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아닌 그냥 공연 원 러브 맨체스터(One Love Manchester) 원고의 나열

선의로 벌인 행위가 도움을 주고자 하는 대상에게 모두 달갑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의 처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 판단만 믿은 채 취한 행동은 오히려 당사자가 불만스러워할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말마따나 "가만히 있는 것이 돕는 것"일 때도 분명히 있다. 의도가 결과까지 담보해 주지 않는다.


이달 4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원 러브 맨체스터"(One Love Manchester)도 의도와 양상이 부조화를 이룬 자리였다. 이 행사는 5월 22일 발생한 맨체스터 아레나 폭탄 테러로 희생된 사람들을 추도하면서 유족들과 피해자들을 도울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된 자선 공연이었다. 테러가 발생한 장소가 Ariana Grande의 콘서트장이었기에 도의적 책임감을 느낀 그녀가 이번 자선 공연을 주도했다. 공연에는 그녀의 뜻에 찬성한 유명 뮤지션들이 동참했다. 하지만 몇몇 가수들의 옷이나 언행이 자리에 어긋난다며 빈축을 샀다.


일등으로 구설에 오른 것은 영국 4인조 걸 그룹 Little Mix의 복장이었다. 2012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 수록곡 'Wings'를 부르기로 한 그녀들은 수영복에 가까운 핫팬츠와 탱크톱을 입고 무대에 섰다. 철저히 무대용 의상이었다. 이에 많은 네티즌이 추모의 목적이 있는 자리에는 적합하지 않은 무례한 의상이라며 비난했다.

공연이 지닌 뜻과 어긋나는 옷을 입기는 Miley Cyrus와 Katy Perry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각각 핫팬츠와 미니스커트를 입어 허벅지를 훤히 드러냈다. 상식적으로 죽은 사람을 생각하며 슬퍼하는 집회에는 어울리지 않는 차림이다. 그럼에도 Little Mix가 노출이 더 심했던 탓에 Miley Cyrus와 Katy Perry는 네티즌들이 쏘는 책망의 화살을 면할 수 있었다


노랫말이 이날 공연의 취지와 가장 잘 들어맞는 'Where Is The Love?'를 부른 The Black Eyed Peas는 will.i.am의 인사 때문에 꾸중을 들었다. 그는 무대에 등장하며 관객을 향해 "What's up? London?"이라고 외쳤다. 맨체스터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런던이라니, 그의 말에 사람들은 황당해할 수밖에 없었다. 뮤지션들이 투어 공연을 할 때 지역 이름을 잘못 말하곤 하는 실수를 will.i.am 역시 범한 듯했다.

하지만 그의 인사는 착오가 아니었다. 공연 바로 전날인 6월 3일 런던의 런던교와 인근 시장인 버러 마켓(Borough Market)에서 또 한 차례 테러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will.i.am은 런던 테러 희생자들도 함께 기억하자는 의도로 런던을 외친 것이라고 5일 SNS를 통해 해명했다.

그의 말로 사람들의 오해는 풀렸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정작 중요한 대목은 지역 이름이 아니다. 그가 "What's up?"이라고 인사한 것 자체가 생각이 짧은 행동이었다. 두 번의 테러로 민간인 30명이 사망했고, 100명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런 비참한 일을 겪은 사람들한테 "요즘 어때? 잘 지냈어?"라고 묻다니 어이가 없다. 이런 인사는 아무런 탈이 없는 일반 공연에서나 할 말이다. "원 러브 맨체스터"에 출연한 가수 다수가 그 공간을 늘 하는 콘서트쯤으로 생각하는 듯 보였다.


관객도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 즐거운 표정을 짓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흥겨운 노래가 흐르면 몸을 흔들며 리듬을 타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가수들을 더 잘 보기 위해 목말까지 탔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여느 대형 음악 페스티벌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다. 분위기만 봐서는 전혀 추모 공연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출연자가 테러를 언급하거나 슬픈 노래를 부를 때만 눈물을 글썽일 뿐이다. 따지고 보면 관객도 행사의 취지에 벗어난 태도로 일관했다고 할 수 있다. 관객도 욕을 들어 마땅하다.

그렇다고 관중과 출연 뮤지션들에게 추모의 뜻이 아예 없다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 콘서트가 열린 올드 트래퍼드 크리켓 경기장(Old Trafford Cricket Ground)을 메운 5만여 명의 관객은 희생자, 피해자들을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에서, 그들에게 힘이 돼 주고 싶어서 공연 티켓을 구매했을 것이다. 공연에 참여한 가수들도 안타까운 심정으로, 자신의 재능이 보탬이 될까 해서 바쁜 와중에도 출연료 없이 무대에 올랐을 것이 분명하다. 이날 공연에 모인 이들 모두 본인의 수준 안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도움을 줬다고 할 수 있다.

이런저런 지적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은 추모와 공연이 병존한다는 사실에 기초를 둔다. 추모는 모름지기 엄숙해야 한다. 하지만 공연은 다르다. 어느 정도 흥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잔잔한 음악을 주로 하는 포크 가수라도 장내의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간간이 리드미컬한 노래들을 부르곤 한다. 추모식은 정숙한 차림새로 참석하는 것이 예의다. 그러나 공연에서 가수들은 대체로 화려한 의상을 착용한다. 관객은 공연을 편하게 즐길 생각에서 격식을 따지지 않고 일상복을 입는다


이렇게 성격이 상반되는 두 행사가 완벽하게 절충되기란 쉽지 않다. 신기하게도 공연이 시작되면 가수와 관객은 숙연해야 할 필요성을 망각한다. 피해자의 괴로움을 공감하기보다는 콘서트에 더 몰두한다. 추도를 전제로 한 자선 콘서트 대부분이 슬픔은 찾아볼 수 없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는다.

때문에 피해 당사자의 심경을 생각해 보는 것이 절실하다. 내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가 누군가의 범죄로 어느 날 갑자기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이때 누군가가 공연을 열어 입장객들의 돈을 받아 도움을 주겠다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일단 남의 일에 신경 써 줘서 고맙게 느껴질 것 같다.

여기서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자.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서 억장이 무너지는데 웃고 뛰면서 즐기기 바쁜 사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진정으로 나의 슬픔을 덜어 주려는 모습으로 여겨질까? 아무리 호의라고 해도 초상 치르는 사람들의 침통함을 헤아리지 못하는 위로는 좋은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


Ariana Grande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자선 공연을 마련해 물질적인 지원을 하고 싶었을 테다. 그럼으로써 마음의 짐도 조금이나마 덜고자 했을 듯하다. 하지만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싶다. 맨체스터 테러가 벌어진 지 2주밖에 되지 않았으니 피해자들은 여전히 아픔이 생생할 것이다. 게다가 전날에는 런던에서도 테러가 발생했다. 테러에 굴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의의를 둔다고 해도 콘서트에는 흥이 넘쳤기에 상처 입은 사람들을 간과한 선택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않는 추모와 공연의 다른 성질이다. Ariana Grande의 결정이 그른 것이 아니다. 이질적인 특성 때문에 이번 "원 러브 맨체스터"는 많은 이에게 또다시 추모 공연에 대한 회의적 인식을 갖게끔 한다. 추모 공연이 큰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최선의 위로가 될 수는 없다.

멜론-멜론매거진-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5117&startIndex=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