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 장도연 씨 이제 그만 X 까세요. 원고의 나열

프로레슬러의 이름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시시한 이유로 등장하지 않는다. 드웨인 존슨(Dwayne Johnson) 같은 세계적인 스타가 아니고서는 우리나라 대중에게 프로레슬러들은 어딘가에서 활약하는 한 명의 스포츠 엔터테이너일 뿐이다. 프로레슬링 마니아들한테나 익숙한 인물이 국내 매체들에 의해 기사로 다뤄져 검색어에까지 등극할 때에는 반드시 특별한 이유가 존재한다.

포털사이트로의 출현을 이끄는 배경은 십중팔구 좋지 않은 일이다. 특히 갑작스러운 사망인 경우가 많다. 2007년 크리스 벤와(Chris Benoit), 2011년 "마초맨" 랜디 새비지("Macho Man" Randy Savage), 2014년 얼티머트 워리어(The Ultimate Warrior) 등이 그랬다. 프로레슬링 세계의 명인이었던 이들은 이승을 등졌을 때 비로소 한국 포털사이트의 한 칸을 차지했다.

그동안의 패턴 때문에 지난 4월 19일 '트리플 H'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을 때 많은 프로레슬링 팬이 검색어를 클릭하기 전 잠시 망설이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다행히도 WWE 프로레슬러 트리플 H(Triple H)에 관한 비운의 소식이 아니었다. 포미닛 출신의 현아와 보이 밴드 펜타곤의 이던, 후이가 트리플 H라는 새로운 유닛을 결성했다는 보도였다.


가수 트리플 H와 프로레슬러 트리플 H


역시나 기사에는 프로레슬러 트리플 H 얘기인 줄 알았다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그의 끝내기 기술인 '페디그리'(pedigree)를 거론하는 이도 많았다. 인기 팝송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널리 알려진 남의 이름까지 당당하게 사용하는 한국 대중음악계의 막무가내 도둑질이 우스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누군가는 우려했던 비보가 아님을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내렸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는 이름을 보고 생각난 김에 트리플 H의 등장 음악인 모터헤드(Motörhead)의 'The Game'이나 'King of Kings'를 찾아 들었을 듯하다.

실시간 검색어의 주인공은 아니었으나 원조 트리플 H는 사실 우리 연예계에 수년 전부터 상주하고 있다. 대다수가 이 말을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실물을 보인 적이 없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적어도 두어 달에 한 번씩은 그의 실루엣을 브라운관에서 만날 수 있었다.

트리플 H의 형상을 국내에 반입한 주역은 코미디언 박나래, 장도연이다. 이들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면 기마 자세를 취한 상태에서 골반을 튕기며 양손으로 V자를 만들어 사타구니 부위를 치는 동작을 으레 선보여 왔다. 높은 빈도로 행한 탓에 그녀들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여겨지는 이 행위는 트리플 H, 숀 마이클스(Shawn Michaels) 등이 결성한 프로레슬러 집단 D-제너레이션 X(D-Generation X, 약칭 DX)의 대표 행동인 '크로치 촙'(crotch chop)을 따라 한 것이다. 박나래, 장도연은 공공연하면서도 비공식적으로 프로레슬링 전도사 역할을 했다.


크로치 촙을 하고 있는 트리플 H와 숀 마이클스


박나래와 장도연이 이 동작을 행하면 다른 출연자들은 자지러지듯 즐거워한다. 그때마다 자막도 흥을 돋우는 내용으로 꾸며진다. 방송은 이들의 행동을 그저 독특한 퍼포먼스쯤으로 전달하고 있지만 시청자들은 이를 순수하게 재미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동작에 담긴 의미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DX가 해 온 이 가랑이를 손으로 내리치는 동작은 상대를 조롱하는 몸짓으로서 'Suck it!'을 뜻한다. 우리말로 '좆 까!', '내 거기나 빨아!' 정도로 해석되는 욕설이다. 괜히 손으로 그곳을 부각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방송은 어마어마한 함의를 헤아리지 않은 채 불특정 시청자가 보기에 부적절한 내용을 떳떳하고 성실하게 전파했다.

크로치 촙은 DX의 링 입장 퍼포먼스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숀 마이클스나 트리플 H가 경기 중에 상대 선수를 향해 행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는 시합이 한창 고조될 때, 혹은 마무리를 앞두고 있을 때 주로 나온다. 기진맥진해서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든 상태에서도 전의는 잃지 않았다고 외치는 것이다. 이들의 행동에는 맥락이라도 있지만 한국의 시청자들은 박나래, 장도연으로부터 뜬금없이 욕을 들어 왔다. 대다수 시청자가 저 행동이 욕인지도 모르고 환호했다는 점은 애석함을 더욱 키운다.

혹여나 DX를 따라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다른 누군가가 크로치 촙을 흉내 내는 모습을 보고 강렬하게 느껴져 따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을 모방했든 아니든, 생각을 깊게 해 봤다면 남녀노소가 시청하는 방송에서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몸짓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크로치 촙은 골반을 튕기는 동작을 기본으로 한다. 양손으로 V자(DX의 링 입장 퍼포먼스에서는 X자를 만든다.)를 그리는 것은 DX의 응용이다. 로큰롤 시대에도 존재했으며, 뉴 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이 'Step by step'을 부를 때 자주 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잉크가 1993년에 발표한 '그래 이젠'에서 포인트 동작으로 취했던 일련의 골반 튕기기는 성행위에 대한 은유다. 단순히 흥에 겨워서, 혹은 박자를 맞추려고 하는 움직임이 아니다. 김을 맬 때 이 동작을 하겠는가? 삽질을 이렇게 하나? 전진무의탁이 이 자세인가? 아니다. 영락없는 성행위 묘사다.


크로치 촙을 하고 있는 박나래와 장도연. (각각 < 비디오스타 > 39회, < 냉장고를 부탁해 > 62회 캡처.)


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이 보기에는 곤란한 동작이다. 게다가 남성 입장의 움직임이라서 일부 여성은 거북함을 느낄 소지가 다분하다. 백이면 백, 모든 사람이 반갑게 받아들일 행위는 아니다. 여기에 상스러운 공격성을 한 겹 추가한 것이 크로치 촙이다.

우습고 안타깝다. 박나래와 장도연은 저 행동이 무슨 뜻을 내포하고 있는지 조사했어야 했다. 맹목적으로 따라 하기 전에 배경과 의미를 살펴봤다면 국민을 상대로 욕을 신나게 쏴 대는 멍청한 짓은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방송에서 그 징그러운 모습을 보지 않기를 희망한다.

덧글

  • 매드맥스 2017/05/11 19:47 # 답글

    근데 더 재밌다는 게 함정. 생각해보면 방송에 공공연하게 '빨아봐새꺄!' 라고 제스쳐를 하고 다녔다는 말이 되버리니까요. 재방 볼 가치가 생기네요.
  • ㅇㅇ 2017/05/16 15:36 # 삭제

    당신이 창의적인 생각을 했다고 생각하나요? 그저 깔짝대는 가짜 쿨내밖에 안 보이네요 ㅋㅋ 재방삼방보세요~ ㅋㅋ 즐기세요 당신의 세계를 ㅋㅋ
  • 프로불편러 2017/05/11 20:16 # 삭제 답글

    여자가 하니까 재밌다고 하는거지 한국에서 남자가 저러면 매장당하죠
  • Gull_river 2017/05/11 21:09 # 답글

    본문에서도 쓰셨습니다만 DX에서의 삼치는 X모양을 하는 반면 그 두 분은 V모양을 하니 미묘하게 피해갔구나... 싶더라구요.

    그나저나 불편한 군단들은 저게 여성혁명이라고 할것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 dex 2017/05/12 10:07 # 삭제 답글

    프린스가 엉덩이 까고 방송 나온 것은 어떠셨나요? 미국과 한국은 기준이 다르게 적용되나요?
    하워드 스턴이 프린스 따라서 엉덩이 까고 방송하는 것은 문제가 되나요? 아니면, 미국 유명 프로레슬러의 동작을 한국의 쩌리 코미디언이 흉내낼때만 문제가 되나요? 혹시, 저작권에 걸리는 항목인가요?
    가수가 엉덩이 까는 것보다 코미디언이 외설적인 의미를 포함한 행동을 하는 것이 더 부적절한가요?

    프린스 얼굴을 블로그 아이콘으로 쓰셔서 예를 들었습니다. 프린스 엉덩이 깠을 때도 "x 까라"고 얘기하셨는지?

    성행위를 연상하는 어떤 것을 방속에서 하면 안된다는 가치관을 가지신 거라면 존중합니다만,
    한국과 미국, 코미디언과 유명가수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면 좀 다른 얘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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