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여성 R&B 트리오 TLC가 13년 만에 새 앨범 제작을 선언한 것이었다. 이와 동시에 그룹은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킥스타터"(Kickstarter)를 통해 제작비 마련을 위한 모금 운동을 벌였다. 긴 기다림을 해소하는 복귀였기에 팬들은 흔쾌히 지갑을 열었고 캠페인은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그룹은 이듬해 10월 신곡 'Joy Ride', 'Haters'를 출시하며 신보를 싼 베일을 한 꺼풀 벗겨 냈다.
팬들로서는 무척이나 기쁜 순간이었을 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발매일이 조금씩 다가오는 것이 걱정스럽기도 할 것이다. 이번 앨범이 그룹의 마지막 앨범이 될 것이라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반가운데 미소는 쉽게 지어지지 않는 형국이다. 새 음반이 출시되는 이달 30일 TLC는 25년 음악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별을 아쉬워하며 그룹의 지난날을 돌아본다.

굴러 온 돌이 박힌 돌 빼서 완성
1990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가수 데뷔를 준비하던 10대 소녀 Crystal Jones는 자신의 프로듀서 Ian Burke에게 걸 그룹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둘은 Bell Biv DeVoe처럼 뉴 잭 스윙과 컨템포러리 R&B를 하는 여성 3인조를 계획했다. 힙합 스타일의 사내아이 같은 느낌을 주는 그룹이 좋겠다며 콘셉트까지 정해 뒀다. 멤버를 모집한다는 공고에 Tionne Watkins와 래퍼 Lisa Lopes가 응했다.
Crystal Jones와 새롭게 합류한 두 멤버는 2nd Nature라는 이름을 짓고 데모테이프를 제작했다. 당시 Tionne Watkins는 미장원에서 일하고 있었다. 미장원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드나들고 이로 말미암아 이런저런 얘기가 빠르게 도는 곳이기에 Tionne Watkins가 가수를 준비한다는 근황도 발을 달고 퍼져 나갔다. 이 소식을 접한 가수 Perri "Pebbles" Reid는 음반 제작자인 남편 L.A. Reid와 함께 그룹의 앨범 제작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이때 그룹은 멤버들 이름을 앞 글자를 따서 TLC-Skee라는 새로운 간판을 단다.
L.A. Reid는 이들의 성공을 확신했다. 하지만 Crystal Jones는 끼와 재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녀는 계약을 따내지 못하고 그룹을 떠나게 된다. 1991년 Perri "Pebbles" Reid는 남편의 레이블 라페이스 레코드(LaFace Records) 소속 가수 중 Damian Dame의 백업 댄서로 활동하던 Rozonda Thomas를 새 멤버로 캐스팅한다. Tionne Watkins, Lis Lopes, Rozonda Thomas 등 멤버들은 각각 T-Boz, Left-Eye, Chilli라는 예명을 만들어 그룹 이름을 TLC로 확정했다. 한때 붙였던 Skee는 난잡하게 노는 여자를 일컫는 속어라서 빼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화려했던 10년의 역사
1992년 1월 다수의 히트곡을 배출한 영화 "부메랑"(Boomerang) 사운드트랙으로 이름을 알린 이들은 2월 데뷔 앨범 [Ooooooohhh... On The TLC Tip]을 발표한다. 그룹은 뉴 잭 스윙('Ain't 2 Proud 2 Beg', 'What About Your Friends'), 힙합 솔('Baby-Baby-Baby') 등 힙합의 성격이 강한 R&B 노래들을 주로 들려줬다. 노래들은 묵직함과 흥겨움이 공존했으며, 당시 히트곡 제조기라 불리던 Dallas Austin, Babyface 등이 매끈한 매무새를 담보해 준 덕에 큰 성공을 거뒀다.

1994년에 선보인 2집 [CrazySexyCool]은 뉴 잭 스윙 장르를 완전히 배제했다.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한 'Creep', 'Waterfalls' 등으로 힙합 솔을 들려줬지만 둔중한 리듬은 1집에 비해 숨이 많이 죽은 상태였다. 대신 발라드(Let's Do It Again'), 콰이터트 스톰('Red Light Special'), 슬로 잼('Take Our Time') 등 서정적인 곡이 더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다. 세 멤버는 말괄량이 이미지를 버리고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내비쳤다.
그룹은 5년 뒤인 1999년 세 번째 앨범 [FanMail]을 발표한다. 앞서 낸 두 편의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Dallas Austin이 다수의 곡을 프로듀스했으나 스타일이 확연히 달랐다. 그는 'FanMail', 'Silly Ho', 'If They Knew' 같은 노래에서 Timbaland를 연상시키는 촘촘한 구성의 댄서블한 리듬 패턴을 선보였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행한 노래들은 주목받지 못하고 팝 록풍의 'Unpretty'와 신진 프로듀서 She'kspere가 만든 댄스 팝 'No Scrubs'만 히트했다. [FanMail]의 앨범 판매량은 [CrazySexyCool]의 절반 수준이었음에도 그룹 최초의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작품이 됐다.

네 번째 음반을 제작 중이던 2002년 4월 25일 Left-Eye가 자동차를 타고 가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남은 멤버들은 마음을 추스르고 이해 11월 4집 [3D]를 발표한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정상급 프로듀서들이 대거 참여했지만 미국 내 앨범 판매량은 1백만 장에 그쳐 지금까지의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초라했다. 앨범에서 커트된 네 편의 싱글 중 'Girl Talk'만 빌보드 싱글 차트 40위 안에 들었다. 멤버의 죽음, 극명한 상업적 실패로 이중고에 시달린 남은 두 멤버는 2005년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그룹 활동을 중단했다.
고음불가도 얼마든지 가수를 할 수 있다
모든 중창 그룹에는 반드시 고음을 담당하는 인물이 존재한다. 특히 TLC가 활동하던 1990년대는 Whitney Houston, Mariah Carey, Celine Dion처럼 폭발적인 고음을 구사하는 보컬리스트들이 큰 인기를 얻던 때였다. 때문에 고음이 곧 실력 있는 가수의 잣대로 여겨지곤 했다.

하지만 TLC에는 음을 높이 내지르는 멤버가 없다. T-Boz의 음역은 알토며, Chilli는 메조소프라노 포지션이다. Chilli의 음역이 더 높긴 하지만 웬만큼 노래를 부를 줄 아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다 소화 가능한 수준이다. TLC는 고음을 터뜨리지 않아도 얼마든 가수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R&B 신의 혁명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이들은 애드리브나 비브라토를 눈에 띄게 화려하게 부리는 것도 아니었다. T-Boz와 Chilli의 으뜸 장점은 음색에 있었다. 투박함과 부드러움이 함께 나타나서 꽤 이채로웠다. 이 묘한 톤이 많은 청취자를 TLC의 음악에 귀 기울이게 했다.
패션의 아이콘
TLC는 1집 활동 시절 커다란 사이즈의 배기팬츠와 오버사이즈 티셔츠를 입음으로써 "힙합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이때 그룹은 신생 스트리트 의류 브랜드 "크로스 컬러스"(Cross Colours) 제품을 즐겨 입었다. 화려한 원색을 여러 개 쓰는 크로스 컬러스 특유의 디자인은 TLC의 생기발랄한 캐릭터와 맞아 옷과 그룹을 모두 인상적으로 보이게 했다. TLC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크로스 컬러스의 인지도도 단숨에 올라갔다.

그룹은 또한 에어로졸 스프레이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린 옷을 입곤 했다. 이런 패션은 1980년대 초반에 흑인 밀집 지역에서 조금 유행했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다. 이를 그룹이 복구함으로써 그라피티 패션을 대중에게 대대적으로 전달했다.
초창기에는 멤버 가운데 Left-Eye가 단연 튀었다. 그녀는 (주로) 오른쪽 안경알에 콘돔을 붙인 안경을 씀으로써 독보적인 패션을 완성했다. 그녀가 콘돔을 부착한 첫째 이유는 오른쪽 눈을 가림으로써 자신의 닉네임을 부각할 요량에서였다. 더불어 당시 후천면역결핍증(AIDS)이 중대한 사회적 이슈 중 하나였기에 이 질병 예방을 위해 피임구를 사용해 안전한 성관계를 하자는 주장이 담긴 패션이기도 했다.
큰 사이즈의 힙합 패션은 [CrazySexyCool], [FanMail]에서도 이어졌다. 다만 광택이 있는 새틴 소재의 옷이나 탱크톱을 입어 성숙함, 섹시함을 어필했다. 이 시절의 패션은 영국 R&B 걸 그룹 M.O.나 우리나라 여성 힙합 트리오 러버 소울이 흉내 내기도 했다.
감히 넘볼 수 없는 기록을 쓴 그룹
그룹의 데뷔 앨범 [Ooooooohhh... On The TLC Tip]의 미국 내 판매량은 1996년을 기준으로 4백만 장을 넘어섰다. 발매 75일 만에 2백만 장을 가볍게 돌파한 [CrazySexyCool]은 1999년 미국 내 판매량 1천 1백만 장을 기록했다. [FanMail]은 미국 내에서 6백만 장 이상 팔렸다고 집계됐다. 그룹의 세계적 앨범 판매량은 약 7천만 장 이상으로 추산된다. 걸 그룹 중에는 Spice Girls에 이어 TLC가 두 번째로 높은 판매 기록을 보유했다.

빌보드 싱글 차트의 히트곡 기준인 40위 안에 든 노래는 총 열한 곡이다. R&B 걸 그룹 중에서는 TLC보다 일찍 데뷔한 En Vogue와 같은 성적이다. 하지만 이 기록은 Destiny's Child가 2005년 'Girl'로 열두 번째 싱글 차트 히트를 달성하면서 깨진다(Destiny's Child는 총 열세 편의 빌보드 싱글 차트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다). 비록 히트곡 수에서는 밀렸지만 앨범 판매량은 Destiny's Child가 아래라서 TLC를 미국 최고의 걸 그룹으로 보는 시선은 확고하다.
TLC는 새 앨범 제작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으로도 기록을 썼다. 그룹은 한 달의 기간을 두고 15만 달러를 모금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그런데 팬들과 동료들의 애정이 컸던 나머지 48시간이 채 되지 않아서 목표 금액을 채웠다. 이로써 TLC는 "킥스타터" 설립 이래 가장 빨리 목표를 달성한 음악 프로젝트라는 기록을 작성하게 됐다. 목표치를 싱겁게 능가한 모금액은 우리 돈 4억 5천만 원이 넘는 40만 달러로 최종 집계됐다.
그룹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
리드 싱글 'Haters'는 TR-808 드럼 머신으로 제작한 리듬 위에 전자음 루프를 얹어 근래 힙합 신에서 유행하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어서 낸 'Way Back'은 지-펑크(G-Funk)의 숨결을 들인 R&B로 1990년대 느낌을 재현했다. 또한 'Way Back'에서 T-Boz의 텁텁한 음색이 과거와 다름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 확인돼 더욱 반갑다. 이달 초에 출시한 'It's Sunny'는 Bobby Hebb의 'Sunny'와 Earth, Wind & Fire의 'September'를 섞어 친근하게 들린다.

그동안 낸 싱글들로 짐작해 보면 새 앨범은 트렌디한 스타일과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예전의 형식이 두루 펼쳐질 듯하다. 팬들이라면 Left-Eye의 미공개 음원이 추가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히지 않은 탓에 출시일이 몹시 기다려진다. TLC는 제작비 모금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앨범 타이틀도 공모했다. 그룹은 단순하지만 의미심장한 [TLC]로 앨범 제목을 정했다. [TLC]가 유종의 미를 거두는 멋진 작품이길 고대한다.
멜론-멜론매거진-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5148&startIndex=0
팬들로서는 무척이나 기쁜 순간이었을 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발매일이 조금씩 다가오는 것이 걱정스럽기도 할 것이다. 이번 앨범이 그룹의 마지막 앨범이 될 것이라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반가운데 미소는 쉽게 지어지지 않는 형국이다. 새 음반이 출시되는 이달 30일 TLC는 25년 음악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별을 아쉬워하며 그룹의 지난날을 돌아본다.

굴러 온 돌이 박힌 돌 빼서 완성
1990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가수 데뷔를 준비하던 10대 소녀 Crystal Jones는 자신의 프로듀서 Ian Burke에게 걸 그룹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둘은 Bell Biv DeVoe처럼 뉴 잭 스윙과 컨템포러리 R&B를 하는 여성 3인조를 계획했다. 힙합 스타일의 사내아이 같은 느낌을 주는 그룹이 좋겠다며 콘셉트까지 정해 뒀다. 멤버를 모집한다는 공고에 Tionne Watkins와 래퍼 Lisa Lopes가 응했다.
Crystal Jones와 새롭게 합류한 두 멤버는 2nd Nature라는 이름을 짓고 데모테이프를 제작했다. 당시 Tionne Watkins는 미장원에서 일하고 있었다. 미장원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드나들고 이로 말미암아 이런저런 얘기가 빠르게 도는 곳이기에 Tionne Watkins가 가수를 준비한다는 근황도 발을 달고 퍼져 나갔다. 이 소식을 접한 가수 Perri "Pebbles" Reid는 음반 제작자인 남편 L.A. Reid와 함께 그룹의 앨범 제작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이때 그룹은 멤버들 이름을 앞 글자를 따서 TLC-Skee라는 새로운 간판을 단다.
L.A. Reid는 이들의 성공을 확신했다. 하지만 Crystal Jones는 끼와 재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녀는 계약을 따내지 못하고 그룹을 떠나게 된다. 1991년 Perri "Pebbles" Reid는 남편의 레이블 라페이스 레코드(LaFace Records) 소속 가수 중 Damian Dame의 백업 댄서로 활동하던 Rozonda Thomas를 새 멤버로 캐스팅한다. Tionne Watkins, Lis Lopes, Rozonda Thomas 등 멤버들은 각각 T-Boz, Left-Eye, Chilli라는 예명을 만들어 그룹 이름을 TLC로 확정했다. 한때 붙였던 Skee는 난잡하게 노는 여자를 일컫는 속어라서 빼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화려했던 10년의 역사
1992년 1월 다수의 히트곡을 배출한 영화 "부메랑"(Boomerang) 사운드트랙으로 이름을 알린 이들은 2월 데뷔 앨범 [Ooooooohhh... On The TLC Tip]을 발표한다. 그룹은 뉴 잭 스윙('Ain't 2 Proud 2 Beg', 'What About Your Friends'), 힙합 솔('Baby-Baby-Baby') 등 힙합의 성격이 강한 R&B 노래들을 주로 들려줬다. 노래들은 묵직함과 흥겨움이 공존했으며, 당시 히트곡 제조기라 불리던 Dallas Austin, Babyface 등이 매끈한 매무새를 담보해 준 덕에 큰 성공을 거뒀다.

1994년에 선보인 2집 [CrazySexyCool]은 뉴 잭 스윙 장르를 완전히 배제했다.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한 'Creep', 'Waterfalls' 등으로 힙합 솔을 들려줬지만 둔중한 리듬은 1집에 비해 숨이 많이 죽은 상태였다. 대신 발라드(Let's Do It Again'), 콰이터트 스톰('Red Light Special'), 슬로 잼('Take Our Time') 등 서정적인 곡이 더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다. 세 멤버는 말괄량이 이미지를 버리고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내비쳤다.
그룹은 5년 뒤인 1999년 세 번째 앨범 [FanMail]을 발표한다. 앞서 낸 두 편의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Dallas Austin이 다수의 곡을 프로듀스했으나 스타일이 확연히 달랐다. 그는 'FanMail', 'Silly Ho', 'If They Knew' 같은 노래에서 Timbaland를 연상시키는 촘촘한 구성의 댄서블한 리듬 패턴을 선보였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행한 노래들은 주목받지 못하고 팝 록풍의 'Unpretty'와 신진 프로듀서 She'kspere가 만든 댄스 팝 'No Scrubs'만 히트했다. [FanMail]의 앨범 판매량은 [CrazySexyCool]의 절반 수준이었음에도 그룹 최초의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작품이 됐다.

네 번째 음반을 제작 중이던 2002년 4월 25일 Left-Eye가 자동차를 타고 가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남은 멤버들은 마음을 추스르고 이해 11월 4집 [3D]를 발표한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정상급 프로듀서들이 대거 참여했지만 미국 내 앨범 판매량은 1백만 장에 그쳐 지금까지의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초라했다. 앨범에서 커트된 네 편의 싱글 중 'Girl Talk'만 빌보드 싱글 차트 40위 안에 들었다. 멤버의 죽음, 극명한 상업적 실패로 이중고에 시달린 남은 두 멤버는 2005년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그룹 활동을 중단했다.
고음불가도 얼마든지 가수를 할 수 있다
모든 중창 그룹에는 반드시 고음을 담당하는 인물이 존재한다. 특히 TLC가 활동하던 1990년대는 Whitney Houston, Mariah Carey, Celine Dion처럼 폭발적인 고음을 구사하는 보컬리스트들이 큰 인기를 얻던 때였다. 때문에 고음이 곧 실력 있는 가수의 잣대로 여겨지곤 했다.

하지만 TLC에는 음을 높이 내지르는 멤버가 없다. T-Boz의 음역은 알토며, Chilli는 메조소프라노 포지션이다. Chilli의 음역이 더 높긴 하지만 웬만큼 노래를 부를 줄 아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다 소화 가능한 수준이다. TLC는 고음을 터뜨리지 않아도 얼마든 가수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R&B 신의 혁명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이들은 애드리브나 비브라토를 눈에 띄게 화려하게 부리는 것도 아니었다. T-Boz와 Chilli의 으뜸 장점은 음색에 있었다. 투박함과 부드러움이 함께 나타나서 꽤 이채로웠다. 이 묘한 톤이 많은 청취자를 TLC의 음악에 귀 기울이게 했다.
패션의 아이콘
TLC는 1집 활동 시절 커다란 사이즈의 배기팬츠와 오버사이즈 티셔츠를 입음으로써 "힙합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이때 그룹은 신생 스트리트 의류 브랜드 "크로스 컬러스"(Cross Colours) 제품을 즐겨 입었다. 화려한 원색을 여러 개 쓰는 크로스 컬러스 특유의 디자인은 TLC의 생기발랄한 캐릭터와 맞아 옷과 그룹을 모두 인상적으로 보이게 했다. TLC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크로스 컬러스의 인지도도 단숨에 올라갔다.

그룹은 또한 에어로졸 스프레이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린 옷을 입곤 했다. 이런 패션은 1980년대 초반에 흑인 밀집 지역에서 조금 유행했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다. 이를 그룹이 복구함으로써 그라피티 패션을 대중에게 대대적으로 전달했다.
초창기에는 멤버 가운데 Left-Eye가 단연 튀었다. 그녀는 (주로) 오른쪽 안경알에 콘돔을 붙인 안경을 씀으로써 독보적인 패션을 완성했다. 그녀가 콘돔을 부착한 첫째 이유는 오른쪽 눈을 가림으로써 자신의 닉네임을 부각할 요량에서였다. 더불어 당시 후천면역결핍증(AIDS)이 중대한 사회적 이슈 중 하나였기에 이 질병 예방을 위해 피임구를 사용해 안전한 성관계를 하자는 주장이 담긴 패션이기도 했다.
큰 사이즈의 힙합 패션은 [CrazySexyCool], [FanMail]에서도 이어졌다. 다만 광택이 있는 새틴 소재의 옷이나 탱크톱을 입어 성숙함, 섹시함을 어필했다. 이 시절의 패션은 영국 R&B 걸 그룹 M.O.나 우리나라 여성 힙합 트리오 러버 소울이 흉내 내기도 했다.
감히 넘볼 수 없는 기록을 쓴 그룹
그룹의 데뷔 앨범 [Ooooooohhh... On The TLC Tip]의 미국 내 판매량은 1996년을 기준으로 4백만 장을 넘어섰다. 발매 75일 만에 2백만 장을 가볍게 돌파한 [CrazySexyCool]은 1999년 미국 내 판매량 1천 1백만 장을 기록했다. [FanMail]은 미국 내에서 6백만 장 이상 팔렸다고 집계됐다. 그룹의 세계적 앨범 판매량은 약 7천만 장 이상으로 추산된다. 걸 그룹 중에는 Spice Girls에 이어 TLC가 두 번째로 높은 판매 기록을 보유했다.

빌보드 싱글 차트의 히트곡 기준인 40위 안에 든 노래는 총 열한 곡이다. R&B 걸 그룹 중에서는 TLC보다 일찍 데뷔한 En Vogue와 같은 성적이다. 하지만 이 기록은 Destiny's Child가 2005년 'Girl'로 열두 번째 싱글 차트 히트를 달성하면서 깨진다(Destiny's Child는 총 열세 편의 빌보드 싱글 차트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다). 비록 히트곡 수에서는 밀렸지만 앨범 판매량은 Destiny's Child가 아래라서 TLC를 미국 최고의 걸 그룹으로 보는 시선은 확고하다.
TLC는 새 앨범 제작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으로도 기록을 썼다. 그룹은 한 달의 기간을 두고 15만 달러를 모금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그런데 팬들과 동료들의 애정이 컸던 나머지 48시간이 채 되지 않아서 목표 금액을 채웠다. 이로써 TLC는 "킥스타터" 설립 이래 가장 빨리 목표를 달성한 음악 프로젝트라는 기록을 작성하게 됐다. 목표치를 싱겁게 능가한 모금액은 우리 돈 4억 5천만 원이 넘는 40만 달러로 최종 집계됐다.
그룹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
리드 싱글 'Haters'는 TR-808 드럼 머신으로 제작한 리듬 위에 전자음 루프를 얹어 근래 힙합 신에서 유행하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어서 낸 'Way Back'은 지-펑크(G-Funk)의 숨결을 들인 R&B로 1990년대 느낌을 재현했다. 또한 'Way Back'에서 T-Boz의 텁텁한 음색이 과거와 다름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 확인돼 더욱 반갑다. 이달 초에 출시한 'It's Sunny'는 Bobby Hebb의 'Sunny'와 Earth, Wind & Fire의 'September'를 섞어 친근하게 들린다.

그동안 낸 싱글들로 짐작해 보면 새 앨범은 트렌디한 스타일과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예전의 형식이 두루 펼쳐질 듯하다. 팬들이라면 Left-Eye의 미공개 음원이 추가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히지 않은 탓에 출시일이 몹시 기다려진다. TLC는 제작비 모금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앨범 타이틀도 공모했다. 그룹은 단순하지만 의미심장한 [TLC]로 앨범 제목을 정했다. [TLC]가 유종의 미를 거두는 멋진 작품이길 고대한다.
멜론-멜론매거진-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5148&startIndex=0
덧글
재밌게잘읽고 갑니다
앨범은 마지막이지만 공연은 계속 하겠다는 뉘앙스의 말을 해서 뭔가 애매한 끝이라고나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