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말 앨범 내는 거죠? 원고의 나열

만화 캐릭터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가상 밴드 Gorillaz가 돌아왔다. 그룹의 실체이자 실세인 Damon Albarn은 4집 [The Fall]을 낸 지 1년 만인 2012년 4월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 작품의 출시는 불확실하다는 말을 전했다. 사실상 활동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지닌 인력(引力)은 다시 멤버들을 끌어당겼고, 밴드로 하여금 6년 만에 새 앨범을 선보이며 음악계에 복귀하게 했다.

이들의 컴백을 보니 다른 뮤지션들의 소식도 궁금해진다. 몇 년 동안 두문불출하다가 갑작스럽게 신작을 들고 나타난 이도 있으며, 올해 음반을 내겠다고 예고한 이도 있다. 오랜만에 등장한 음악가들은 반갑고, 현재까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는 뮤지션들은 기대감 때문에 닦달하게 된다. 올해 정말 앨범 나오는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진다.


Gorillaz | 기다렸어요 4인조
팝 역사상 가장 특별한 밴드 중 하나인 Gorillaz가 짧지 않은 휴지기를 정리했다. 엄밀히 말하면 미완의 컴백이다. 다섯 번째 앨범 [Humanz]는 우선 네 곡만 공개된 상태다. 정식 발매일은 이달 28일이다.

선발대 역할을 하는 노래들을 살펴보면 스타일이 전작들과 다르지 않음이 확인된다. 습기를 많이 머금은 힙합, 얼터너티브 록과 팝의 퓨전이 그대로 이어진다. 또한 [Plastic Beach]에서 적극적으로 표현했던 일렉트로니카와의 혼합도 펼쳐진다. 다만 흐른 세월에 맞게 사운드가 굉장히 트렌디해진 것이 특별하다.

이 와중에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면도 있다. Gorillaz의 노래들은 대개 무거웠다. 운동화를 신고 갓 포장한 아스팔트 위를 걸을 때 바닥이 살짝 붙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반주가 현란하고 템포가 빠른 곡이라고 해도 경쾌함을 분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먼저 공개된 'We Got The Power'는 과거의 모습이 가늠되지 않을 만큼 밝다. 나머지 노래들에서 어떤 새로운 변화가 또 나올지 기대하게 만든다.

이 밴드의 매력 중 하나는 Damon Albarn의 부족함으로부터 생산된다. 아무리 다재다능한 싱어송라이터라고 해도 혼자 노래까지 다 부르기에는 벅차다. 이 때문에 Gorillaz의 앨범은  초호화 게스트를 자랑했다. 이번 역시 De La Soul, Pusha T, Anthony Hamilton, Kelela 등 중견과 신인 뮤지션이 대거 출연했다. 호화로운 판의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Jamiroquai | 내 남자에게서 낯선 향기가 날 때
이제는 명칭조차 희미해진 애시드 재즈 열풍의 한 축을 담당했던 Jamiroquai도 정말 오랜만에 새 앨범 [Automaton]을 냈다. 자그마치 7년 만이다. 긴 잠적 끝에 발표하는 앨범이라 반가울 법한데 예전에 알던 그들이 아닌 듯해 낯설다. 달려가 포옹하기 직전에 조심스럽게 얼굴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행에 뒤처지기 싫었던 걸까? 전작들에 비해 전자음악의 인자가 많이 들어가 있다. 리드 싱글 'Automaton'은 영락없는 신스팝이다. 'Dr Buzz'는 일렉트로팝이고, 'Superfresh'는 오토튠이 적잖게 사용됐다. 회춘에 대한 의지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어색한 순간은 금방 지나간다. 일렉트로니카 성격보다 그룹의 본래 숨결인 펑크(funk), 디스코가 내는 힘이 더 강하다. 그래도 부자연스러운 기분이 든다면 애시드 재즈와 간간이 내보였던 록의 요소가 확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룹으로서는 과감한 결정을 한 작품이다. 못 보던 사이 성형을 여러 군데 한 친구를 만난 느낌이다.


TLC | 악동 R&B 트리오도 온다
1990년대 최고의 여성 R&B 그룹 중 하나인 TLC도 신보를 낼 예정이다. 요 근래 팝 음악계에도 90년대를 추억하는 복고 열풍이 일면서 그룹은 2013년 새로운 컴필레이션 앨범을 출시하며 활동 재개의 뜻을 밝혔다. 2015년 앨범 제작비 마련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에 들어갔고, 이듬해 6월 모든 노래의 녹음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몇몇 노래는 일본에서 이미 싱글로 공개된 상태다.

제목이 확정되지 않은 다섯 번째 정규 앨범은 올여름에 출시된다. [3D] 이후 15년 만에 내는 새 앨범이기에 기다려질 수밖에 없지만 일부 팬은 발매일이 천천히 오길 바라기도 할 것이다. 이번 앨범이 TLC로 내는 마지막 앨범이기 때문이다. 그룹의 멤버 T-Boz와 Chilli는 2002년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Left Eye 없이 활동을 이어 나간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안타깝긴 하나 이번 앨범에는 Left Eye가 생전에 녹음했던 랩을 수록해 의미 있게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Zack De La Rocha | 어서 들려줘요 당신의 고성(高聲)을
랩 메탈 밴드 Rage Against The Machine은 괄괄하고 예리한 음악으로 전 세계 수많은 음악 애호가를 매료했다. 이들은 노래로 지배계급과 싸웠으며, 스튜디오 바깥에서도 약자의 편에 서서 투쟁을 이어 갔다. 음악은 물론 행동으로도 빛났던 밴드는 네 장의 정규 앨범을 내고 해체했다. 그 뒤 재결합이 이뤄지긴 했으나 콘서트로 그쳤을 뿐 새로운 작품은 내지 않았다. 팬들의 섭섭함은 당연히 크다.

밴드의 기타리스트 Tom Morello, 베이시스트 Tim Commerford, 드러머 Brad Wilk는 Audioslave를 결성해 활발히 활동했다. 이들 셋은 최근 래퍼 Chuck D, B-Real 등과 새로운 랩 록 밴드 Prophets Of Rage를 조직해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Rage Against The Machine의 프런트맨 Zack De La Rocha는 나머지 멤버들에 비해 움직임이 뜸했다. 2008년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Mars Volta의 드러머 Jon Theodore와 또 다른 랩 록 밴드 One Day As A Lion을 결성해 EP 한 장을 낸 것이 주연으로서의 전부다. 그 뒤로는 Deltron 3030, Run The Jewels 등과 드문드문 협업하며 생사를 확인시켰다.

동료들을 돕는 데 주력했던 그가 작년 9월 첫 솔로 싱글 'Digging For Windows'를 발표했다. 당시 그의 솔로 앨범은 거의 완성됐으며 올해 초 출시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아직은 예고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Zack De La Rocha는 목소리와 래핑이 독특하고 가사도 의미심장해서 솔로 앨범이 기대될 수밖에 없는 가수다. 그가 Maxwell의 뻥 습관을 닮지 않았길 바랄 뿐이다.


Bel Biv DeVoe | 티도 내지 못하고 지나간 컴백
Jackson 5 이후 최고의 흑인 아이돌 그룹이었던 New Edition 출신의 세 멤버가 결성한 Bel Biv DeVoe도 올해 1월 새 앨범 [Three Stripes]를 발표했다. 2001년에 낸 3집 [BBD] 이후 무려 16년이 만이다. 그러나 음악계 바깥에서 보낸 세월이 너무 길었기 때문인지 모처럼 행해진 외출에 관심을 갖는 매체는 얼마 없었다. 간간이 New Edition으로서 시상식에도 모습을 드러내 왔건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 눈길을 받지 못했다.

그룹은 새 앨범에서 그들의 주메뉴인 뉴 잭 스윙을 들려주지 않는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니 당연한 모습이다. 그렇다고 요즘 유행인 미니멀한 비트에 전자음을 실은 차가운 분위기를 띤 곡을 선보이는 것도 아니다. 본인들의 스타일 중 하나인 컨템포러리 R&B와 힙합 소울을 한다. 곡들이 아주 근사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뚝심 있는 결정이다. 아쉽게도 이 음반은 국내에 정식으로 유통되지 않는다.


Limp Bizkit | 뉴 메탈은 갔어도 이들은 살아 있다
뉴 메탈의 인기가 워낙에 빠르게 올라갔다가 빠르게 내려간 탓에 Limp Bizkit은 전성기를 길게 누리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은 영국에서 계속 히트를 이어 간 것뿐이었다. 결성 초반부터 함께한 기타리스트 Wes Borland가 팀을 떠났다가 2004년 다시 합류했지만 그룹의 1막은 2005년 EP [The Unquestionable Truth (Part 1)]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후 재결합해 2011년 새 앨범 [Gold Cobra]를 야심차게 선보였으나 음악계는 Limp Bizkit에게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았다.

뉴 메탈의 시대는 끝난 지 오래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듬해 바로 새 앨범 준비에 착수했고, 이 결과물은 (계속 연기되고 있긴 하나) 올해, 혹은 내년에 나올 예정이다. 싱글 몇 편이 2013년부터 나와 기대감을 높인 상황. 새 앨범 [Stampede Of The Disco Elephants]가 힙합 레이블인 캐시 머니 레코드(Cash Money Records)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더욱 특기할 만하다. 아무래도 힙합 색이 짙어지지 않을까 하다.


Diddy | 어쩔 수 없이 또 바꾸는 이름
힙합 신 최고의 프로듀서였다. Diddy의 손끝에서 The Notorious B.I.G.의 'Big Poppa', 'Hypnotize', 'Mo Money Mo Problems', 같은 히트곡이 나왔다. 또한 스타 래퍼이기까지 했다. 래퍼로서의 데뷔 무대가 된 1997년 앨범 [No Way Out]은 다섯 편의 히트곡을 배출하며 어마어마한 판매량을 달성했다. 수록곡 'I'll Be Missing You'는 우리나라 라디오에서 나오는 몇 안 되는 힙합 노래이기도 하다.

그 뒤에도 히트는 계속됐다. 솔로 앨범은 물론 걸 그룹 Danity Kane 출신의 Dawn Richard, 여성 싱어송라이터 Kalenna Harper와 2010년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Diddy – Dirty Money로 발표한 앨범도 그럭저럭 잘됐다. 하지만 1997년만큼은 아니었다.

잘나갔던 과거에 대한 갈증이 일었는지 Diddy는 [No Way Out]의 2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No Way Out 2]를 계획했다. 몇 차례의 개명 끝에 현재 Diddy라는 예명을 쓰고 있지만 그때의 기억을 재현하고자 이번 앨범에서는 예전 이름 Puff Daddy로 돌아갈 예정이다. 더불어 그때처럼 가수 이름을 "Puff Daddy And The Family"로 표기한다고 한다. 개명까지 감행하며 내는 작품이 과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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