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 아이폰 광고음악의 주인공 메리언 힐(Marian Hill) [Act One] 원고의 나열


애플도 득이었고 밴드한테도 득이었다. 애플은 대중을 광고에 집중시킬 수 있었고 밴드는 광고를 통해 유명해지게 됐다. 올해 초 애플이 야심을 품고 공개한 무선 이어폰 '에어팟' CF는 무척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광고가 게시된 유튜브 페이지 조회수는 빠르게 수백만을 넘겼다. 광고에 출연한 댄서 릴 벅(Lil Buck)의 춤도 흥미로웠지만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혼성 듀오 메리언 힐(Marian Hill)의 'Down'이 광고의 묘한 느낌을 증대하며 이목을 끄는 데 한몫 단단히 했다. 2016년 7월에 출시된 'Down'은 올해 3월 빌보드 싱글 차트 21위까지 올랐다. 제대로 윈윈이 이뤄졌다.

지금의 성공은 결코 횡재가 아니다. 메리언 힐의 음악에는 뚜렷한 강점이 존재한다. 이들은 일렉트로니카를 주메뉴로 택해 트렌디함을 유감없이 과시한다. 여기에 보컬을 잘게 잘라 이어 붙이는 특유의 편곡은 노래들을 한결 생기 있게 만든다. 한편으로는 R&B의 성격을 구비해 그윽함도 낸다. 프론트우먼 서맨사 곤골(Samantha Gongol)의 음성은 영롱함과 관능미를 겸비해 이채로운 맛을 키운다. 이런 특성들로 인해 처치스(CHVRCHES)라든가 뱅크스(Banks), 헐지(Halsey) 같은 가수가 연상되기도 한다. 때문에 메리언 힐의 음악을 처음 들어도 왠지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독특함과 익숙한 면모, 안정감을 두루 갖추고 있으니 음악팬들의 눈에 띄는 것이 당연하다.

에어팟 광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듯 얇게 벤 보컬로 루프를 만드는 것이나 도려낸 보컬을 왜곡해 새로운 멜로디를 짓는 방식은 메리언 힐의 으뜸 매력이다. 마치 전자오락 배경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아기자기한 사운드가 내내 청량감을 책임진다. 보컬 샘플이 하이햇 리듬과 맞물려 귀여움과 역동성을 함께 표출하는 'Down', 입으로 내는 소리를 이용한 루프와 간간이 곁들인 전자음으로 경쾌함을 지속하는 'Wild', 빠른 속도로 분절되는 보컬이 앙증맞게 다가오는 'Good'이 그렇다. 주력하는 편곡 형식 덕에 발랄한 기운이 맴돌지만 'Down', 'I Know Why' 같은 곡은 피아노의 리드로, 'Same Thing'은 현악 프로그래밍을 깔아 서정적인 분위기를 낸다. 이렇듯 메리언 힐의 음악은 무겁지 않으면서도 고요한 맛이 있다.

그룹은 흑인음악의 성향도 함께 내비친다. 'Talk to Me'는 관악기를 중심 악기로 택해 예스러운 솔뮤직의 정취를 풍긴다. 내려찍듯이 등장하는 브라스가 노래를 힘 있게 꾸미는 가운데 간주를 메우는 브라스 루프는 펑키함을 보완한다. 현악기를 손끝으로 튕기는 연주가 탄력을 담당하는 'Sad Song'은 2000년대 초반에 유행한 컨템포러리 R&B를 연상시키며, 'Take Your Time'은 탁한 관악기 프로그래밍과 음울한 피아노 연주를 통해 블루스의 향기를 낸다. 흑인음악까지 아우르는 모습은 메리언 힐의 음악을 한 번 더 색달라 보이게 한다.

앨범을 관통하는 보컬 자르기 작법으로 이들의 존재는 절로 각인된다. 이 편집은 뉴 슈즈(Nu Shooz)의 1986년 히트곡 'I Can't Wait' 같은 프리스타일 장르에서 자주 행해진 기술이라 장년 음악팬들은 향수도 느낄 만하다. 곳곳에 위치한 오케스트라 히트 효과도 1980, 90년대 유행한 문법이기에 그룹의 음악을 들으면 과거가 소환된다. 이처럼 그룹은 현재의 유행을 따를 뿐만 아니라 복고도 포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스타일리시함을 충분히 나타낸다. [Act One]은 메리언 힐이 광고를 넘어 세계적인 밴드로 발돋움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2017/02


덧글

  • 2017/03/30 15:24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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