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나인] 양현석 대표의 고삐 풀린 말 원고의 나열

주객전도다. JTBC의 [믹스나인]은 아이돌로 성공하기를 꿈꾸는 무명의 경력자, 혹은 연습생을 주인공으로 품는다. 하지만 그들은 그다지 인상 깊지 않다. 도리어 경합을 벌일 참가자들을 선발하는 YG 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가 더 시선을 끈다. 그의 활약은 매회 카메라가 담는 예쁘고 잘생긴 수십 명의 청춘을 압도한다. 굴지의 연예기획사 수장이 뿜어내는 남다른 오라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브라운관을 통해 전달되는 강한 에너지는 애석하게도 불편함의 비중이 더 크다. 모진 말, 오만에 찬 말을 수시로 뱉기 때문이다. 경연 지원자들을 너무나 쉽게 깎아내리고, 그들이 속한 회사의 대표들을 만만하게 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양현석 대표가 말을 꺼낼 때마다 불량함의 아지랑이가 아른거린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언행은 방송 첫 회부터 나타났다. 프로듀서 용감한 형제가 설립한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를 방문했을 때 양현석 대표는 용감한 형제가 자신과 같은 모델의 비싼 외제차를 소유한 것을 보고 "아직까진 얘가 이럴 때가 아닌데…."라며 면박을 줬다. '너는 나와 같은 수준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다.' 정도로 해석될 말이었다. 이어 던진 "10년 동안 정신을 못 차린 걸 보니까."라는 말은 용감한 형제가 본인보다 하급이라는 뉘앙스를 확증한다. 아무리 농담이라고 해도 양현석 대표의 말에 가시가 들어간 것이 분명히 느껴졌다.

11월 5일 전파를 탄 2회에서도 상대방을 아래로 보는 태도가 발견됐다. 양현석 대표는 WM 엔터테인먼트를 방문해 대표와 인사를 나눌 때 "아는 매니저 분이에요."라고 칭했다. 매니저 시절에 인연을 맺어서 그렇게 인식할 수밖에 없겠지만 현재 그 사람의 지위를 망각한 무례한 표현이었다. WM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를 본인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사람을 대 주는 인력소개소 소장쯤으로 여기는 듯한 자세였다.

몰레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지원자들의 오디션을 볼 때는 정말 가관이었다. 양현석 대표는 듀오 코코소리로 활동했던 스물여덟 살의 김소리에게 "나이가 좀 있어요. 아이돌을 하기에는 은퇴할 나이인 것 같은데?"라며 독설을 투척했다. 듣는 사람으로서는 무력감을 넘어 모욕감을 느낄 만한 폭언이다. 이어 그는 "이 나이 동안 뭐 한 거예요?", "되는 일은 없는데 하는 일은 되게 많군요."라며 재차 비수를 꽂았다. 양현석 대표의 말에 긴장과 불안이 더 심해졌을 김소리는 울먹이며 준비한 노래를 불렀다.


김소리가 노래를 마치자 양현석 대표는 "심사평을 딱 한마디로 말씀드릴까요?"라고 입을 떼더니 미소를 지은 채 "잘했다."며 격려했다. 결국 그녀는 정식 경합에 참가하게 됐다. 실력이 출중하고 어리기까지 한 지망생들 틈에서 살아남으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하니 김소리에게 유독 거칠게 말한 것이 아닐까 하다.

쏘아붙이는 말은 어쩌면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표현법일지도 모르겠다. 서태지와 아이들로 어마어마한 명성을 얻은 양현석 대표는 그룹이 해체한 1996년 흑인음악 트리오 킵식스를 제작한다. 이들의 데뷔 앨범 [Six In Tha Chamber]는 음악적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상업적으로 실패했다. 후속곡 '어떻게'는 직접 안무를 짰음에도 타이틀곡 '나를 용서해'보다 반응이 저조했다. 철저한 준비 없이 내디딘 제작자로서의 첫걸음은 삐끗거림을 넘어 전복이었다.

양현석 대표는 1998년 솔로 가수로 출사표를 던진다. 데뷔 앨범은 기존 팬, 흑인음악 애호가들의 애정에 힘입어 20만 장 이상 판매됐다. 괜찮은 성적이긴 하나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에 비하면 초라했다. 뮤직비디오에서 상체 살을 훤히 드러내면서까지 관심을 유도한 타이틀곡 '악마의 연기'가 선전하긴 했어도 대중의 입에 오래도록 거주할 히트곡은 앨범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때 가수 양현석의 나이는 스물여덟이었다. 킵식스와 솔로 앨범 사이에 (이현도에 의한) 지누션의 대박이 없었다면 제작자, 가수 양현석은 본인이 김소리에게 한 말마따나 '되는 일은 없는데 하는 일은 되게 많은' 사람에 머물렀을 테다.


익히 알다시피 그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지누션에 이어 원타임이 성공하면서 양현석 대표는 제작자로서 출세의 길을 걷는다. 이후 거미, 세븐, 빅마마, 휘성, 렉시, 빅뱅 등 히트 가수를 연달아 배출하며 위상을 더욱 높인다. 현재는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히는 음반 제작자로 자리매김했다.

양현석 대표가 김소리에게 한 사나운 응원은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자기중심적인 채찍질이다. 안정적인 위치에 있는 이는 남의 시련에 무감하기 마련이다. 결승선을 이미 넘었을 뿐만 아니라 금메달까지 거머쥔 주자는 계속 고꾸라지는 이가 답답하게만 보일 것이다. 어서 일어나서 달리라고 쉽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쓰러지는 당사자는 넘어질 때마다 입는 상처와 안타까운 처지를 누군가가 알아봐 주기를 더 바랄 것이다. 양현석 대표는 충격요법을 의도했을지 모르겠으나 몇 차례의 실패로 상심이 크고 걱정도 많을 김소리에게는 가혹한 폭력으로 느껴질 이해 없는 조언이었다.


3회에서도 실망스러운 망발이 이어졌다. YNB 엔터테인먼트의 5인조 보이 밴드 크나큰이 본인들의 이름이 마음에 안 들었음을 털어놓았을 때다. 이에 양현석 대표는 "서태지와 아이들 이름 처음 들었을 때 이름 지은 사람 죽여 버리고 싶었다."면서 본인도 그룹 이름에 불만이 있었다고 맞장구쳤다. 이어서 그는 현재 자기 나이가 40대 후반인데도 아직까지 '아이들'이라는 소리를 듣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악의는 없었겠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이름은 서태지가 지었기에 서태지의 팬들한테는 언짢게 들릴 소지가 다분했다.

그 얘기를 할 때 양현석 대표는 정색하지 않았다. 웃음을 띠고 있었다. 오디션을 앞둔 참가자들의 긴장감을 풀어 주려고, 또는 이름에도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기 위해 뱉은 농담일 듯하다. 하지만 김소리가 오디션을 보기 전 기를 죽이다 못해 의욕을 짓밟은 것을 떠올리면 긴장감을 누그러뜨릴 의도는 아니었다고 판단 가능하다. 그저 동질감을 포착해 웃기려고 한 장난으로 해석된다. 불행히도 회심의 개그치고는 너무 과격했다. 본인에게 크나큰 성공을 안겨 준 은인 서태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당시 그에게는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이름이 유치하게 느껴졌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 이전이나 그들과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팀들에 비하면 '아이들'은 양반이다. 만약 서태지와 하얀손(김승진의 팀)이었다면? 서태지와 피노키오(이재민의 팀)였다면? 서태지와 에레스테(장혜리의 팀)였다면? 서태지와 와와(현진영의 팀)였다면? 서태지와 신기루(신영섭의 팀)였다면? 서태지와 울랄라(제갈민의 팀)였다면? 이런 이름들을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겠으나 이것들보다는 '아이들'이 훨씬 친근하게 느껴진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그 이름 덕에 양현석 대표는 나이가 들어도 젊은 이미지를 보유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감사한 일이다. 서태지가 양현석 대표를 '아이들'로 낙점했기에 지금의 위치에 이르는 길이 열렸음은 자명하다. 정말 고마워해야 한다. 또한 사명(社名)으로 쓰는 영어 이니셜은 그룹 시절 서태지가 지어 준 별명에서 따 왔다. 서태지와 아이들에 은혜의 역사가 뚜렷하게 남아 있는데 투정을 부리니 서태지와 아이들 팬, 나아가 음악팬들에게는 양현석 대표가 무엄해 보일 수밖에 없다.

양현석 대표가 경영에만 집중하고 있기에 그의 언행을 확인할 수 있었던 통로는 SBS [K팝스타]가 거의 유일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도 혹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격렬하지는 않았다. 간간이 시도하는 농담에는 곰살맞은 구석이 존재했다. 이 정도로 막무가내는 아니었다.

이러한 이유로 [믹스나인]은 양현석 대표를 재발견하는 장으로 전락했다. 150명이 넘는 참가자들보다 그의 말에 대중의 관심이 더 쏠리는 분위기다. 주객이 전도됐다. 그러나 결코 뿌듯해할 일이 아니다. 이 눈길에는 힐난이 딸려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3회 방송에서 박진영이 YG 엔터테인먼트 지원자들을 점검할 때였다. 한 지원자가 박진영의 질문에 시원스럽게 대답하지 못했는지 양현석 대표는 "'말부터 가르쳐야겠구나.' 할 정도로 짜증이 납니다."라고 말했다. 아니면 기량의 전반적인 기초를 확고히 해야 함을 의미했을 수 있다.

방송에 나타난 장면만으로는 정확한 정황을 알기 어렵다. 사정이 어찌 됐든 수많은 대중을 만나는 직업은 말을 잘하는 것이 필히 요구된다. 말을 잘하면 방송에 출연했을 때도 돋보이고, 공연이나 행사를 흥미진진하게 진행하는 데에도 큰 보탬이 된다. 하지만 공식적인 자리에 서는 사람에게 청산유수의 말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겸손함이다. 양현석 대표가 모니터링할 때 했던 말은 정작 그에게 절실해 보인다.


덧글

  • 오월 2017/11/24 16:55 # 답글

    이번에는 양싸가 또 어떤 막말을 하나 보고 욕하려고 보는 프로그램이 돼버렸죠. 그 관심이 연습생들한테 갔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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