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 아이디, 주목할 만한 여성 솔로 가수들 원고의 나열

여성 솔로 뮤지션이 맥을 못 춘 지 오래다. 음원차트 상위권에 위치하는 여성은 대부분 걸 그룹이다. 최근 소녀시대의 태연과 미쓰에이의 수지가 솔로로서 높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이들의 성공에는 그룹 활동으로 쌓은 인지도가 큰 힘이 됐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여자 가수는 걸 그룹을 해야 뜰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그렇다고 음원차트 상위권을 활보하는 여성 솔로 가수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헤이즈가 작년 12월에 낸 '저 별'과 에일리가 지난 1월에 발표한 드라마 [도깨비] OST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는 많은 사랑을 받으며 가볍게 음원차트 상위권에 들었다.

그러나 이들의 약진은 미디어의 공이 막대하다. 헤이즈는 2015년 [언프리티 랩스타]에 출연한 뒤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에일리의 노래는 드라마의 인기 덕에 히트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노래 이후에 출시한 자신의 노래는 차트에 들지 못했다.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시청률 높은 드라마의 사운드트랙을 불러야 뜰 수 있는 세상이다.

걸 그룹으로 활동하거나 방송의 은혜를 입어야만 차트에 올라서는 것이 가능한 현실이기에 이에 해당하지 않는 가수들에게 더 눈길이 간다. 이들의 노래를 차트 상단에서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스민 시선이다.


그중 하나가 더블유 앤 웨일로 활동했던 싱어송라이터 웨일이다. 그녀는 그룹이 2008년에 발표한 '아르피지 샤인'(R.P.G. Shine)이 통신사 시엠송으로 쓰여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됐다. 하지만 대중성이 강한 음악을 하는 팀이 아니라서 그 뒤로는 인디음악, 전자음악 애호가들의 성원에 만족해야 했다.

2012년 그룹을 탈퇴한 후 유튜브를 통해 팬들과 만남을 이어 오던 웨일이 지난 3월 데뷔 맥시 싱글 [트레뮬러스 스타](Tremulous Star)를 선보였다. 웨일은 일렉트로니카 버전과 어쿠스틱 버전을 마련해 친근감을 표하는 동시에 수더분한 온기도 전한다. 사랑에 빠져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상태를 그린 '사이언티스트'(Scientist)는 일반적인 사랑 얘기로 편안하게 다가오며, 동물원의 북극곰을 보고 든 측은한 심정이 모티프가 된 '어느 북극곰의 이야기'는 동화적인 서술과 환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스캣 덕에 특별하게 느껴진다. 트립 합 형식의 '트래지디 퀸'(Tragedy Queen)은 맑음과 그윽함이 공존하는 음성이 차분하게 시작해 격양되는 구성을 더욱 그럴듯하게 만든다. 웨일은 음반을 통해 매력적인 보컬리스트임을 증명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난 3월 정규 데뷔 앨범 [믹스 비](Mix B)를 낸 아이디도 주목할 만하다. 작년 7월부터 '사인'(Sign), '외롭지 않아' 등의 싱글을 발표해 온 아이디는 요즘 스타일의 R&B를 주메뉴로 택해 젊은 음악팬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걸 그룹을 할 것 같은 예쁘장한 외모에 마니아 장르를 들려준다는 점도 돋보이는 데에 한몫했다.

일렉트로 펑크를 근간으로 한 '사인', 신스팝 골격의 '타입'(Type), 어두운 톤의 일렉트로팝 '베스트 미스테이크'(Best Mistake) 등 앨범의 수록곡들은 과거에 인기를 얻었던 스타일과 현재 유행하는 양식을 아우르며 다양성을 내보인다. 아이디의 가느다란 음색은 노래들을 요염하게 꾸민다. 성량을 보강한다면 원숙한 느낌도 함께 표현할 수 있을 듯하다. 셔니슬로우, 스컬, 주비트레인, 김효은, 루피 등 개성이 뚜렷한 래퍼들의 참여로 앨범은 한층 풍성하게 느껴진다.

(한동윤)
2017.04.04ㅣ주간경향 122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