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응원가의 빛과 그림자 원고의 나열

이제 코앞에 다가왔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다섯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를 비롯해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공연, 전시회 등의 문화 행사를 벌이며 분위기를 띄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달 18일에는 한국은행이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 지폐를 선보이며 예열 작업에 힘을 보탰다. 기업들도 올림픽 마스코트를 활용한 상품을 출시해 자사 제품은 물론 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활동을 진행하는 중이다. 올림픽이 가까이 온 것이 실감된다.


올림픽 열기를 고조하는 데에 음악이 빠질 수 없다. 1985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그대 먼 곳에'로 대상을 수상한 마음과 마음을 주축으로 언더그라운드 싱어송라이터들이 조직한 뮤지션클럽은 5월 '평창으로', 'You're My Friend' 등의 응원가를 발표했다. 이달 15일에는 김경호와 테너 김충희, 동계올림픽 홍보대사 중 한 명인 인순이 등이 의기투합해 만든 응원 컴필레이션 음반이 출시됐다. 가수들도 자신의 재능을 살려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힘쓰고 있다. 올림픽이 가까워질수록 응원가는 더 많이 출시될 듯하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큰 행사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자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은 분명 훌륭해 보인다. 하지만 모든 일이 의도로만 빛을 발하기란 쉽지 않다. 항상 결과물도 중요한 법이다.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면 숭고한 뜻은 졸속 사업을 무마, 포장하는 최후의 명분으로 전락하고 만다.


인순이, 김경호 등이 참여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개최 기원 올림픽 KOREA 응원가]는 의의만 좋은 앨범이라 할 만하다. 수록곡들은 아레나 록 스타일, 또는 록의 요소를 가미한 댄스음악 외형을 갖춰 어느 정도 웅장함과 흥겨움을 발산한다. 하지만 이것이 장점의 전부다. 음악적인 근사함은 좀처럼 감지되지 않는다. 일렉트릭 기타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구성이 엇비슷해 금방 물린다. 참치김밥, 소고기김밥, 치즈김밥 등 오직 곁들이는 재료만 차이 나는 김밥만 한가득 차린 형국이다.

똑같은 단어를 되풀이하는 가사도 식상함을 더한다. 제목이 예고하고 있는 대로 노래들은 주문을 외듯 "OK",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을 연신 외친다. 노래들이 동일한 DNA를 공유하는 상태이기에 같은 낱말의 반복은 재미의 급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별 의미 없는 "OK"를 남발하는 것도 촌스러움을 배가한다. 한편으로 가사가 밴 과한 국가주의는 부담감마저 안긴다.

타이틀곡 '금 나와라 뚝딱'은 그나마 괜찮게 느껴진다. 당연히 제목은 멋있다는 인상을 제공하지 않는다. 조금도 감각적이지 않다. 첫 소절 가사("Nice to meet you. My name is 대한민국.")는 듣기 민망할 만큼 유치하다. 게다가 "금 나와라. 은 나와라."라는 가사로 앨범 전반을 관통하는 승리지상주의를 강조하는 점도 아쉽다. 그러나 나머지 수록곡들과 달리 트렌디한 골격으로 경쾌함을 내보이는 사항은 응원가의 조건 중 하나에 부합해 절망감을 누그러뜨린다.


응원가는 크게 현장용과 외부용으로 나뉜다. 전자는 관중이 선수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부르는 노래를 의미한다. 말 그대로 응원가다. 후자에는 개막을 앞두고 분위기를 띄우려고 만들어진 노래들이 속한다.

경기장, 또는 경기를 스크린으로 관람하며 대규모로 응원을 벌이는 장소에서 불리는 노래들은 이미 정해져 있다. '아리랑'과 '아리랑 목동'은 부동의 으뜸 애창곡이다. 여기에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오 필승 코리아'가 신흥 스테디셀러로 등극했다. 노래는 아니지만 박수 다섯 번을 치고 "대한민국!"을 외치는 구호는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경기장 안팎에서 영원히 불릴 문구다. 이것들이 이룬 스크럼은 워낙 단단해서 새로운 응원가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때문에 응원가 타이틀을 단 노래들은 대체로 대중의 관심 유도를 목적에 둔다. 사실 이것은 형식적 명목이다. 솔직하게 표현하면 행사 출연을 목표로 응원가를 내는 이가 대부분이다. 개막일까지 여러 지역에서 올림픽을 홍보하는 행사가 열린다. 자기 이름으로 된 응원가를 보유하면 이런 행사에 섭외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응원가가 경제활동의 어드밴티지로 작용하는 것이다.

축하할 자리에는 즐거운 노래가 필수다. 따라서 이벤트 출연을 계획하고 만들어진 응원가들은 흥을 핵심 인자로 지닌다. 하지만 이런 노래들은 꼭 합창을 종용하는 포맷을 수반하고, 유로댄스나 댄스 록 등 한정된 양식을 내보여 재미없게 느껴졌다. 이에 반해 '금 나와라 뚝딱'은 일렉트로 펑크와 뉴 디스코를 결합해 참신함을 뽐낸다. 가사만 들어내면 요즘 유행하는 노래들과 다를 바 없다.


분위기를 달구기 위해서 신나는 노래는 필요하지만 새롭게 출시되는 응원가들은 그쪽에만 쏠리는 경향이 짙다. 이러한 모습은 2002년 이후 그간의 월드컵을 통해 검증됐다. 댄스음악에만 경도되는 것은 순수하게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데에 주안점을 두기보다 가수들이 부르고 싶은 음악, 행사에서 반응이 좋을 음악을 좇는 탓이다. "1988 서울 올림픽"의 주제가였던 '손에 손잡고'처럼 선수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자긍심도 고양할 수 있는 노래가 필요하다.


응원가들을 마주하면 으레 또 하나 안타까운 점이 발견된다. 하나같이 음반 커버에 공을 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뮤지션클럽의 앨범도, 인순이, 김경호 등이 참여한 앨범도 커버 디자인이 굉장히 후지다. 소찬휘가 "2014 브라질 월드컵" 때 발표한 '오~ 한국!'의 커버는 정말 가관이었다. 선수들의 사기 진작은 고사하고 선수들의 사기를 진작 고사시켜 버릴 가공할 조잡함이다. 응원한다면서 실상 벌이는 일은 적군이 따로 없다.

가수들에게 올림픽은 한철 즐길 축제일지 모른다. 하지만 선수들은 다르다. 올림픽을 위해 4년, 혹은 그 이상의 긴 시간을 혹독하게 준비한다. 올림픽을 선수 인생의 마지막 기회로 여기는 이도 많다. 힘든 세월을 인내해 왔으며, 사활을 건 사람들에게 누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응원가를 발표할 가수들은 본인 노래를 낼 때보다 더 신중해야 할 것이다.

멜론-멜론매거진-이슈포커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5516&startIndex=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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