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프리티 랩스타들의 당찬 걸음 (지민, 전소연, 미료, 케이시) 원고의 나열

음악 경연 프로그램은 출세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신인에게는 발전 가능성을 타진하는 실험장이며, 나아가 스타로 발돋움하는 구름판이 되기도 한다. 얼마간의 이력을 만들어 놓았지만 인지도가 부족한 이들에게는 재발견의 장이 돼 준다. 가수들이 경연 프로그램에 출사표를 던지는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2015년부터 세 번의 시즌을 개최한 [언프리티 랩스타]는 입신을 갈망하는 여성 래퍼들을 위한 자리로 위상을 확고히 했다. 많은 여성 래퍼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얻었고, 활동에 탄력을 받았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미료, AOA의 지민, R&B 가수 케이시, 이제 막 정식으로 가수 타이틀을 단 전소연 등은 동료들과의 대련을 통해 한층 성장했다. 이 랩 스타들은 프로그램 바깥에서도 당당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민 | 어머, 이 언니 할렐루야다
기쁘다. EXO의 시우민과 함께한 '야 하고 싶어' 이후 1년 반 만에 솔로 가수 지민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발표하는 솔로 싱글이라는 점도 반갑지만 신곡 '할렐루야 (Hallelujah)'는 온전히 지민의 목소리로만 이뤄진 첫 정식 개인 작품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욱 각별하게 여겨진다. 그녀는 물론 팬들도 설렐 일이다.

AOA로 무대에 설 때 앙증맞게 미소를 짓던 지민은 노래에서 찾아볼 수 없다. 본능적으로 끌리는 남자에게 다가갈까 말까 망설이면서도 도도한 태도는 유지하는 쿨한 여성이 나타난다. 지민 특유의 카랑카랑한 톤은 노래 속 여인이 풍기는 강건한 기운을 증대한다.

라틴 리듬의 반주는 이국적인 느낌을 형성하는 동시에 고혹적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해 준다. 노래를 들으면 중남미의 어느 술집에서 첫눈에 반해 사랑을 하게 되는 남녀의 모습이 그려진다. 라틴음악의 특성 덕에 '할렐루야 (Hallelujah)'는 내내 흥겨움도 분출한다.

그동안 래퍼로 경력을 다져 온 지민은 신곡에서 싱잉에 온전히 집중했다. 물론 이전 작품들에서도 이따금 노래를 부르곤 했으나 이렇게 박력을 내비친 적은 처음이라서 무척 새롭다. 또한 이번에는 작곡에도 참여해 기량의 범위를 넓혔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색다른 매력을 뽐내는 그녀, 찬양을 이끌어 낸다.


전소연 | 패기와 장기가 통통 튀는 루키
무대에 서기 전과 무대에 올랐을 때의 모습이 확연히 차이 난다. [프로듀스 101]에 출연했을 때 전소연은 다른 참가자들과 자신의 외모를 비교하면서 주눅 든 듯한 말을 하곤 했다. 하지만 공연에 나서면 남부럽잖은 생생한 에너지를 터뜨렸다. 천생 무대 체질이다.

몇 달 뒤 [언프리티 랩스타]에 출전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이도 많고 경력도 긴 선배들 틈에서 평상시에는 조신하게 있다가도 마이크만 쥐면 180도 돌변해 자신감 충만한 자세를 끄집어냈다.

단지 당돌함만 지닌 것이 아니다. 이야기를 잘 풀어내면서 라임을 꼼꼼하게 구성하는 등 래퍼로서의 자질이 선명하다. 또한 발음이 또박또박해서 전달력도 좋다. 두 번의 경연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실력은 명쾌하게 입증됐다.

전소연은 정식 데뷔곡 'Jelly'를 통해 재주와 성장을 함께 보여 준다. 나이에 어울리는 풋풋한 감성을 탄력적인 플로로 표출해 노래는 아기자기한 맛을 낸다. 여기에 작곡, 편곡에도 참여해 창작자로서 더 넓은 영토를 품었다. 아직 약관이 안 된 어린 나이이기에 이 같은 활동은 대견하게 느껴진다. 틀림없는 유망주다.


미료 | 여성 힙합 대들보의 반가운 컴백
어느덧 데뷔 20년을 향해 간다. 미료는 우리나라에 힙합 열풍을 일으킨 주역 중 하나인 허니 패밀리의 멤버로 2000년 음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때 활동은 찰나에 준했으나 브라운 아이드 걸스로 10년 넘게 활동하며 래퍼 커리어의 탑을 강고하게 쌓아 올렸다. 여성 래퍼 진영의 대들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장기간 축적한 가수 생활에는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개인 앨범이 다소 박했다는 점이다. 그룹 외에 동료 가수들과의 컬래버레이션도 활발히 이어 오긴 했지만 솔로 작품이 너무 적었다. 2012년에 낸 EP [MIRYO aka JOHONEY]와 2015년에 출시한 싱글 [Queen]이 미료의 이름만 내건 음반의 전부다. 허한 느낌이 들 만하다.

미료는 이달 14일 새 싱글 [DREAMS]를 발표해 그간의 섭섭함을 달랜다. 음반에 실은 노래는 'Freedom'과 'We Love' 두 편뿐이지만 곡의 분위기가 정반대인 데다가 래핑 스타일까지 달리해 알차게 다가온다. 또한 전반적으로 전과 다른 플로를 구사함으로써 참신함도 담보했다. 킬라그램과 윤종신의 참여는 다채로움과 각 노래의 정서를 보강해 줬다.

오랜만에 내놓는 솔로 작품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DREAMS]는 [DREAMS COME TRUE]라는 타이틀의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라고 한다. 앞으로 두 편이 더 남아 있는 것. 미료는 이 시리즈를 통해 꿈에 관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음악팬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타이트한 래핑에 펼쳐질 다음 작품이 벌써 궁금해진다.


케이시 | 랩, 노래 다 되는 재주꾼
케이시의 [언프리티 랩스타] 출정은 위태로움으로 시작했으나 낙관으로 매듭지어졌다. 첫 회에는 다른 출연자들의 실력과 기에 확실히 밀렸다. 하지만 미션에 임하면서 빠르게 안정을 찾았으며, 래핑 기량의 발전까지 보여 줬다. 비운의 첫 번째 탈락자가 되긴 했어도 시청자들에게는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이름을 알리고 음악팬들에게 호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는 [언프리티 랩스타] 출연을 성공적인 활동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살짝 아쉽기도 하다. 방송에서는 그녀의 재능 중 반만 보여 줬기 때문이다.

케이시는 랩도 하지만 노래도 한다. 그동안 낸 노래들에서 분량을 따진다면 사실 싱어에 더 가깝다. 노래를 부를 때에는 랩을 할 때와 다르게 목소리가 더없이 감미롭고 그윽해지는 것이 마치 야누스 같다. 대중의 일반적인 기호에 부합하는 음성 덕에 몇 편의 드라마 사운드트랙에도 참여했다.

래핑과 싱잉을 병행해 오던 케이시는 지난 8월에 출시한 '비야 와라 (Let It Rain)'에서 오롯이 싱어로 분했다. 이번에는 곡의 형식이 R&B가 아닌 팝 록이라서 가창에도 변화가 일었다. 보컬리스트로서 신선한 면모를 선보인 자리였다.

케이시는 변신의 여정을 한 번 더 잇는다. 이달 19일 발표한 신곡 '이 노랠 들어요'는 R&B 느낌이 어느 정도 있긴 하지만 팝의 색채가 무척 진하다. 음악에 따라 보컬 스타일도 확 바뀌었다. 래퍼 케이시, R&B 가수 케이시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서는 발라드 가수 케이시로 완벽히 분장했다.

곡에 잘 녹아든 케이시의 목소리는 노래의 온기를 높인다. 피아노가 리드하며, 현악기가 부드럽게 뒤를 받쳐 주는 '이 노랠 들어요'는 고된 일상에 지친 이들을 위로하는 가사로 이뤄져 있다. 차분함과 촉촉함을 겸비한 케이시의 음성은 메시지에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마치 친한 누나, 언니, 혹은 친구의 토닥거림 같다.

케이시는 지켜보는 맛이 있는 뮤지션이다. [언프리티 랩스타]에서의 활약도 볼만했지만 노래들로 가창의 발전을 수행하는 움직임도 매우 흥미롭다. 다음에는 또 어떤 새로움을 내올지 기대된다.

20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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