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무치 양현석 원고의 나열

방송 평에 대한 모니터링은 하나 보다. JTBC의 오디션 프로그램 [믹스나인]에서 양현석 대표가 꺼내는 말의 온도가 한결 따스해졌다. 초반에는 참가자들에게 막말과 조롱을 일삼아서 네티즌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이런저런 의견을 접수하고 자신의 표현이 지나쳤음을 깨달았는지 4회쯤 돼서는 과격한 언어가 쑥 수그러들었다. 순간순간 나타났던 성공한 이의 오만은 잠잠해지고 프로그램에 평온이 찾아왔다.

이는 자정작용이라고 할 만하다. 지원자의 약점과 상처를 꼬집어 악담을 퍼붓는 몰상식하고 저급한 행동도 존재했지만 자질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태로 나선 이들에게는 혹평이 가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회를 거듭하면서 기량이 확연히 달리는 초보자들은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시청자들의 투표가 큰 영향을 미치긴 하나 이제 다방면으로 출중하고 성장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하는 진짜배기만 남았다. 수준급 출전자들만 걸러졌으니 날 선 비평을 쏟을 일도 줄었다.



지난해 12월 24일 방송된 9회에서도 각 공연에 대한 양현석 대표의 평은 대체로 온화했다. 슈퍼주니어의 '너라고 (It's You)'를 부른 팀에는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그래도 잘 치렀다고 격려했다. 이날 무대에 선 팀 중 태양의 '링가 링가 (RINGA LINGA)'를 부른 팀에게는 특히 호평 일색이었다. 양현석 대표는 이들의 퍼포먼스를 평가하며 "마지막에 'Come Back Home' 안무를 넣어서 굉장히 센스 있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라고 극찬했다. 방송 초반과 지금 그의 말을 대조해 보면 프로그램 제목을 [믹스나인] 대신 [우리 현석이가 달라졌어요]로 지어도 무방하다.

안타깝게도 그 제목은 현실화되기 어렵다. 농담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양현석 대표의 언행이 여전히 무례한 탓이다. 그가 언급한 춤은 서태지와 아이들 4집 타이틀곡 'Come Back Home' 도입부에서 양현석이 팔로 둘레를 만들면 이주노가 원통을 빠져나가듯이 팔의 공간을 뚫는 동작을 가리킨다. 많은 음악팬이 'Come Back Home'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특징적인 그 동작은 원래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의 안무를 담당한 양현석의 창작물이 아니다. 따라서 양현석은 "'Come Back Home' 안무"라는 표현을 쓰지 말았어야 했다.

그 춤의 진짜 주인은 미국 힙합 듀오 큐오(Quo)다. 10대 초반, 중반의 청소년으로 구성된 이들은 1994년에 발표한 'Quo Funk' 뮤직비디오(뮤직비디오는 1995년 제작됐다.)에서 양현석 대표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Come Back Home' 안무"라고 말한 문제의 동작을 선보였다. 게다가 그 모션에 들어가기 전에 두 멤버가 취하는 스텝과 팔 모양이 'Come Back Home'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명백한 표절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Come Back Home' 후렴에서 양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그루브를 타는 몸짓은 뉴욕의 힙합 댄서 부다 스트레치(Buddha Stretch)가 결성한 언더그라운드 힙합 그룹 텐 시브즈(Ten Thieves)의 1995년 노래 'It Don't Matter' 뮤직비디오에서 줄기차게 나온다. 또한 'Come Back Home' 전반을 장식하는 탄력을 품은 제스처들은 모두 부다 스트레치가 속했던 댄싱 팀 몹 톱(Mop Top)이 했던 것들이다. 'Come Back Home' 안무는 명명백백 표절의 집합체다.

날로 먹은 소산물을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제목으로 칭하는 모습이 뻔뻔하기 짝이 없다. 양현석 대표는 [믹스나인] 3회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이름을 지은 사람을 죽여 버리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촌스러운 이름에 분개하던 그는 남의 춤을 베낀 것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태연했다. 세련되지 못한 작명 감각은 놀림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절도는 비웃음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사안의 경중을 시원하게 해탈한 후안무치함이 대단하다. 부와 명성이 양심에 초연하는 꼴불견을 우리는 보고 있다.

* 참고로 철이와 미애 출신의 미애와 박명호 등이 결성한 힙합 트리오 허니(Honey)가 1995년에 발표한 'X라는 아이'는 'Quo Funk'의 신시사이저 루프를 모방했다. 또한 1절 중 열세 마디부터 열여섯 마디의 플로는 'Quo Funk (Howie Tee Joint)' 버전의 한 파트를 통으로 따라 했다. 여기에 서태지와 아이들은 춤까지 훔쳤다. 'Quo Funk'는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장기적출을 당했다. 자랑스러운 역사다.


덧글

  • 2018/01/15 19:2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1/16 12:0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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