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움을 이룩한 비트 장인, 디제이 쥬스(DJ Juice) 원고의 나열


지난 7월 말 종영한 SBS 음악 프로그램 [DJ쇼 트라이앵글]에 출연해 역동적인 흥을 안방에 선사한 디제이 쥬스는 힙합 신에서는 정평이 난 명인이다. 2003년 발매된 힙합 컴필레이션 앨범 [절충(折衝) Project Vol. 02] 중 '하몽(夏夢): M2-Part 1'에 턴테이블 스크래칭 연주를 맡으며 데뷔한 그는 왕성한 세션 활동으로 힙합 신에 이름을 깊게 새겼다. 이후 솔로 및 합작 앨범을 출시함으로써 비트 메이커로서도 존재감을 부각했다.

디제이 쥬스는 올봄 발표한 첫 번째 정규 음반 [BEAUTIFUL LIFE]를 통해 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내보였다. 타이틀곡 'Beautiful Life'로는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팝 랩을, 'Higher'와 'What a Beautiful Night'로는 각각 일렉트로합과 래칫 뮤직을 들려줬다. 여기에 붐 뱁 스타일의 'YA', 나스(Nas)의 2002년 노래 'One Mic'를 차용해 미국 동부 힙합의 정취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BEATful Life', 트랩과 EDM을 혼합한 짧은 연주곡 'Resurrection' 등 각양각색의 반주를 구비해 앨범은 그야말로 호화로웠다.

앨범에 숨결을 보탠 명단은 디제이 쥬스가 힙합 신의 중추적 인물이라는 사실을 직각적으로 나타내 준다. 앨범에는 피타입, 버벌 진트, 산이 등의 소속사 동료들 외에도 더콰이엇, 허클베리 피, 로꼬, 치타 등 크루나 소속사가 서로 다른 래퍼들까지 대거 참여했다. 위상이 높은 뮤지션이 아니면 쉽게 조직할 수 있는 라인업이다.

디제이 쥬스는 이달 14일 출시한 신곡 '더쎄게 (Love Me Harder)'로 또 한 번 음악적 변화를 기록했다. 이번에는 여름철 스테디셀러인 레게와 지난 2, 3년 사이 팝 음악계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트로피컬 하우스를 접목했다. 이국적 흥취, 휴양지의 기운을 품은 두 양식이 만나니 노래는 청량감으로 가득하다. 여름의 막바지를 지나고 있는 지금 가장 반가울 곡이다. 또한 디제이 쥬스 본인에게 '더쎄게 (Love Me Harder)'는 힙합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다른 장르를 시도하는 새로운 분기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201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