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조 슈퍼그룹을 찾아서 원고의 나열

많은 음악팬을 흐뭇하게 할 기획이었다. 대중음악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아이돌 스타들의 만남이기도 했다. 이달 19일 출시된 루나, 하니, 솔라의 합작 싱글 'Honey Bee'는 색다름과 희소성으로 환하게 빛을 발했다. 여러 보이 밴드와 걸 그룹이 잇따라 출격해 혼전이 일었던 1월 가요계에서 이 컬래버레이션은 단연 돋보였다.


f(x)의 루나, EXID의 하니, 마마무의 솔라, 이렇게 대세 걸 그룹의 핵심 멤버들이 모였으니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정상급 작곡가 박근태가 프로듀서를 맡아 더욱 기대감을 높였다. 고고(Go-go) 리듬과 색소폰 루프를 장착해 발랄한 외형을 갖춘 'Honey Bee'는 멤버들의 나무랄 데 없는 가창력이 더해져 청량감을 내보인다. 세 주인공은 각자 선명한 존재감을 나타내면서도 서로 강약을 나눠 조화로운 모습을 연출한다. 노래는 이질감이 감지되지 않는 협업으로 한 번 더 도드라진다.

참신하고 근사한 연합이지만 일회성이라는 사실이 아쉽다. 2014년 'Bang Bang'을 발표했던 Jessie J, Ariana Grande, Nicki Minaj의 경우와 같다. 그룹이나 솔로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쳐 온 뮤지션들이 뭉쳤다는 점에서는 'Honey Bee' 프로젝트도 슈퍼그룹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자신들만의 새로운 이름(각자의 예명에 착안해 이를 테면 "달꿀해" 같은)을 짓고 일정 기간 한 팀으로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서 엄밀히 슈퍼그룹은 아니다. 기록적인 연대로 남지 못해서 더 섭섭하다.

그 미련을 진짜 슈퍼그룹을 찾으며 달래기로 한다. 아이돌 가수는 아니지만 특급 뮤지션들이 모여 음악팬들에게 설렘을 안긴 사례가 상당수 된다. 그들을 일일이 거론하기에는 워낙 많으니 루나-하니-솔라와 같은 3인조를 살펴본다.

R&B의 슈퍼그룹들
한때 유해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갔던 MSG가 아니다. LSG다. 1970년대 많은 사랑을 받은 R&B 그룹 The O'Jays의 프런트맨 Eddie Levert의 아들 Gerald Levert와 뉴 잭 스윙의 선구자 중 하나인 Keith Sweat, 1980년대 최고의 흑인 아이돌 그룹 New Edition의 신규 멤버로 활동한 Johnny Gill이 결성한 그룹이다. 구성원들의 경력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기운이 느껴지는 팀이었다.


LSG의 명명백백한 강점은 셋 다 훌륭한 보컬리스트라는 사실이다. 1997년 출시한 데뷔 앨범 [Levert.Sweat.Gill]은 "역시"라는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멋진 보컬을 선사한다. 세 절창은 절제와 폭발을 번갈아 행하면서 감미로움과 애절함을 두루 표현한다. 조금 부풀려서 얘기하자면 R&B 보컬의 교본이라고 칭할 수 있을 만큼 균형 잡힌 가창을 들려줬다. 이들의 활약은 후배 R&B 가수 Tyrese, Ginuwine, Tank가 2007년 TGT를 결성하는 데에 영감을 줬다.

그룹으로서 첫 활동을 성공적으로 치른 세 멤버는 이후 개인 작업에 전념하다가 2003년 LSG의 이름으로 2집을 발표했다. 앨범은 빌보드 앨범 차트 6위에 오르며 좋은 성적을 거뒀으나 히트곡을 배출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차트에서의 성적과 관계없이 더 진행될 것 같았던 이들의 협업은 2006년 Gerald Levert가 약물 부작용에 따른 심장마비로 사망하면서 영영 볼 수 없게 됐다.


1999년 Lucy Pearl의 결성 소식이 전해지자 음악팬들 사이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뉴 잭 스윙 시대를 화려하게 수놓은 Tony! Toni! Tone!의 Raphael Saadiq, 1990년대 초반 'Free Your Mind' 등으로 큰 인기를 끈 여성 4인조 En Vogue의 Dawn Robinson, 재즈 힙합의 중핵인 A Tribe Called Quest의 Ali Shaheed Muhammad가 팀이 된다니 놀랍고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원래는 D'Angelo도 합류할 예정이었으나 일정 문제로 빠지고 대신 Dawn Robinson이 함께하게 됐다.

작곡, 연주, 프로듀싱, 보컬 모두 다 탁월한 재능을 지닌 명인들이 낸 데뷔 앨범은 많은 사람의 예상대로 준수했다. 노래들은 네오 소울, R&B, 힙합의 성격을 포괄함으로써 부드러움과 적당한 리듬감을 나타냈다. 또한 Dawn Robinson이 홍일점으로서 노래를 더욱 달콤하게 만드는 감미료 역할을 했다. 매체들과 마니아들로부터 좋은 평을 들었음에도 데뷔 앨범 [Lucy Pearl] 뒤로 활동을 마감해 서운하다.

EDM의 슈퍼그룹들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중 3인조 슈퍼그룹 하면 많은 이가 Swedish House Mafia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1990년대 중반부터 수많은 리믹스 작업으로 인지도를 쌓아 온 Axwell, 2003년 자신의 레이블 사이즈 레코드(Size Records)를 설립하고 음반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Steve Angello, 1999년부터 디제이,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스웨덴 EDM의 핵심 인재로 등극한 Sebastian Ingrosso가 의기투합한 그룹이다.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이들은 곧 세계 정상의 디제잉 팀으로 발돋움했다.


Swedish House Mafia는 각각 2010년과 2012년 출시한 [Until One]과 [Until Now]를 통해 그동안 공개했던 싱글들, 멤버들이 따로 창작하거나 리믹스한 작품들을 다량으로 수록해 공연장 밖의 음악 마니아들에게도 열기를 선사했다. 완급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치밀한 전개, 듣는 이를 흥분하게 하는 에너지의 끊임없는 분출, 멜로디와 리듬을 균등하게 아우른 음악을 앨범으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Swedish House Mafia는 한 해 수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릴 만큼 명실상부한 대스타가 됐다. 그럼에도 [Until Now] 발매에 앞서 해체를 예고했고 번복 없이 깔끔하게 퇴장했다. 돈을 그렇게나 많이 벌었으니 부릴 수 있는 배짱이다. 그룹으로의 활동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으나 멤버들은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다.


Excision, Downlink, KJ Sawka로 구성된 Destroid의 인지도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전자음악 골수팬이 아닌 이상 대부분이 잘 알지 못한다. 호주 록 밴드 Pendulum의 드러머로 활동한 KJ Sawka가 멤버들 가운데 그나마 많이 알려진 편이다. 유명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들은 라이브로 덥스텝, 드럼 앤드 베이스 등의 음악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가뜩이나 센 음악을 추구하는데 이를 밴드 형식으로 소화하는 덕에 Destroid의 공연은 늘 뜨겁다. 여기에 주문을 외우는 듯한 왜곡된 사운드의 보컬로 몽환적인 기운을 배가한다. 얼핏 보면 사이비 종교 집단의 의식 같다. 영화 "배틀쉽"(Battleship)에서 나온 외계인들을 떠올리게 하는 기이한 전투복 복장은 재미있는 볼거리다.

우리나라의 슈퍼그룹들
최근 16세 연하 아내를 맞이해 화제가 된 "가요계의 테리우스" 신성우와 015B의 기타리스트 장호일, 넥스트의 드러머 이동규가 1995년 결성한 지니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자 솔로와 그룹으로 보여 줬던 성향을 간직하면서도 펑크 록을 시도해 신생 그룹으로서 새로운 방향을 나타냈다. 펑크 록의 성격 때문에 일정 부분 반항심과 염세주의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었지만 타이틀곡 '뭐야 이건'은 호쾌한 멜로디와 진취적인 가사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국에 세계의 3대 기타리스트 Eric Clapton, Jimmy Page, Jeff Beck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김도균, 김태원, 신대철이 있다. 한국의 3대 기타리스트로 일컬어지는 이들은 D.O.A.라는 이름으로 2003년 [Dead Or Alive]를 발표하며 드디어 한 자리에 선다. 결코 흔하지 않은 이벤트였으며 명성에 걸맞게 단단한 연주를 들려줬음에도 앨범은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단발에 끝나서 아쉬운 슈퍼그룹이었다.


1979년생 동갑내기 강타, 신혜성, 이지훈이 2003년 결성한 S의 정규 앨범은 한 장뿐이지만 최근 KBS "불후의 명곡"에 그룹으로 출연하면서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 발라드라는 공통된 음악 성향에 오랜 세월 쌓은 친분까지 더해지니 균열 없이 언제든 뭉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셋 모두 미성이라 음악적으로는 단조로운 느낌이 들긴 해도 이 점이 대중성으로 작용해 누구나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한다. 또한 S는 아이돌 가수 최초의 슈퍼그룹이라는 특별한 의미도 갖고 있다.

한국 힙합의 거장 타이거JK, 윤미래 부부에 이들과 단짝처럼 지내는 Bizzy가 2013년 결국 한 팀을 이뤘다. MFBTY로 처음 노래를 냈을 때에는 음악적 변신이 갑작스럽게 이뤄져 어색한 느낌이 약간 들었지만 2015년에 선보인 정규 음반에서는 익숙함과 신선함을 적절하게 안배해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타이거JK는 올해 발매할 드렁큰 타이거 9집을 끝으로 드렁큰 타이거 활동을 마감한다고 하니 자연스레 MFBTY 활동에 추진력이 붙을 것 같다.

멜론-멜론매거진-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4534&startIndex=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