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를 희롱하는 왕, 스윙스 원고의 나열


뇌는 머리의 밀도를 높이려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뇌는 두개골의 강도를 검증하기 위한 피실험체로서 거기 있는 것이 아니다. 뇌는 경추에 하중을 조금이라도 더 가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뇌는 이런 역할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뇌의 주된 기능 중 하나는 사고를 담당하는 것이다. 뇌는 다른 신체 부위들이 받은 자극을 종합적으로 인지해 감각과 감정을 합리적으로 다스린다. 어떤 행동을 할 때 그간 축적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적합한 판단을 하게 한다. 상상을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 내기도 한다. 뇌는 이처럼 생각 전반을 맡는다.

생각에는 제어도 포함된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쌓은 지식과 경험을 갈무리해 애초에 뜻했던 말이나 행동을 통제하는 것도 생각의 한 부분이다. 이로써 사람 사이의 불필요한 갈등이 방지되고 남에게 해를 입힐 일이 줄어든다. 하지만 이성적인 사고에 의한 여과가 이뤄지지 않을 때에는 보통 사람들의 인식 또는 사회의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을 저지르게 된다. 그런 경우에는 어김없이 '생각 없는 사람'이라는 지탄이 쏟아진다.

지난 3월 말 스윙스가 대중으로부터 뭇매를 맞은 일도 무절제한 행동에 기인한다. 그는 래퍼 비즈니즈가 2010년 7월에 낸 [Ego]의 수록곡 중 '불편한 진실'에 참여해 2008년 세상을 떠난 최진실을 가사의 소재로 썼다. 고인을 기리는 것이 아닌 단순한 비유를 위한 선택이었기에 눈살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그가 시기하는 누군가를 모욕하고 자신을 강한 존재로 수식하기 위해 망자를 이용해 먹으니 역겨움마저 든다. 당장 토가 나와도 전혀 이상한 반응이 아니다.

스윙스의 가사에는 더 큰 잘못이 있다. 최진실의 자녀들까지 같이 노랫말의 재료로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그는 "불편한 진실? 너흰 환희와 준희. 진실이 없어. 그냥 너희들뿐임. 너에게 불편한 진실은 바로 나야."라며 최진실의 남겨진 아들과 딸을 풍자 대상으로 삼았다. 그의 말마따나 그가 정말 불편하다. 뇌를 빠뜨린 듯한 말이지만 본인이 하는 짓거리는 제대로 묘사했다. 손가락을 입에 넣지 않아도 토가 나올 것 같다. 토 제조기다.

최진실은 이런저런 좋지 않은 소문들로 고통스러워하다가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최진실이 생을 마감한 뒤에 남동생 최진영과 남매의 아버지이자 전 남편인 조성민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어머니를 잃은 것만 해도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었을 텐데 믿기 어려운 일이 연이어 벌어졌으니 남매가 받은 고통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컸을 것이다. 또한 최진실의 유골이 도난당하고 최진실과 최진영의 묘가 공원묘지의 사기 분양으로 이장될 위기를 맞는 등 황당한 사건이 거듭됐다. 괴로움이 가실 날이 없었다.

게다가 부모와 삼촌이 모두 유명인이었기 때문에 남매는 매체와 대중의 극성스러운 시선까지 떠안아야 했다. 열 살 남짓한 어린아이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일이다. 연령으로 보나 처한 상황으로 보나 남매는 명백한 사회적 약자다. 스윙스의 랩은 그런 이들에게 또다시 크나큰 아픔을 안겼다.

인면수심이다. 가뜩이나 서러울 아이들을 두고 고아라는 사실을 들어 상처를 헤집는 것은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스윙스가 입 밖으로 뱉은 형태소의 합은 똥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고하라고 있는 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불쾌한 사고를 몰고 온다.

스윙스가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저지른 데에는 언어유희에 대한 무리한 집착이 한몫한다. 래퍼들은 가사가 청취자들에게 재미있게, 인상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말장난을 들이곤 한다. 이 활동의 가장 일반적인 수단이 동음이의어를 비교 대상으로 설정해 메시지를 부각하는 것이다. 이에 혈안이 된 스윙스는 이성을 상실했으며 도리를 저버렸다. 고상한 내용도 아닌, 단어 그대로 언어유희다. 휘발성 말놀이와 본인의 쾌감을 위해 망인을 건드리고 유족의 상흔을 들쑤시다니 인간말짜가 따로 없다. 모든 래퍼는 이에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지속적인 자기최면으로 갖춘 나르시시즘도 이 끔찍하고 한심한 사건의 공범이다. 만날 온갖 허세를 부리며 자기를 최고라고 여기니까 그 환상에 사로잡힌 나머지 타인에 대한 배려에 무감각해진 것이고 급기야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자기만 멋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남의 아픔을 헤아릴 리 만무하다. 도덕성과 인간성에 등 돌린 스왜그는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기 십상이다. 또한 사회 구성원의 화목을 저해한다.

스윙스의 가사는 [Ego]가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의를 빚었다. 스윙스는 곧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문제가 된 부분은 가사상으로 비판을 하는 대상에 대해 거짓이 가득하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이었다."면서 "불쾌감을 느낀 모든 분께 정중히 사과드린다."는 말을 전했다. 하지만 지난달 최준희 양이 SNS에 가사에 대한 불쾌한 심경을 드러내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다시 문제가 불거지자 스윙스는 최준희 양에게 SNS 메시지를 보내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표했다.

그가 남긴 말 중에 이 말이 눈에 들어온다. "사건 이후 거의 매일 죄책감에 시달렸어요."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불편한 진실' 이후 지난 7년 동안 스윙스가 쓴 가사에서 죄책감의 발현이라고 할 만한 표현은 좀처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으스대며 본인을 찬양할 뿐이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조신하기 마련인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거의 숨을 쉬듯 욕설을 쉼 없이 내뱉으면서 타인을 까고 조롱하기 바빴다. 그가 말한 죄책감은 추악한 것만 익힌 저질 힙합 정신에 의해 파기된 지 오래였다.

애초에 스윙스의 죄책감은 융통성이 충만했다. 2008년 발표한 EP [Upgrade] 중 'My Flow'에서 "난 소아마비 아이처럼 너무 sick 해"라는 말을 뱉은 적이 있다. 'sick'이 '아픈'이라는 의미 외에 속어로 '멋있는'이라는 뜻도 있기에 자신의 랩이 멋있다고 자랑하기 위해 환자를 말장난 소재로 활용한 것이다. 어려서부터 주둥이로 똥을 쌌다. 이때 이미 사죄하고 몹쓸 표현법을 버려야 했다. 하지만 이를 지적하는 사람이 없으니 반성과 변화 없이 그대로 악한 언행을 이어 왔다.

스윙스는 수시로 자신을 '왕'(king)이라 칭한다. 누구는 7년 동안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그는 저속한 자만에 빠져 열심히도 거들먹거리고 다녔다. 때린 놈은 다릴 못 뻗고 자도 맞은 놈은 다릴 뻗고 잔다는 옛말은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하는 이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정신 나간 폭군이 언제쯤 뇌를 수습할지 궁금하다.

웹진 이즘 http://www.izm.co.kr/contentRead.asp?idx=28320&bigcateidx=19&subcateidx=67&view_tp=1


덧글

  • 작두도령 2017/04/06 12:19 # 답글

    사실 2010년에 그 곡에 관해 달랑 미니홈피로 사과한 것도
    그 당시에도 별로 성의없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이제라도 당사자한테 사과 똑바로 했으면 좋겠네요.
  • 진영 2017/04/06 20:50 # 삭제 답글

    천번만번 지당하신 글입니다
  • Dd 2017/04/07 16:11 # 삭제 답글

    이 글을 스윙스가 읽고 반성을 좀 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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