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처럼 번지는 월간 프로젝트 원고의 나열

매일 새로운 노래가 나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음반 시장의 평범하고 당연한 일상이다. 하지만 한 가수가 매달 신곡을 발표하는 것은 꽤 특별한 일이다. 대중음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 가수와는 확실히 다른 음악 공개 패턴이기에 이런 활동은 음악팬들의 눈길을 끌 만하다.


2010년 윤종신에 의해 개시된 "한 달에 한 곡 공개하기"는 이제 새로운 유행으로 정착되다시피 하는 상황이다. 아이돌 밴드 DAY6는 "Everyday DAY6"라는 제목으로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아 왜 (I Wait)', '예뻤어', '어떻게 말해' 등을 발표했다. 레게 뮤지션 스컬은 "THC(Time Has Come)"를 표어로 앞세워 2월부터 매달 신곡 출시하기에 착수했다. 래퍼 베이식도 "WTF(Way To Foundation)"라는 타이틀을 달아 2월부터 월간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윤종신의 행보는 비주류, 비인기 장르 음악인들에게도 영향을 뻗쳤다. 한때 가요계 최초로 "가장 긴 노래 제목"의 기록을 거머쥐었던 포크 싱어송라이터 송시현, 성인가요 가수 한가을이 매월 노래를 선보이는 활동을 진행했다. CCM(현대기독교음악) 가수 일천번제와 초롬, 재즈 밴드 빅타이거 그룹, 피아니스트 유현진 등이 한시적으로 이런 움직임을 벌였거나 진행 중이다. 윤종신은 가요계의 신경향을 만들었다.

개성과 지속성이 무기
유세윤은 윤종신의 뒤를 이어 이 흐름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15년 1월에 첫걸음을 뗀 뒤 현재까지 프로젝트를 장기간 지속함으로써 뚜렷한 자취를 남겨 왔다. 무엇보다도 개그맨의 감각을 십분 살린 익살스러운 노랫말은 그만의 특징을 확립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가사는 웃기지만 음악은 다양성과 전문성을 나타내 가볍게 들리지 않도록 했다. 여기에 박재범, 권혁수, 베스티의 다혜, 정상훈 등 가수는 물론 인기 연예인을 두루 섭외해 대중의 관심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


하지만 유세윤의 스타일은 양날의 검과 같다. 가사로는 대체로 코믹함을 취하고 곡은 비교적 전문적으로 가는 방식은 이미 UV로서 보여 준 것이기 때문이다. 그룹이나 솔로 활동이나 별반 차이 없는 방향은 식상함을 가증하고, 나아가서는 두 활동 모두에 대한 기대감을 깎아내린다. 따라서 기존에 그룹으로 작품 활동을 해 왔던 이라면 차별화된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주도적으로 붓고 알아서 찾는 적립 활동
한 달에 한 곡을 선보이는 활동은 적금이나 다름없다. 여섯 달을 쌓으면 EP가 생기고, 1년을 이어 나가면 정규 앨범이 완성된다. 차곡차곡 성실하게 곡을 적립하면 기한에 맞춰 원하는 규모의 음반을 뽑을 수 있다. 만기일은 뮤지션 마음이니 레이블에 속하지 않은 인디 뮤지션들에게는 괜찮은 방편이 된다. "을은 갑의 회사에서 얼마 동안 몇 장의 앨범을 낸다." 이런 식의 계약에서도 자유롭다. 규칙성은 있지만 강제성에서는 부담이 덜한 방식이다.


세 명의 싱어송라이터가 결성한 원효로 1가 13-25가 그런 식으로 음반을 제작했다. 이들은 "월세 재계약 프로젝트"라는 타이틀로 2013년 1월부터 6월까지 낸 싱글을 엮어 7월에 EP를 발표했다. 롤러코스터 이상순과 동명이인인 싱어송라이터 이상순 역시 2015년 6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선보인 열 곡(2016년 2월에는 곡을 내지 못했다.)으로 정규 앨범을 만들었다.

여성 듀오 풋풋도 한 달에 한 곡 출품하기 트렌드를 장식한 인물들이다. 2014년 3월 '새내기쏭'으로 데뷔한 풋풋은 2015년 2월부터 "달달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1년 동안 싱글을 공개했다. 몇 년 전부터 달콤하다는 뜻으로 잘못 쓰이는 단어 "달달"이 암시하듯 이 시리즈의 노래들은 하나같이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대기를 띤다. 일종의 콘셉트 앨범을 기획한 셈이다.


많은 이가 공감할 만한 노랫말은 프로젝트의 특징과 방향을 구체화한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 뒤 언제 고백할까 고민하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할 말이 있어', 매일 아침 버스 정류장에서 보던 호감 가는 이성이 안 보이자 궁금해하는 '사람을 찾습니다', 소개팅한 사람과 만남을 거듭하면서 점점 설레는 심정을 묘사한 '안녕하세요' 등 대부분 노래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상황을 현실적으로 풀어낸다. 통일성이 분명한 프로젝트였지만 이들은 노래들을 정규 음반으로 내지는 않았다.

단순히 모은다고 장땡이 되지는 않는다
한 달에 한 곡 발표하기 방식은 뮤지션에게 가시적인 성과일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창작 활동을 하고 있음을 선전하는 유용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도 단점이 있다. EP나 정규 음반으로 내보일 경우에는 신선도가 떨어지는 상품이 된다는 사실이다. 이미 내놨던 노래들을 반갑게 맞아 줄 사람은 그 뮤지션의 팬 말고는 없을 것이다.


미국 래퍼 50 Cent가 그런 예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는 2014년 다섯 번째 정규 앨범 [Animal Ambition]을 출시하기에 앞서 앨범에 수록될 열한 곡을 모두 싱글로 공개했다. 이렇게 김을 다 빼 놓은 것이 탈이었을까? [Animal Ambition]은 4집 [Before I Self Destruct] 이후 5년 만에 출시하는 작품이었음에도 판매량은 이전 앨범이 기록한 성적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50 Cent를 통해서 깨달을 수 있듯 정직하게 이미 선보인 노래들로만 앨범을 구성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결정이 아니다. 앨범으로 출품할 때에는 보너스, 서비스가 될 만한 리믹스 버전이라든가 새로운 노래를 넣음으로써 건성으로 취합만 한 것이 아님을 나타내 줘야 한다.

뮤지션이라면 따라 하기 전에 따져 보자
한 달에 한 곡을 공개하는 활동은 음악의 인스턴트화가 심해진 디지털 음원 시대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여겨진다. 큰 제작비를 들이지 않고도 창작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는 전시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달에 한 곡이라는 주기와 목표치를 설정함으로써 프로젝트의 단기적, 장기적인 흐름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계획이 이뤄졌다면 다음에는 행동이 중요하다. 이런 움직임은 포레스트 검프의 미국 횡단 달리기처럼 끈기 있게 장기간 이어 나갈 때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다. "월세 유세윤"은 초반에 살짝 삐끗거렸다. 유세윤은 2015년 1월에 프로젝트를 시작해 한 달을 건너뛰고 6월에 다섯 번째 싱글을 냈다. 이후 한동안 노래를 내지 않다가 2016년 3월부터 신곡 출시를 재개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오래 지속해야 조금씩 빛이 난다.

하지만 그의 월세 내기는 때때로 밀리는 중이다. 한 달에 한 곡을 출시하는 활동은 물 건너갔다. 유세윤은 유명인이라서 띄엄띄엄 내도 많은 이의 관심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인지도가 낮은 뮤지션이 이런 활동에 착수한다면 반드시 성실해야 한다. 소문난 맛집은 오늘 부득이하게 영업을 하지 않아도 내일 다시 사람들이 줄을 서지만 운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가게는 하루 문 닫고 난 뒤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길지도 모른다. 자영업자의 태도가 요구되는 일이다.

주기적인 곡 공개를 따라 하기 전에 숙고해 볼 것이 또 있다. 예술 작품은 노력만 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갖은 고민을 하고 영감이 될 만한 것을 찾아봐도 작품을 기한 내에 완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때문에 유행이라고 무턱대고 뛰어들기보다는 자신의 창작 습관, 생활 패턴 등을 충분히 검사한 뒤에 도전해야 할 것이다. 기간을 정해 놓고 노래를 발표하겠다는 것은 자신의 계획뿐만 아니라 음악팬들과의 약속이 되기 때문이다.

멜론-멜론매거진-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4772&startIndex=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