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 그룹 시크릿은 2010년에 발표한 'Madonna'를 통해 자존감 강한 여성상을 그려 냈다. 노래의 화자는 "나처럼" 과감하게, 도도하게,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라면서 내내 우쭐거리는 태도를 내보였다. 자화자찬이 과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이 가사는 순전히 본인만을 드높이는 내용은 아니었다. 노래에 등장하는 "패셔니스타", "섹시 아이콘" 같은 수식이 부연하듯 제목으로 표시한 인물에 대한 헌사이기도 했다. 팝의 큰 별 Madonna는 다수 대중에게 시크릿의 노래가 기술한 이미지로 인식된다.
Madonna는 데뷔 초부터 정숙함과 거리를 둔 노랫말로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했다. 1983년에 선보인 1집의 'Physical Attraction'과 이듬해 출시한 두 번째 앨범의 'Like A Virgin'에서 그녀는 내내 남자와의 잠자리를 갈구하는 가사로 성적 욕망을 숨김없이 표출했다.
2집의 다른 수록곡 'Material Girl'에서는 황금만능주의를 당연시하며 돈만 있으면 사랑도 가능하다는 뉘앙스를 풍기는가 하면, 1986년에 발표한 'Papa Don't Preach'로는 아버지의 충고를 거부한 채 미혼모의 삶을 택하는 젊은 여성을 담았다. 성에 관해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기성세대의 가치와 대립하는 Madonna의 모습은 기존의 여자 가수들에게서는 좀처럼 발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상이었다.

도발적인 퍼포먼스는 Madonna를 더욱 특별한 존재로 만들었다. 1984년 열린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Like A Virgin'을 부를 때 그녀는 웨딩드레스에 "보이 토이"(Boy Toy: 나이 든 사람과 관계를 맺는 미소년)라는 글자를 새긴 벨트를 두르고는 온몸으로 무대를 쓸고 다니는 공연을 펼쳤다. 철저히 섹스어필을 의도한 퍼포먼스였다. 1990년 투어 공연 중에는 'Like A Virgin'을 부르면서 자위행위를 흉내 낸 동작을 취해 기꺼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상식을 멀찌감치 벗어난 행보 덕에 Madonna는 항상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어른들은 눈살을 찌푸릴 행동이었지만 젊은이들에게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다가왔다. 10대 소녀들을 비롯한 젊은 여성들은 그녀를 통해 일탈을 간접적으로 체험했다. 동시에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취향이나 주장을 드러내는 용기도 배웠다. 1994년에 개봉한 영화 "트루 라이즈"(True Lies) 중 "요즘 애들한테는 액슬 로즈랑 마돈나가 부모라니깐."이라는 대사는 Madonna의 엄청난 영향력에 대한 확언이다. 젊은 세대의 감성 온도에 맞춘 그녀의 행동은 제도교육에서는 만날 수 없는 색다른 교본과도 같았다.
자연스레 외양으로라도 그녀와 비슷해지려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1980년대 중반 많은 여성이 레깅스 위에 치마를 입음으로써, 또는 가죽이나 고무 재질의 팔찌를 차든가 큼지막한 머리 리본을 달아 Madonna를 따라 했다. "한국의 댄싱 퀸"으로 불리는 김완선도 데뷔 초반 Madonna의 패션을 성실히 모방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유행 중인 뷔스티에도 그 옛날 Madonna에 의해 널리 전파됐던 복장이다.

그녀가 췄던 춤 또한 오늘날에도 유효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소녀시대는 이달 초에 낸 신곡 'Holiday' 중 "리듬을 따라 기분을 내 봐." 부분의 춤으로 Madonna를 되새겼다. 원더걸스가 2007년 'Tell Me'에서 같은 동작을 보여 준 적이 있으니 음악팬들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을 듯하다. 이는 Madonna의 첫 번째 히트곡 'Holiday'에 등장했던 몸짓이다. 소녀시대는 동명의 노래에 같은 안무를 배치해 Madonna를 향한 오마주를 선명하게 나타냈다.
신화가 2013년에 발표한 'This Love'도 Madonna와 연관된다. 신화는 이 노래로 방송 활동을 할 때 "보깅"(Voguing)을 선보였다. 보깅은 패션 잡지 "보그"(Vogue)의 모델들이 자주 취하는 (억지스럽지만 우아해 보이는) 포즈를 응용해 만든 춤으로, Madonna의 1990년 히트곡 'Vogue'를 통해서 주류로 부상했다. 또한 보깅은 Madonna가 지금까지도 행하는 게이 문화 노출의 일환이었으니 신화는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성소수자 해방 운동에 동참한 셈이다.

Madonna는 제작자로서도 무시하지 못할 위상을 획득했다. 그녀는 1992년 5집 [Erotica]를 낼 때 자신의 레이블 "매버릭 레코드"(Maverick Records)를 설립했다. 영화 제작과 도서 출판, 멀티미디어 상품 판매 등 여러 방면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마련한 교두보였으나 꾸준히 신인을 발굴하고 음반들을 출품함으로써 매버릭 레코드는 유명 레이블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을 통해 음악성이 뛰어난 인물도 여럿 나왔다. 그중 단연 돋보였던 이는 독일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Me'Shell Ndegeocello였다. 레이블의 1호 뮤지션이라는 점도 이력에 보탬이 됐지만 무엇보다도 음악이 근사했다. 1993년 출시된 데뷔 앨범 [Plantation Lullabies]는 네오 솔, 힙합, 록, 재즈, 펑크(Funk)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면서 은은한 흥취, 경쾌한 탄력까지 겸비했다. 하지만 음악이 대중적이지 않았던 탓에 히트에 이르지 못했다. Me'Shell Ndegeocello는 매버릭에서 몇 편의 앨범을 더 냈으나 많은 사람의 눈에 띄지 못하면서 언더그라운드로 내려갔다.
1호 가수는 상업적으로 실패했지만 대표가 슈퍼스타이니 레이블은 흔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같은 해 데뷔한 4인조 R&B 그룹 U.N.V.와 시애틀의 록 밴드 Candlebox가 히트곡을 배출해 매버릭 레코드의 앞날은 충분히 희망적으로 보였다.

레이블은 1995년 복덩이 Alanis Morissette을 영입해 더 큰 도약을 이룬다. 그녀의 세 번째 앨범이자 미국에서 낸 첫 번째 음반 [Jagged Little Pill]은 'You Oughta Know', 'Ironic', 'You Learn' 등 세 곡을 빌보드 싱글 차트 10위 안에 올리며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까지만 해도 Alanis Morissette은 자국 캐나다에서 음반 계약이 만료된 상태였다. 재계약을 따내지 못해서 가수 인생의 위기를 맞았던 신인은 Madonna와 만나 인생 역전을 경험했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다. 매버릭 레코드는 The Prodigy, Deftones, Cleopatra 등 여러 장르의 아티스트들의 음반을 제작, 유통하면서 몸집을 키워 갔지만 설립자 간의 불화, 모회사인 "워너 뮤직 그룹"(Warner Music Group)과의 법적 분쟁 등으로 경영을 원활하게 지속하지 못했다. 결국 2011년 Greyson Chance의 앨범을 끝으로 음반 제작은 손을 놓게 됐다.

레이블이 휴업에 들어갔다고 해서 경력이 빛바래는 것은 아니다. 음악만을 놓고 봤을 때에도 Madonna는 충분히 멋진 궤적을 새기고 있다. 댄스음악을 메인 메뉴로 고수하면서 신스팝('Into The Groove'), 팝 록과 가스펠의 퓨전('Like A Prayer'), 하우스('Vogue'), 일렉트로클래시('Die Another Day'), 뉴웨이브('Give Me All Your Luvin'') 등 매번 활발하고 화려하게 스타일을 변주했다. 정상의 위치에 선 지 오래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작품에 안일하게 임한 적이 없다.
그녀의 음악 스펙트럼은 댄스에 매몰되지 않았다. 라틴 팝('La Isla Bonita') 바로크 팝풍의 록('Oh Father'), 어덜트 컨템포러리 느낌을 강조한 R&B('Take A Bow'), 사이키델릭 팝('Beautiful Stranger') 등으로 표현을 폭넓게 확장했다. 이러한 활동으로 Madonna는 새로움과 다채로움을 원하는 음악팬들의 까다로운 기호를 만족했다.
늘 쇄신하고 세련미를 나타내면서도 그녀의 음악은 대중성까지 충만했다. 중심이 되는 루프는 선명했으며, 선율 또한 대체로 귀에 잘 들어왔다. R&B, 솔뮤직 같은 장르가 아님에도 후배 가수들의 노래에 빈번하게 차용되는 것이나 리메이크가 꾸준히 이뤄지는 사실은 원곡이 지닌 강한 대중성에 대한 방증일 것이다.
Madonna를 논할 때에는 선정적인 퍼포먼스, 뮤직비디오나 노래에 녹여낸 여성과 성소수자의 권리 신장을 도모하는 활동이 어김없이 언급된다. 이를 기를 쓰며 드러내 왔으니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계속해서 빚어 온 논란거리도 그녀의 음악이 볼품없었다면 이렇다 할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보통 이상으로 좋은 노래 덕에 그녀가 던지는 메시지가 세상의 주목을 끌 수 있었다. 이것이 Madonna가 35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는 원초적인 힘이기도 하다.
멜론-멜론매거진-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5401&startIndex=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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