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풍성해져 돌아온 명작 이글스(Eagles) [Hotel California] 원고의 나열

출시된 지 40년이 지났지만 'Hotel California'는 젊은 세대에게도 무척 친숙하다. 라디오 팝송 프로그램의 전파를 꾸준히 타며, 텔레비전 음악 방송에 출연한 가수들의 커버 무대로도 이따금 인사를 나눈다. 전국에 있는 수많은 커피숍 중 어느 업소에서는 지금도 분명히 누군가가 기타나 피아노로 연주한 버전이 흐르고 있을 것이다. 팝송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Hotel California'는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명곡이다.


노래는 단어 그대로 명작 대열에 든다.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으며, 1978년 열린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레코드" 부문을 수상했다. 명망 높은 매체들이 발표하는 "역대 최고의 노래" 리스트에는 'Hotel California'가 어김없이 자리 하나를 꿰찬다. "로큰롤 명예의 전당"이 선정한 "록의 형태를 만든 노래 500편"에도 들어가 있다. 수많은 록 마니아가 입을 모아 노래를 찬양한다. 미국 록 밴드 Eagles의 'Hotel California'는 대중과 평단이 합심해 지지하는 록의 명품이다.

밴드에게는 훈장과도 같은 노래가 실린 앨범 [Hotel California]가 지난 11월 24일 새 숨결을 얻고 다시 태어났다. 발매 40년을 기념하는 스페셜 에디션이다. 사실 앨범이 1976년에 출시됐기에 40주년이라는 타이틀을 단다면 작년에 나왔어야 한다. 1년 늦었다. 어쩌면 'Hotel California'를 싱글로 내보낸 해가 1977년이라서 발매 시기를 올해로 잡았는지 모르겠다.


배경이 어찌 됐든 이번 40주년 기념 앨범은 밴드의 팬들과 음악 애호가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흡족하게 다가올 듯하다. 수록곡들은 자축과 새 단장의 의미를 부여해 리마스터 음원으로 꾸려졌다. 물론 이전에도 리마스터 음반이 제작된 적이 있기 때문에 이 사항은 그리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1976년에 진행된 라이브 공연 음원을 추가함으로써 특별함을 확보했다. 앨범은 그 시절의 Eagles를 새롭게 마주하는 기분을 제공한다.

앨범을 얘기할 때 많은 사람이 1등으로 언급하는 것은 당연히 'Hotel California'다. 차트 성적도 좋았지만 음악적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싱글로는 두 번째로 커트된 'Hotel California'는 앨범의 들머리에 위치한다. 6분 30초에 달하는 비교적 긴 길이임에도 곡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대부분 뮤지션이 앨범의 첫 트랙은 간결한 노래를 배치하곤 한다. Eagles도 전작들에서는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멤버들이 'Hotel California'를 앞세웠던 것은 노래가 대중의 마음에 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음을 뜻한다.

기타 리프는 스산한 기운을 조성하며 청취자의 호기심을 붙잡아 둔다. 또한 선명한 멜로디를 지녀 몰입감을 높인다. 2분 넘게 진행되는 Don Felder와 Joe Walsh의 후반부 기타 솔로는 정서적으로는 우울함을 부연하며, 음악적으로는 화려함을 보강한다. 보컬을 담당한 Don Henley의 다소 허스키한 음성 덕에 노래는 또 한 번 쓸쓸함을 자아낸다. 노래를 구성하는 모든 인자가 음산한 물결을 만든다.


여러 해석을 낳은 가사도 어두운 분위기에 일조한다. 대마초 싹을 뜻하는 멕시코의 은어 "colitas"가 쓰였다는 점으로 약물중독에 대한 노래로 보는 사람도 있고, "언제든 체크아웃을 할 수 있지만 결코 떠날 수는 없어요."(You can check out any time you like, but you can never leave.)라는 부분에 착안해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한 형무소, 또는 정신병원에 대한 은유라고 주장하는 이도 존재한다. 두 추측 모두 무겁기는 매한가지다.

그런가 하면 "최고급 보석만 생각하는 그녀는 벤츠를 갖고 있었어요."(Her mind is Tiffany-twisted, she got the Mercedes bends.)라든가 호텔에서 투숙객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묘사한 가사를 두고 물질과 향락을 최고로 여기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라고 풀이한 사람도 많았다. 분분한 의견은 결국 가사를 쓴 Don Henley에 의해 정리됐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경제적으로는 큰 성장을 이뤘지만 정신적으로는 황폐한 미국 사회에 대한 풍자를 의도했다고 밝혔다. 결국 'Hotel California'를 메우는 대기는 허탈함과 비애감이다.

노래에는 의외로 아기자기한 면이 있다. 마지막 부분 "그들은 강철 칼로 찌르지만 야수는 죽지 않죠."(They stab it with their steely knives, but they just can't kill the beast.)라는 가사다. 여기 쓰인 단어 "steely"는 재즈 퓨전 밴드 Steely Dan을 넌지시 가리키는 것이다. Steely Dan은 1976년에 발표한 'Everything You Did'에서 "이글스 노래의 볼륨을 키워요. 이웃들이 듣고 있어요."(Turn up the Eagles, the neighbors are listening.)라며 Eagles를 선전했다. "steely"는 이에 대한 일종의 소소한 답례였다.


앨범의 히트곡은 'Hotel California'만이 아니다. 그보다 앞서 리드 싱글로 선보인 'New Kid In Town'이 1976년 연말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을 밟았다. 밴드 특유의 푸근한 사운드가 미국인들의 보편적 취향에 부합함을 확인한 순간이다. 여기에 Bernie Leadon의 밴조 연주가 곁들여졌다면 더욱 구수했을 텐데, 그의 탈퇴가 아쉽게 생각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때 그 대신 들어온 Joe Walsh의 해먼드오르간, 일렉트릭 피아노 연주로 노래는 다른 느낌의 온화함을 내보인다.

컨트리 록을 중심 장르로 견지해 온 Eagles는 1974년에 발표한 3집 [On The Border] 중 'James Dean'에서 하드록을 시도했다. 이듬해 낸 네 번째 앨범 [One Of These Nights]에서는 'Visions'로 재차 톤의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Hotel California]에 이르러서는 'Life In The Fast Lane'과 'Victim Of Love'로 하드록, 또는 이에 버금가는 거친 소리의 록 음악을 표현해 한 번 더 통쾌함을 선사한다. 이 두 노래는 음악적으로 변모하던 Eagles를 일러 주는 표식이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The Last Resort'는 싱글로 발매되지 않았음에도 음악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7분 25초에 달하는 긴 길이의 구성이지만 서정성과 장대함, 은은한 여운을 골고루 갖춘 알찬 연출로 귀를 뗄 수 없게 만든다. 차분한 곡과 달리 노랫말은 백인들이 인디언들을 몰아낸 역사, 편의와 욕망을 만족하기 위한 개발 등을 거론하며 미국서부개척시대, 아메리칸드림의 헛헛한 이면을 비판한다. 'Hotel California'와 같은 철학을 지닌 노래가 이번에는 마지막에 자리함으로써 앨범은 한층 유기적으로 느껴진다.


또 다른 수록곡 'Wasted Time'은 Eagles의 골수팬이 아니면 많은 이가 잘 모르는 비운의 명곡이라 할 만하다. 싱글로 커트되지 않았으며, 컴필레이션에도 1988년 출시된 [The Second Collection]에 처음 등장했다. 회복할 수 없는 관계에 대해 담담히 얘기하는 노래는 강약을 뚜렷하게 구분해 치는 도입부의 건반 연주부터 매력을 터뜨린다. 이어서 번갈아 추가되는 전기기타와 오르간은 화자의 심경을 부연해 준다. 후반부에 현악기와 코러스로 풍성한 소리를 구축하는 것도 장관이지만 'Wasted Time (Reprise)'로 테마를 반복함으로써 곡의 감동은 더 커진다. 가슴 절절해지는 로맨스 영화를 관람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콘서트 미공개 음원은 정말 근사한 보너스다. 40주년 기념 음반에는 1976년 10월 캘리포니아주의 실내경기장 포럼(The Forum)에서 부른 노래들이 깔끔한 음질로 실려 있다. 멤버들의 야무진 연주, 마치 음반을 듣는 것 같은 안정된 가창을 접하고 나면 Eagles가 최고의 밴드로 추앙받는 이유를 확실히 알게 될 듯하다. 'Take It Easy', 'One Of These Nights', 'Take It To The Limit' 등 [Hotel California] 이전의 히트곡들과 더불어 정식으로 출시되기 전의 'New Kid In Town'과 'Hotel California'를 라이브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이 기쁨을 증대한다.

40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앨범의 내용물은 결코 호락호락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귀에 잘 익는 선율, 튼실한 구조, 주변 세상에 대한 고찰, 은유와 비유는 물론 간간이 대화를 녹인 입체적인 화법 등 면면이 우수하다. 2001년까지 집계된 미국 내 판매량이 1천 6백만 이상이라는 사실은 앨범이 갖는 위대함에 대한 웅변이다. 이런 명작이 다듬어지고 확장돼서 나왔다. 캘리포니아 호텔의 재개장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덧글

  • 우굴루수 2017/12/19 11:01 # 삭제

    아마도 아래 오타요...

    Mercedes bends --> Mercedes-Benz
  • 한동윤 2017/12/19 11:29 #

    원래 가사는 저게 맞아요.
    오타가 아니라 애초에 말장난, 혹은 중의적 표현을 의도한 것이라고 해요.
  • 2018/03/12 18:4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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