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은 약했지만 외면할 수 없는 노래들 원고의 나열

어떤 노래는 출시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뒤늦게 히트하기도 한다. 흔히 '역주행'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현상은 주로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에 삽입되거나 팬들이 의도하고 대대적으로 후원 작업을 벌일 때 일어난다. 미디어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SNS를 통한 팬들의 응원이 활발해지면서 역주행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노래가 역주행의 주인공이 될 순 없는 법이다. 때문에 음악적으로 준수함에도 널리 알려지지 못하는 노래들을 보면 아쉬운 마음이 더욱 커진다. 언젠가는 더 많은 음악팬이 알아봐 주기를 바라며 반응은 약했지만 멋진 노래들을 소개해 본다.


윤현상 | R&B를 끌어안은 아담한 팝
박지민, 이하이, 백아연 등 쟁쟁한 보컬리스트들 사이에서 윤현상은 조용히 돋보였다. 봄날의 미풍처럼 온화한 목소리, 감정을 담백하게 풀어내는 가창으로 그는 그윽하게 존재감을 나타냈다. 항상 차분함을 유지하면서도 고음부를 시원하게 소화하는 반전 매력 또한 시청자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비록 <K팝스타> 첫 번째 시즌에서 Top 7에 속하는 데 만족해야 했지만 음악팬들에게 이름을 각인하기에 충분했다.

윤현상은 작사, 작곡, 편곡을 홀로 해내는 송라이터,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이는 자기가 추구하는 바를 능동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동시에 본인에게 어울리는 음악 옷을 지을 능력이 있음을 시사한다.

9월 중순에 선보인 두 번째 EP [attitude]는 그 장기를 모자람 없이 드러낸 작품이라 할 만하다. 윤현상은 재지(jazzy)한 팝('주말'), 네오 솔('실루엣 (silhouette)'), 슬로 잼 느낌의 R&B('난 널') 등 포근한 곡들을 마련해 특유의 감미로운 음성을 성공적으로 부각했다. 흑인음악을 중심 메뉴로 삼았으나 담담한 보컬이 중화 작용을 해 노래들은 보통 팝처럼 다가온다. 쉽게 물리지 않을 그루브가 넘실거린다.


우효 | 여러 느낌이 얽힌 일렉트로니카
싱어송라이터 우효의 음악은 꽤 재미있다. 발랄한 듯하지만 약간은 우울한 기운이 스며 있으며, 간절함을 표하면서도 메마른 느낌을 함께 드러낸다. 또한 일렉트로니카와 록, 팝을 두루 소화해 형식적인 면으로도 흥미로움을 안긴다. 한 방향을 고집하지 않는 다양성이 감상을 즐겁게 한다.

올해 3월에 발표한 'Pizza'는 일렉트로닉에 뿌리를 뒀다. 그러나 전자음이 그리 강하지 않은 데다가 간주부터는 건반이 등장해 팝처럼 들린다. 피자가 지닌 이미지 때문에 가볍고 아기자기한 내용이 연상되지만 노랫말은 그 예상을 깨고 인간관계에의 갈급이라는 다소 묵직한 주제를 끄집어낸다. 습기를 밴 음성으로 무기력하게 음절을 뱉는 보컬은 메시지에 힘을 실어 준다. 일상의 소재가 색다르게 전달된다.


닉앤쌔미 | 댄서블하고 느낌 있는 팝 록
대한민국 최고의 작곡가 김형석이 발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들이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이 짐작된다. 교포 출신의 이들 듀오는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모두 본인들이 담당함으로써 준비된 뮤지션임을 웅변한다. 올해 3월에는 북미 최대의 음악 페스티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 출연하기도 했다.

6월과 8월에 발표한 'Baby You Love Me'와 'Belong to Me'로 닉앤쌔미는 걸출한 음악 감각을 입증했다. 두 노래는 록과 댄스음악을 인자로 해 경쾌하고 말쑥한 사운드를 선사한다. 리프도 뚜렷해서 한 번만 들어도 기억에 빠르게 자리를 튼다. 이제 두 편의 노래를 냈을 뿐이지만 세련된 스타일이 벌써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마인드유 | 경쟁력을 갖춘 독자적 포크
이들의 이름을 접한 대부분은 '신인이 나왔구나.' 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사랑노래 같은 이별노래'를 들으면 낯선 느낌이 가실 듯하다. 제목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지 몰라도 '사랑노래 같은 이별노래'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은 덕에 커피숍, 의류 매장 같은 곳에서도 배경음악으로 많이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이 노래를 냈던 어쿠루브가 마인드유라는 이름으로 대중 앞에 다시 섰다.

소속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개명하게 됐지만 '어쿠스틱 + 그루브'라는 음악 노선은 변하지 않았다. 마인드유는 어쿠스틱 기타를 리드 악기로 활용해 순한 느낌을 퍼뜨린다. 하지만 템포가 느린 곡에서도 리듬감을 살린 연주로 굴곡을 형성한다. 때문에 단출한데도 흥이 난다. 미성과 허스키함, 상반되는 음색을 보유한 재희의 보컬은 그룹의 음악적 지향을 구체화해 준다.

레이디스 코드의 소정을 객원 보컬로 초대해 재즈풍으로 재해석한 '사랑노래 같은 이별노래'를 들으면 마인드유의 매력에 금세 빠지게 될 것 같다. 소박함과 절제된 즐거움이 공존하는 음악을 들려주는 독특한 그룹이다.


민채 | 일품 목소리의 팝 재즈
민채는 데뷔 초부터 특별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들도 무척 멋스러웠지만 아라베스크(Arabesque)의 디스코 넘버 'Hello Mr. Monkey', 하드록 명곡으로 언급되는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Sweet Child o' Mine' 등을 감미로운 재즈로 재해석해 신선함을 과시했다. 결이 완전히 다른 양식을 리메이크하겠다는 과감한 시도가 이미 대단한 일이다.

재즈 싱어송라이터의 직함을 달고 활동하던 민채는 2016년 말에 출시한 '하루'부터 스타일에 조금씩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지난 4월에 낸 EP [Ambient]는 제목 그대로 정적인 대기를 특징으로 하는 앰비언트를 주메뉴로 삼았다. 국내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장르라 약간 어렵게 느껴지긴 하지만 여백을 강조한 노래들은 지금 같은 가을날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민채는 목소리가 매혹적인 뮤지션이기도 하다. 재즈를 할 때에도, 다른 장르를 무대로 할 때에도 건조함을 띤 담담한 음성은 노래를 근사하게 꾸며 줬다. 7월에 낸 '라따따'는 밝은 멜로디에 실은 평온한 톤의 스캣이 묘한 분위기를 배가한다. 놓치면 정말 아쉬울 노래다.

2017/09
뮤즈몬 http://blog.naver.com/muzmon/221106595350

덧글

  • 역사관심 2017/10/19 23:29 #

    요즘 뮤지션들 음악은 많이 놓치고 사는데, 덕분에 접할 곡들 많아지네요 ^^ 감사합니다.
  • 한동윤 2017/10/20 11:14 #

    음악 감상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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