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가요 최악의 이것저것들 원고의 나열

마지막으로 또다시 한 해를 정리한다. 멋진 노래, 기념할 만한 순간도 많았지만 좋지 않은 작품, 실망스러운 일도 제법 있었다. 2016년의 끝자락을 앞두고 그리 흡족하지 못했던 작품과 사건을 꼽아 본다. 덮어 두고 싶은, 아름답지 않은 일들이지만 이를 곱씹어야 쇄신하고 발전할 수 있다. 2017년에는 우리 대중음악계가 올해보다 더 근사해지길 희망한다.


불성실한 꼼수 | MC 몽 [U.F.O]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일러 준다. 2년 만에 선보인 정규 앨범 [U.F.O]는 2014년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Miss Me Or Diss Me]의 방식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습관성을 넘어 불치의 지경에 이른 컬래버레이션 도배, 지문과 같은 수준이 돼 버린 현악기 집착, 감동 없는 사랑 타령이 여전히 나타났다. 뻔한 동어반복이 [Miss Me Or Diss Me] 이전부터 행해져 왔기에 지루함은 무척 클 수밖에 없다.

물릴 대로 물린 표현이지만 MC 몽은 이 스타일을 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 완성한 노래가 잘 팔리기 때문이다. 까다롭지 않음, 익숙함에 대중은 MC 몽의 노래를 찾는다. 이를 잘 알기에 MC 몽은 팔기 좋은 노래만 들고 나온다. 그는 신작을 통해 아티스트가 아닌 장사꾼의 면모를 재차 선전했다. 병역 회피뿐만 아니라 상업성에 혈안이 된 태도가 그를 더 구차하게 보이도록 한다.


최악의 가사 1 | 옹달샘 '좋아요 누르고 팔로우'
어떻게 보면 획기적이다. 훅을 제외한 모든 가사가 무의미한 음절로 이뤄져 있다. 재즈에서는 스캣으로만 노래를 완성하는 경우가 있지만 가사가 중시되는 힙합에서는 유례없는 일이다. 신선한 방식이긴 해도 오직 재미를 추구한 파격이라서 뜻깊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노래가 쉽게 생산되고 쉽게 소비되는 씁쓸한 세태를 다시금 깨닫는다.


최악의 돈지랄 뮤직비디오 | '아라리요(ArariㆍYo!) 평창'
몸을 주체할 수 없는 "흥" 바이러스와 평창은 무슨 관계가 있는가? "평창동계올림픽"이 재미있고 역동적인 행사가 될 것임을 표현하기 위해 대입한 조건이겠지만 연관성이 너무 떨어진다. 이 설정은 흥만 부각하는 데 그친다. 평창과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 소개하기는커녕 평창을 단순히 놀고 춤추는 지역으로 만들고 말았다. 참 잘들 하는 짓이다.

평창과 '경기 아리랑'은 또 무슨 관계가 있나? 그저 국민들에게 가장 익숙한 노래라는 이유로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뮤직비디오는 외국인들에게 올림픽을 홍보할 목적으로 제작됐다. 이 노래와 영상을 매개로 댄스 콘테스트를 개최하고 '아리랑'을 외국인들에게도 각인하겠다는 의도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전자음악에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과 유사한 싸구려 개그 코드를 사용했다. 얄팍하고 한심하다. 21세기에 문화를 일차원적으로 전달하려는 발상을 하다니 전두엽이 데커레이션인가 보다.

아무런 맥락도 없고 웃기려고 용은 쓰지만 재미마저 없는 이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데 2억 원이 들었다고 한다. 장하다. 하지만 돌고래한테 팔다리를 붙여 주면 이것보다 훨씬 의미 있는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 있을 듯하다.


최악의 리메이크 앨범 | 젝스키스 [2016 Re-ALBUM]
형보다 나은 아우 없다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한다. 16년 만의 재결합을 자축하며 낸 리믹스 앨범의 노래들은 대부분이 원곡만 못하다. EDM, 일렉트로팝, 트로피컬 하우스, 신시사이저가 리드하는 미니멀한 팝 등 지금의 인기 문법으로 옷을 갈아입었지만 너무나도 어색하다. 원곡의 정서는 1990년대에 기거하는데 외양만 번지르르하게 바꾼 결과다. 원곡이 지녔던 수수함과 풋풋한 활기를 끌어올리기보다 트렌드를 들이는 데에 급급했다.

그나마 어울리는 모양을 나타낸 노래는 '연정' 정도다. 트로트풍의 멜로디가 라틴음악 스타일의 구슬픈 기타 연주로 더 부각됐다. 하지만 'Com' Back (2016)', '기사도 (2016)', 'Road Fighter (2016)' 같은 노래들은 센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중점을 두느라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답답해져 버렸다. 오리지널의 편곡도 그리 훌륭하지 못했지만 이 리믹스는 더 별로다. 이 앨범이 원곡보다 유일하게 나은 점은 마스터링이 깔끔하다는 것뿐이다.


최악의 커버 | 엔이티(NET) 'Oh Hey-Ya'
수많은 걸 그룹이 쏟아져 나오는 가요계에서 노출은 신인이 택하는 만만한 궁여지책이다.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 행하는 어쩔 수 없는 몸부림이다. 섹시 콘셉트가 대세가 아님에도 노출로 시선을 끌려는 걸 그룹은 여전히 존재한다. 기반이 전무한 걸 그룹의 불가피한 생존 전략이다.

가수라고 하기에는 좀 그런, 나이트클럽이나 쇼핑몰 행사에서 뛰는 댄싱 팀에 지나지 않는 엔이티(NET)가 섹시를 내세운 이들 중 하나다. 멤버들은 4등분된 프레임 속에서 육감적인 포즈를 취한다. 섹시하긴 하지만 싼티도 같이 좔좔 흐른다. 어떻게 망하지 않는지 궁금한 동네 허름한 호프집의 달력에서 보던 자세와 구도다. 정겨운 구석은 있어도 애처로운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올해의 간붙쓸붙 | San E
10월 말 San E가 랩을 하고 주연으로 출연한 공익광고가 공개됐다. "한글 등 올바른 언어 사용"을 목적으로 만든 홍보 영상이다. 그런데 San E는 비속어, 욕설, 영어를 노래에서 즐겨 써 온 인물이다. 본인이 자신의 전적을 잘 알 텐데 이 공익광고에 출연하다니 낯짝이 참 두껍다. 그동안의 바람직하지 못한 언어 구사를 뉘우치는 그 어떤 언행 없이 이런 광고에 나서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모습이다. San E는 이 광고 출연을 고사했어야 했다.

첨언하자면 공익광고협의회의 기획도 잘못됐다. San E가 유명하고 힙합이 인기라고 이런 구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익을 목적에 둔 광고이기에 해당 주제를 말하는 데 무결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기본이다. 제작 초기 단계부터 엉성했다. 게다가 한글은 문자다. 정작 한글에 관한 내용은 없으면서 "구하라 한글"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내용도 비웃음을 사는 일이다.

San E의 꼴사나운 모습은 하나 더 있다. 그는 11월 말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듯한) 노래 '나쁜X (Bad Year)'를 발표했다. 의아함을 자아내는 노래다.

일단 불과 얼마 전까지 올바른 우리말 사용 습관을 기르자는 구호를 전달한 양반이 영어와 속어를 열심히 쓴 것부터 문제다. 이것보다 더 심각한 하자는 진실함이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동안 San E가 노래를 통해 체제에 반기를 들고 개혁을 부르짖어 왔었나? 결코 아니다. 게다가 비공식 음원을 왕왕 냈던 인물이 왜 이 노래는 정식으로 발표했는지도 의심을 살 만하다. 전 국민적으로 분노가 이는 분위기에 편승해 음원 팔아먹겠다는 태도로 여겨지기에 충분하다. 박쥐가 따로 없다.


최악의 가사 3 | 블랙넛 '펀치라인 애비 2'
힙합을 아무런 고민과 여과 없이 받아들이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 여성을 성적 노리개로 취급하고 사회적 약자를 비교 대상 삼아 자신을 포장하는 짓은 좋은 예술이라고 할 수 없다. 블랙넛이 내보이는 반인륜적 정서는 힙합의 그릇된 전통 중 하나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 점은 언어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언어를 사려 없이 닥치는 대로 내뱉는다면 짐승만도 못한 존재가 되고 만다. 블랙넛의 랩이 솔직하다고, 시원하다고 찬양하는 청취자들은 이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만난 탈세계 | 인순이
인순이가 탈세로 대중의 뭇매를 맞았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의 소득에 관해 조사를 벌인 결과 과소 신고를 했음이 판명된 것이다. 탈루액은 무려 66억에 달한다고 전해졌다. 2008년 탈세 행위가 적발돼 9억 원대의 추징금을 낸 데 이어 또다시 탈세로 도마 위에 올랐다.

2008년 탈세 행위가 드러났을 때 인순이는 "세무 관계에 대한 무지로 발생한 일"이라면서 "의도적인 누락은 아니며 이후부터 성실하게 신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말은 참 쉽게 한다. 수십억 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잘 몰라서, 실수로 누락할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몸 만들 시간에 회계 업무에 신실하게 신경을 썼어야 했다. 그놈의 부주의가 계속 쌓여 인순이는 "탈순이"라는 별명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납세는 국민의 기본 의무 중 하나다. 스타는 국민의 의무를 건실하게 이행해야 국민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다. 인순이를 비롯한 의무 방기 요인(妖人)들은 이를 알아야 한다.

멜론-멜론매거진-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4441&startIndex=0


덧글

  • 무명 2016/12/30 14:28 # 삭제 답글

    공감가는 좋은글..촌철살인 잊니다 잫읽었습니다 특히 산이눈 백퍼센트 공감합니다
  • 한동윤 2017/01/01 15:27 #

    감사합니다. :)
  • 진영 2017/01/03 14:19 # 삭제 답글

    참 참 맞는말만어쩜 이리써놓으셨는지.잘읽고갑니다
  • 제주삼다수 2017/01/04 11:08 # 삭제 답글

    우연히 들어왔는데 말씀 참 잘하셔요.. 좋네요 잘읽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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