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함과 친숙함의 공존, 클래식 크로스오버 원고의 나열

미국의 크로스오버 연주 밴드 The Piano Guys가 이달 초 컴필레이션 앨범 [So Far, So Good]을 출시했다. 이번 모음집은 2011년에 데뷔한 이들이 지난 만 5년간의 활동을 돌아보는 의미로 기획한 작품이다. 따라서 앨범은 그동안 낸 다섯 장의 정규 음반 가운데 팬들의 반응이 좋았거나 본인들이 애착하는 곡으로 구성했다. 여기에 영국 가수 Cliff Richard와 함께한 새로운 버전의 '(It's Gonna Be) Okay'를 추가했다. 이들이 벌써 컴필레이션을 내다니 세월 참 빠르다.


사실 대다수 음악팬에게 The Piano Guys는 낯선 뮤지션일 듯하다. 빌보드 앨범 차트 상위권에는 몇 차례 들었지만 히트 싱글은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 어려운 연주곡을 들려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래도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2015년에는 내한공연까지 했다.

이름에 피아노가 들어간 탓에 피아니스트로 구성된 그룹이라고 예상하기 쉽지만 피아니스트는 Jon Schmidt 한 명뿐이다. 그와 함께 첼리스트 Steven Sharp Nelson과 비디오 예술가 Paul Anderson, 녹음 엔지니어 겸 프로듀서 Al van der Beek가 팀을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The Piano Guys라고 자신들을 명명한 것은 이들이 인연을 맺은 장소가 Paul Anderson이 운영하는 피아노 판매점이었기 때문이다.

2009년 Jon Schmidt와 Steven Sharp Nelson이 Taylor Swift의 'Love Story'와 Coldplay의 'Viva la Vida'를 섞어 연주한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했고, 이를 본 Paul Anderson이 전문적으로 영상을 만들어 보자며 제안해 팀을 결성하게 됐다. Paul Anderson은 사람들이 피아노를 어렵지 않게 느끼게 하려고, 자신의 가게를 홍보할 목적으로 밴드 결성을 종용한 것이었다.

이들이 올린 동영상은 초반에는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2010년 Michael Jackson의 'Billie Jean', 'Smooth Criminal' 등과 Mozart의 작품을 혼합한 곡이 입소문을 타면서 존재감을 내게 됐다. 이후 그룹은 One Direction의 'What Makes You Beautiful', Taylor Swift의 'Begin Again' 등 인기 팝송을 리메이크한 작품을 꾸준히 게재하면서 유튜브 스타로 등극했다. 2011년 자력으로 첫 음반을 발표했으며, 이듬해 소니뮤직과 계약해 주류 시장에도 진출했다.


음악계에는 The Piano Guys처럼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접목한 크로스오버를 주메뉴로 삼은 뮤지션들이 무척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마도 유진 박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하다. 팝송을 즐겨 들었던 중년 음악팬이라면 싱가포르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Vanessa-Mae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Vanessa-Mae는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 태국 알파인스키 대표로 출전해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다.


독자적 길을 개척한 Miri Ben-Ari
크로스오버 뮤지션들은 대체로 서양 고전음악을 연주하곤 한다. 음악이 고만고만하니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스라엘 출신의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Miri Ben-Ari는 달랐다. 그녀는 1999년 발표한 데뷔 앨범 [Sahara]에서 스무드 재즈를 하며 보통의 클래식 악기 연주자와는 다른 면모를 뽐냈다. 2003년에 낸 2집 [The Temple Of Beautiful]에서는 포스트밥을 택해 더욱 다이내믹한 음악을 들려줬다.

2005년에 선보인 3집 [The Hip-Hop Violinist]는 한층 특별했다. 앨범 제목처럼 힙합을 시도한 것. 색다른 도전이긴 해도 그녀 홀로 연주했다면 굉장히 심심했을 것이다. 이 같은 사태를 피하고자 그녀는 Doug E. Fresh, Kanye West, Musiq Soulchild, John Legend 등의 객원 가수를 초대해 노래들을 실하게 꾸몄다. 수록곡 중 Pharoahe Monch와 함께한 'New World Symphony'는 앨범의 백미로,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을 샘플로 사용해 친밀함과 웅장함을 내보였다.


현악기로 흑인의 문화를 표현한 사내들
Miri Ben-Ari가 힙합 뮤지션으로 변신하던 무렵 Nuttin' But Stringz가 또 다른 힙합 바이올리니스트를 표방하며 움트고 있었다. Tourie Escobar와 Damien Escobar 형제로 이뤄진 이들은 흑인에다 뉴욕 출신이기까지 해서 "힙합스러운" 느낌이 짙게 들 만했다. 하지만 2006년에 낸 데뷔 앨범 [Struggle From The Subway To The Charts]는 연주음악이 갖는 선천적 약점으로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2008년 "아메리카 갓 탤런트" 세 번째 시즌에 출전해 3위까지 오름으로써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됐다.

비슷한 시기 플로리다주에 사는 두 흑인 청소년 Kevin Sylvester(바이올린)와 Wilner Baptiste(비올라)도 힙합 현악 밴드 Black Violin을 결성했다. 2004년 "빌보드 어워드"에서 Alicia Keys의 무대에 연주자로 오르며 많은 사람의 눈에 든 이들은 2008년부터 음반을 제작하며 클래식과 힙합의 크로스오버를 전파했다. Black Violin은 힙합 외에도 펑크(Funk), 일렉트로닉 등을 소화하며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주는 중이다.


특장점을 만들어 부상하는 Lindsey Stirling
일렉트로니카 쪽에서는 Lindsey Stirling이 도드라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녀는 다섯 살 때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서 제대로 된 레슨을 받기 어려웠다. 부모님은 바이올린 선생님께 일주일에 15분만 수업을 해 달라고 간청했다. 일주일에 그렇게 짧게 배워서 과연 실력이 늘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미미하긴 해도 자녀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 주고자 하는 부모님의 열정 덕에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바이올린을 배울 수 있었다.

Lindsey Stirling은 춤추기도 좋아했다. 드러낼 장기를 하나 더 확보한 것. 스물세 살 때인 2010년 "아메리카 갓 탤런트" 다섯 번째 시즌에 "힙합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별칭으로 출전한 그녀는 춤을 추며 바이올린을 연주해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쉽게도 8강에 오르는 데 그쳤지만 독특한 퍼포먼스는 시청자들에게 그녀의 이름을 각인하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같은 해 EP [Lindsey Stomp]를 출시함으로써 자신의 음악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유튜브에 동영상을 게시해 적극적인 홍보를 벌였다. 2012년에 발표한 첫 정규 음반 [Lindsey Stirling]을 통해서 그녀는 덥스텝, 하우스 같은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을 골조로 한 크로스오버를 선보인다.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하고 준비한 2집은 조금 더 복잡하고 세련된 음악을 선사했으며, 지난해 발표한 3집은 2집보다 많은 객원 가수를 초대해 한층 화려하게 꾸몄다.

2집과 3집이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각각 2위와 5위를 기록할 만큼 그녀의 음악은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이미 여러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획득했으며, 2015년 "포브스"의 "30 언더 30"(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명성을 떨치는 30세 이하 젊은이들을 선정하는 행사)에도 뽑혔다. 유명 뮤지션들과의 협업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으니 그녀의 앞날은 무척 창창해 보인다.


크로스오버의 패러다임을 바꾼 밴드 Clean Bandit
클래식 크로스오버 뮤지션 중 근래 가장 유명한 인물은 영국 밴드 Clean Bandit일 것이다. 이들이 2014년에 발표한 'Rather Be'는 자국은 물론 유럽 여러 나라와 미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팝송 애호가라면 대부분 이 노래를 안다. 객원 보컬로 참여한 신인 가수 Jess Glynne은 무명의 세월을 거치지 않고 바로 톱스타가 됐다.

밴드는 첼로를 전공한 Grace Chatto와 바이올린 연주자 Neil Amin-Smith, 키보드 연주자 Jack Patterson과 드러머 Luke Patterson이 2008년 의기투합해 결성했다. 클래식 연주자와 대중음악을 하는 이들의 수가 같아서 그런지 몰라도 이들의 음악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팝과 클래식이 고르게 나타났다. 데뷔 싱글 'A+E'가 일렉트로닉의 성격이 강했던 반면에 B사이드에 수록한 'Nightingale'은 첼로와 바이올린이 더 넓은 면적을 차지했다.

그룹은 또한 다수에게 수월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철저히 지켰다. 모든 곡에 객원 가수를 배치해 듣기 편한 팝을 제작한 것이다. 2013년 'Mozart's House'가 영국 싱글 차트 17위에 올라 탄력을 받은 Clean Bandit는 이듬해 'Rather Be'로 수많은 음악팬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한다. 서정성과 경쾌함, 클래식 크로스오버의 형태를 고루 갖춘 덕분이다.

이후 출시한 노래는 대부분 히트곡 대열에 들었다. 'Rather Be' 이후 데뷔 앨범에서 싱글로 내보낸 노래들은 현악기 연주가 들어갔을 뿐 크로스오버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제목과 발매일이 확정되지 않은 두 번째 앨범 출시를 예고하면서 그룹은 'Rockabye'와 'Symphony' 두 편의 싱글을 공개했다. 이 중 Zara Larsson이 참여한 'Symphony'에서는 클래식의 느낌이 다시 살아났다. Clean Bandt가 2집에서는 어떻게 크로스오버를 행할지 궁금하다.

2017/06
멜론-멜론매거진-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5088&startIndex=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