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디제이 디오씨(DJ DOC)를 만든 명반 [DJ DOC 4th Album] 원고의 나열

DJ DOC의 5집 타이틀곡 'Run To You'는 명실상부한 2000년 최고의 히트곡이었다. 연예인, 일반인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이 앉은 상태에서 양팔을 모아 머리 위로 뻗는 노래의 춤동작을 따라 했다. 후렴 가사 중 "Bounce with me!"는 "왕십리~ 답십리~"라는 몬드그린(Mondegreen: 외국어가 듣는 이의 모국어처럼 들리는 현상)으로 재탄생하며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옷가게, 술집 등 어딜 가나 'Run To You'가 울려 퍼졌다. 히트곡 그 이상, 가히 문화 현상이라고 할 만했다.


그런가 하면 같은 앨범에 수록된 '포조리'는 권력과 유착하는 경찰을 향한 맹렬한 비난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DJ DOC는 노래에서 경찰을 "짭새"로 칭하며 공개적으로 비하했다. 또한 비속어와 욕설도 서슴없이 내뱉었다. 때문에 '포조리'는 한국에서 환생한 'Fuck Tha Police'처럼 여겨졌다. 힙합 애호가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본토의 갱스터 래퍼 같은 과격한 태도에 열광했다.

상업적 대성황을 이루면서 힙합의 문법을 충실히 나타냈다는 이유로 다수의 평론가와 음악팬들은 5집 [The Life... DOC Blues]를 DJ DOC 최고의 앨범으로 꼽는다. 하지만 이 두 사항을 만족한 순간은 5집이 처음은 아니다. 그룹이 1997년 7월에 출시한 네 번째 앨범 [DJ DOC 4th Album]은 대중성과 마니아 성향을 고루 아우르며 높은 완성도까지 갖춘 최초의 자리였다. 그래서 4집이 나온 지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떠올려 볼 수밖에 없다.

4집을 제작하면서 DJ DOC는 그룹을 제작하고 이전까지의 앨범들을 프로듀스한 디제이 신철로부터 독립한다. 이것이 음악적 변화를 꾀하기 위한 기초공사였다. 기존에 발표한 노래들은 대중성을 염두에 두고 만든 가벼운 댄스음악이 다수였다. 때로는 '성수대교', '미녀와 야수 (OK? OK!)' 등으로 사회문제를 다루거나 기성세대의 통념에 반하는 노골적인 표현을 던지기도 했지만 멤버들에게서 나온 가사는 아니었다. 또한 그룹은 가요에 익숙한 팬들을 위해 매 앨범에 '고해성사', '남아 있는 꿈', '사랑하기 때문에' 등 김창렬의 발라드 솔로를 담아 왔다. 이제는 그 패턴에서도 자유로워졌다. 멤버들이 프로듀서로 나서면서 앨범은 온전히 그들의 무대가 됐다.


이하늘은 작곡가 박해운과 프로덕션 팀 Virus를 결성해 마음껏 힙합 음악을 선보인다. 타이틀곡 '삐걱삐걱'은 마이너 음계의 건반 프로그래밍과 엄숙한 분위기의 합창을 입혀 힙합 특유의 묵직함을 배가했다. '가버려'는 싱잉이 주를 이루긴 해도 마이애미 베이스 비트를 장착해 미국 남부 힙합의 정경을 구현했다. 'Everybody', '미안해', '모르겠어' 등은 펑크(Funk), 솔뮤직 히트곡을 샘플로 쓴 작법을 통해 그룹이 힙합에 방향을 틀었음을 분명하게 나타냈다. 이전 앨범들과는 구분되는 움직임이었다.

수록곡의 5분의 1을 담당한 남궁연은 그만의 스타일을 살려 특색 있는 힙합을 제공했다. 그가 작곡, 프로듀스한 'Seoul Train', 'Scratch Family', '5분 대기조'는 펑크(Funk)를 기본 골격으로 해서 흥겨운 그루브를 선사한다. 이 중 'Scratch Family'는 Sister Sledge의 1979년 히트곡 'We Are Family' 후렴을 차용해 익숙함을 확보하는 동시에 디스코 느낌도 자연스럽게 내보였다. 도입부에 마칭밴드풍의 드럼 연주를 배치해 제목이 갖는 군사적 이미지를 부연한 '5분 대기조'는 후반부에 전기기타 솔로 연주를 들여서 랩 메탈, 펑크 메탈의 형식까지 소화했다. 이 세 곡은 앨범에 흑인음악의 기운을 더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노래들은 흑인음악 애호가들의 취향으로만 치우치지 않았다. 가사가 지니는 밤의 정서로 '미녀와 야수 (OK? OK!)'의 두 번째 버전이라고 해도 될 '무아지경'이나 단순하게 긍정의 메시지를 건네는 '마음대로 해'는 당시 우리 대중음악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무난한 댄스음악의 틀을 띠고 있다. 이와 더불어 표절로 판결이 난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 민요 '뱃놀이' 같은 유명한 노래를 리메이크해 친숙성을 한층 키웠다. 그간 그룹이 보여 준 어렵지 않은 경쾌함도 어느 정도 유지됐다.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한 노래는 따로 있었다. 타이틀곡 'DOC와 춤을'은 귀에 빠르게 들어오는 멜로디, 밝은 가사, 트로트식 추임새, 일명 "관광버스 춤"이라 불린 쉬운 동작 등 노래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난해하지 않은 덕에 많은 이에게 애청됐다. 가사처럼 "할아버지 할머니도", "그깟 나이"에 관계없이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벽이 없는 노래였다. 노래는 이해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 때 로고송으로 사용하면서 전 국민적 가요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그룹은 전작들에 비해 정치사회적으로 더욱 진하게 충전된 가사를 썼다. 'Everybody'는 흥겨운 분위기와 달리 로드레이지, 관료들의 비리, 사람들의 이기주의 등 사회의 이런저런 문제를 꼬집는다. '모르겠어?'는 가수들의 패션에 지나친 제재를 가하는 방송사, 학생들의 복장을 간섭하는 교육부, 실력 없는 댄스 가수들을 비판한다. 비록 남궁연 등 다른 작사가가 노랫말을 제공하긴 했지만 'Seoul Train'으로는 도심 지하철의 풍경을 스케치하면서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언급하고, 'Scratch Family'로는 한탕주의가 만연한 사회에 대한 걱정을 녹여낸다.

이들 노래는 2집 중 1994년에 발생한 "성수대교붕괴사건"을 모티프로 만든 '성수대교'나 후천면역결핍증을 허무맹랑하게 건드린 3집의 '안전지대 (Safety Zone From H.I.V)'에 비하면 내용의 품질 면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같은 해 5월 싱글로 출시됐으나 비속어 사용으로 회수 조치를 당했던 '삐걱삐걱'은 DJ DOC가 4집에서 나타낸 사회참여적 성격의 중앙에 선다. 이하늘은 노래를 통해 기득권의 부정부패, 정경유착,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심화를 직설적으로, 그러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했다. 클린 버전에서는 어미를 경어로 꾸몄음에도 명쾌한 표현 덕에 노래는 충분히 강하게 느껴졌다. 20년 전과 비교해 달라지지 않은 현실은 '삐걱삐걱'을 길이 애창될 씁쓸한 투쟁가로 느껴지게끔 한다.

디제이 디오씨(DJ DOC)는 4집으로 또 한 번 성공을 만끽했다. 'DOC와 춤을'을 비롯해 'Everybody', '뱃놀이' 등으로 방송사를 활보했다. KBS의 한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단독 콘서트로 방송을 꾸밀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히트 기록을 연달아 작성하면서 그룹은 음악적으로 쇄신했으며,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뮤지션으로도 가치를 올렸다. 많은 사람이 5집을 으뜸으로 치지만 훌륭한 변신과 성장의 발원은 4집이었다.

멜론-멜론매거진-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5249&startIndex=0

덧글

  • 진영 2017/08/04 10:20 # 삭제 답글

    저의 명반중에 하나인 5집.고등학교때 정말테잎을 눌어지도록들었죠.아이러니하게도 전 이앨범에서 런투유를 가장안좋아했어요.개인적으로 6집을 기다렸지만 발매후 너무실망을했죠.5집에서 힙합 랩에 림을 줬다면 6집은 그냥 댄스앨범인듯한 느낌이라 너무실망을했었습니다
  • 한동윤 2017/08/05 11:19 #

    런투유를 안 좋아하셨다니 여기저기서 들리는 노래 때문에 짜증이 나셨겠네요ㅠㅠ
    김창렬이 프로듀서를 맡으면서 방향이 많이 틀어졌죠. 저도 6집, 7집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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