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일오비(015B)의 반가운 컴백 원고의 나열

그룹 공일오비(015B)가 지난 9월 말 신곡을 냈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신곡' 대신 '새 싱글'이라는 표현을 써야 맞다. 선보인 노래가 오리지널이 아닌 리메이크인 까닭이다. 2012년 '렛 미 고'(Let Me Go), '80' 등을 출시한 이후 은거에 들어갔던 그룹은 1991년에 발표한 2집 수록곡 '친구와 연인'을 손질해 가요계에 복귀했다. 공일오비는 이 노래를 시작으로 다른 재해석 작품과 신곡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긴 침묵이 깨져서 팬들은 무척 기쁠 듯하다.

데뷔 때부터 객원 가수 체제를 정체성으로 고수해 온 공일오비는 이번 역시 외부에서 보컬리스트를 초대해 노래를 완성했다. 새로 만든 '친구와 연인'에는 2015년에 발표했던 '오빠야'가 올해 초 뒤늦게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름으로써 인지도가 급상승한 혼성 듀오 신현희와 김루트가 참여했다. 완전히 신인은 아니면서 주류의 스타도 아닌 인물을 섭외하는 본인들만의 내규를 거듭 지켰다.

노래는 원곡의 보컬리스트 윤종신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신현희와 김루트의 색깔에 잘 맞춰져 있다. 전면에 아기자기한 기운을 뱄으며, 팝 록 스타일이었던 오리지널과 달리 어쿠스틱 악기들을 사용해 포크 음악의 모양을 냈다. 신현희와 김루트의 특징인 단출한 구성과 명랑함이 재현돼 본래 이들의 노래인 것처럼 들린다. 군데군데 살짝 튼 멜로디 또한 신제품의 느낌을 제공한다.


26년 만에 다시 태어난 '친구와 연인'은 일부 단어가 교체되기도 했다. 1절에서는 "이리저리 재는 건지 자존심인지"가 "이리저리 재는 건지 어장 친 건지"로 바뀌었고, 2절에서는 "예쁘장한 얼굴 귀엽게 웃는 그 모습에"가 "존잘 그대 얼굴 귀엽게 웃는 그 모습에"로 변경됐다. 이 사람, 저 사람 간을 보며 다리를 걸친다는 뜻의 '어장'과 매우 잘생겼다는 의미의 '존잘' 등 요즘 젊은 세대가 흔히 쓰는 은어와 비속어를 가져와 현대성을 확보했다. 지양해야 할 언어이긴 하지만 동시대의 대중과 감성을 맞추려는 노력이 읽히는 부분이다.

1996년 6집을 끝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공일오비는 2006년 7집 <러키세븐>(Lucky 7)으로 2막을 열 때도 트렌드를 포착한 음악을 들려줬다. 차용하는 음원의 음정을 왜곡하는 방식의 힙합('그녀에게 전화 오게 하는 방법'), 1980년대 비디오게임 사운드트랙을 바탕으로 한 전자음악 칩튠('처음만 힘들지'), 애시드 재즈풍의 하우스 음악('성냥팔이 소녀') 등 당시 유행한 양식을 소화하며 싱싱한 감각을 유감없이 뽐냈다. 오랜 세월을 쉬었으나 촌티는 조금도 나지 않았다.

공일오비는 그때그때 사회를 반영한 가사로도 대중과 가깝게 소통했다. 근래 그 특성을 드러낸 노래는 2011년에 발표한 '고귀한 씨의 달콤한 인생'이다. 노래는 일부 SNS 이용자들의 겉만 번지르르한 '보여주기'식 삶을 묘사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만연한 시대의 씁쓸한 단면을 유쾌하게 꼬집었다.

두 번째 막을 시작하면서도 공일오비는 시대의 음악 경향과 대중 정서를 완비한 노래를 선보였지만 히트는 달성하지 못했다. 지금 음악 시장의 주요 소비층인 젊은 세대에게는 환호할 화려하고 멋진 대상이 넘쳐 나기 때문이다. 공일오비는 1990년대를 경험한 중년들에게만 위대한 아티스트일지 모른다. 영광의 시절은 지나갔지만 이들의 노래는 변함없이 초롱초롱하다. 그래서 컴백이 정말 반갑다.

(한동윤)
2017.10.24ㅣ주간경향 124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