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DAMN.] 탄탄한 명작 퍼레이드 원고의 나열


켄드릭 라마는 한때 뜨겁게 타올랐던 디스 전쟁의 발화점으로만 남지 않았다. 그는 2015년에 발표한 3집 [To Pimp a Butterfly]로 재차 범상치 않은 음악성을 증명했다. 그는 경제활동에서 흑인에게 가해지는 차별('Wesley's Theory'), 인종차별('Complexion (A Zulu Love)'), 흑인으로서의 자긍심 고취('The Blacker the Berry') 등 전작들에 이어 중대한 주제를 던졌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힙합에서 벗어나 재즈, 네오 솔 등으로 장르를 확장해 음악적 변신까지 행했다.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래핑 스타일을 바꿔 가는 연기력 또한 일품이었다. [To Pimp a Butterfly]와 수록곡들은 2016년에 열린 그래미 어워드에서 켄드릭 라마에게 '최우수 랩 앨범', '최우수 랩 노래', '최우수 랩 퍼포먼스'의 트로피를 안겨 줬다.

켄드릭 라마는 네 번째 정규 앨범 [DAMN.]으로 그가 힙합 신의 중핵임을 또다시 천명한다. 그레그 커스틴(Greg Kurstin), 알케미스트(The Alchemist), 나인스 원더(9th Wonder) 등 내로라하는 프로듀서들이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높은 위치가 간단히 설명된다. R&B를 넘어 팝 음악의 아이콘이 된 리애나(Rihanna)의 참여도 켄드릭 라마의 위상에 방점을 찍는다. 여기에 세계적인 록 밴드 U2까지 동반했다. U2는 2009년 앨범 [No Line on the Horizon] 중 'I'll Go Crazy If I Don't Go Crazy Tonight'를 윌아이앰(will.i.am)과, 2014년 발표한 13집 [Songs of Innocence]는 데인저 마우스(Danger Mouse)와 작업한 바 있으나 힙합 뮤지션의 앨범에 조력자로 등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켄드릭 라마가 U2의 디스코그래피와 힙합 신에 새 역사를 썼다. 이처럼 엄청난 인물들을 끌어들이는 인력(引力)은 독보적 존재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급이 이 정도가 되니 음악 방향도 분방해진다. [To Pimp a Butterfly]와 2016년에 발표한 미공개 음원 모음집 [untitled unmastered.]는 재즈, 펑크(funk), 솔뮤직으로 채색했다. 반면에 이번 앨범은 보통의 힙합을 주메뉴로 택했다. 드럼과 기타, 코러스가 느긋함으로 단결하는 'PRIDE.', 단조의 피아노 루프가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HUMBLE.', 솔뮤직 밴드 24-캐럿 블랙(The 24-Carat Black)의 1973년 노래 'Poverty's Paradise'를 차용해 내내 고풍스러움을 풍기는 'FEAR.'는 영락없는 힙합이다. 힙합 뮤지션이 힙합 비트 위에 랩을 하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지만 이전에 낸 두 장의 앨범들과 편차가 커서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몇몇 곡은 다른 모양새로 앨범에 굴곡을 만든다. 2009년부터 함께 작업해 온 프로듀서 사운웨이브(Sounwave)가 제작한 'YAH.'는 특유의 여유로움을 발산하며, 캘리포니아주 출신의 신인 싱어송라이터 자카리 파칼도(Zacari Pacaldo)의 팔세토 보컬이 인상적인 'LOVE.'는 요즘 유행하는 전자음이 가미된 쌀쌀한 대기의 팝을 지향한다. 'DNA.'는 1980년대 후반에 나온 서부 힙합을 떠올리게 하는 비트로 진행되다가 1분 50초부터 트랩풍으로 바뀌는 구성으로 돋보이며, 리애나가 참여한 'LOYALTY.'는 브루노 마스(Bruno Mars)의 '24K Magic' 중 토크박스 연주를 샘플로 써서 80년대 펑크-R&B처럼 들린다. 'XXX.'는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의 곡을 재료로 하면서 턴테이블 스크래칭을 넣어 힙합의 외형을 띠지만 U2의 프런트맨 보노(Bono)의 등장을 전후해 팝과 재즈, 록이 뒤섞인 야릇한 형태를 보인다.

가사는 켄드릭 라마, 그다운 모습이 유지된다. 자신만만한 태도를 나타내면서도 인생에 대한 숙고도 겸한다. 'FEEL.'에서는 성공한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질시와 그 때문에 느끼는 고독함을 토로하고, 'PRIDE.'로는 피부색으로 차별당하는 현실을 논하며, 'FEAR.'에서는 켄드릭 라마가 일곱 살, 열일곱 살, 스물일곱 살 때 떠올렸던 가정불화, 죽음, 삶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꺼내 보인다. 'DNA.'는 흑인으로서의 자긍심, 뛰어난 재주를 화두로 삼아 본인의 험난했던 인생 전반을 훑고, 'XXX.'에서는 갱단 간의 폭력, 총기 범죄가 만연한 미국을 비판한다.

2017/04
음반 해설지 일부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