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음악계 달군 기사들 원고의 나열

많은 사람이 브라운관 속 귀신에게 기꺼이 마음을 내줬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tvN에서 방송된 드라마 [도깨비]는 큰 사랑을 받으며 매회 10퍼센트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극 중 촬영지, 배우들의 대사와 패션은 연일 포털사이트의 검색어를 꿰찼다. 실로 열풍이었다.


드라마는 음원차트에도 위력을 뽐냈다. 찬열과 펀치가 함께한 '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를 비롯해 크러쉬의 '뷰티풀'(Beautiful), 소유의 '아이 미스 유'(I Miss You) 등 [도깨비] 사운드트랙들은 출시되는 족족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이 가운데 에일리가 부른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는 드라마가 종영한 뒤에도 여러 음원사이트의 차트 정상에 머물렀다. 에일리의 장기 집권은 레드벨벳의 '루키'(Rookie), 자이언티의 '노래' 등에 의해 마무리됐다.

매년 성실하게 논란거리를 생산하는 힙합은 올해도 여러 차례 잡음을 만들어 냈다. 스윙스는 2010년 동료 래퍼 비즈니즈의 '불편한 진실'에 참여해 故 최진실을 말장난 소재로 쓴 것이 고인의 딸 최준희에 의해 다시금 불거져 대중의 원성을 샀다. 창모는 2013년에 낸 '도프맨'(Dopeman)과 2014년에 발표한 '소녀'에서 각각 대구지하철화재참사를 언어유희의 재료로 사용하고 자신이 다닌 학교 여학생을 성욕 해소의 대상으로 묘사한 것이 알려지며 많은 이에게 지탄을 받았다.

힙합 신이 보여 준 추악함은 그것이 다가 아니다. 올해 초 Mnet [고등래퍼]에 출연한 자유한국당 의원 장제원의 아들 장용준은 성매매 시도와 친구와의 메신저 대화에서 보인 패륜아적 언행으로 많은 이를 경악하게 했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승을 거머쥔 양홍원은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사실이 퍼지며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았다. 2014년 Mnet [쇼 미 더 머니]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정상수는 올해 두 번 술집에서 난동을 부린 데 이어 음주운전 사고까지 일으키면서 제대로 자기 살을 깎아 먹었다. 이쯤 되니 양아치들이 힙합을 하는 것인지, 힙합을 하면 양아치가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2017년은 故 김광석의 이름이 가장 많이 거론된 해가 될 듯하다. 이상호 기자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김광석]은 김광석의 음악 인생뿐 아니라 미심쩍은 사망 배경을 다룬 점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영화가 개봉한 뒤 김광석의 부인 서해순은 본인에게 제기된 남편과 딸의 살해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유기치사와 사기 혐의로 김광석의 친형으로부터 고소당했다가 무혐의 판결을 받은 서해순은 이상호 기자와 친형을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서로 다른 주장을 내세운 사람들 사이에서 망자는 씁쓸하게 되뇌어지는 중이다.


방탄소년단은 그 어떤 가수들보다 기쁜 한 해를 보냈다. 이들은 올해 5월에 열린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등의 쟁쟁한 슈퍼스타들을 제치고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했다. 11월에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멋진 무대를 선보임으로써 전 세계 음악팬들에게 한 번 더 강한 인상을 남겼다. 미국의 전자음악 디제이 스티브 아오키(Steve Aoki)가 프로듀스한 '마이크 드롭'(MIC Drop)의 리믹스 버전은 2017년 12월 16일자 빌보드 싱글 차트 28위로 진입했다. 이전에 67위에 올랐던 본인들의 노래 'DNA'의 기록을 경신한 것. 케이팝의 화려한 흐름을 방탄소년단이 만들어 가고 있다.

(한동윤)
2017.12.19ㅣ주간경향 125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