증함은 물론 다음 작품까지 기대하게 만들었다.


School of Seven Bells [SVIIB]
미국의 원 맨 밴드 스쿨 오브 세븐 벨스는 드림 팝이라고 다 졸음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차분히 나풀거리는 선율, 음과 음 사이의 여백은 영락없는 드림 팝의 성분이지만 경쾌한 전자음을 바닥에 깔아 활력을 같이 전달한다. 아련한 대기와 심하지 않은 생생함이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보컬 알레잔드라 데헤자(Alejandra Deheza)의 신비로운 음색도 흡인력을 증대하는 요소다. 마치 엔야(Enya)가 처치스(CHVRCHES)의 곡에 노래를 부르는 것만 같다.


Kaytranada [99.9%]
일렉트로니카가 거의 모든 수록곡의 뼈대로 쓰이고 있지만 객원 가수들의 참여로 노래들은 최종 단계에서 전자음을 들인 힙합과 R&B로 전달된다. 때문에 케이트라나다의 이 데뷔 앨범은 2000년대 초반에 나왔던 BBE 레이블의 '비트 제너레이션 시리즈'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단순히 추억 환기만 하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멜로디는 뻔하지 않으나 편안하게 다가오고 비트는 어설픔 없이 말끔하다. [99.9%]는 적당한 개성과 흡족할 만한 완성도를 겸비한 앨범이다.


David Bowie [Blackstar]
그동안 보여 왔던 대로 이번에도 아트 록이 중심을 차지했다. 그러나 식상하지 않다. 데이비드 보위는 재즈를 광범위하게 주입해 색다른 맛을 완성한다. 곡들이 일반적으로 지닌 복잡성은 재즈의 적극적인 혼합으로 더욱 증대된다. 더불어 고딕 록, 포스트 펑크 등 다른 장르를 곁들이면서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근사한 작품으로 음악팬들에게 감격과 설렘을 안겼다.


덧글

  • 섹사 2016/12/23 00:12 #

    맥스웰은 감동이었습니다...
  • 한동윤 2016/12/24 11:37 #

    기다려 준 보람이 있었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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