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ce, 30년이 지나도 건재한 펑키 그루브 원고의 나열

본명 프린스 로저스 넬슨(Prince Rogers Nelson), 미네소타가 배출한 최고의 R&B, 펑크(funk), 록 스타 프린스가 스물네 번째 정규 앨범 < Planet Earth >를 발표했다. 지천명을 코앞에 둔 나이에도 여전히 변함없는 외모는 명실 공히 성인 등급 '어린 왕자'다. 어디 바깥에 나타나는 것뿐이랴? 음악 스타일 역시 예전과 다르지 않아 지금도 계속해서 넘실거리고 나풀댄다. 이탈리아의 국민 래퍼 조바노띠(Jovanotti)의 노래 제목을 빌려 표현하자면, 이번 새 앨범 역시 그야말로 '펑키 그루브 (Funky Groove)'의 향연이다.

프린스를 아는 사람은 그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음담패설과 외설로 중무장한 희대의 소닉 웨폰 '섹스 폭격기'로? 어울리지 않게 스판 소재의 탑을 즐겨 입는 이상한 패션 취향을 지닌 사람 정도로? 혹은, 아티스트의 권익을 위해 투쟁하던 열혈 운동가로? (1993년 당시 프린스는 음반사의 착취에 대항하는 의미로 남녀의 생물학적 기호를 합성해 발음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애매한 '러브 심볼'로 자신의 이름을 바꾸는 객기 섞인 항의를 했고, 그를 소개하려면 '예전에 프린스라 불리던 아티스트'라고 길게 풀어 말해야 했다) 뭐, 그의 특징이 되는 사건이 워낙에 충격적이었던 탓에 이와 같은 모습들을 떠올린다 해도 당연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프린스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바로 프린스의 음악이 될 것이다. 그는 한 가지 형식에 매몰되지 않았다. 데뷔한 지 올해로 어느덧 30년이 흘렀건만 오랜 세월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힙 합, 록, 블루스, 뉴 웨이브, 재즈 등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독창적이고 폭넓은 음악 프리즘을 완성했기 때문이었다. 평단에서 다재다능한 멀티 인스트루멘틀리스트로서, 작곡가와 프로듀서로서 그의 천재성을 연일 찬송한 일은 결코 오견이거나 단발성 설레발이 아니었다. 게다가 타임(The Time), 배너티 식스(Vanity 6), 질 존스(Jill Jones), 아폴로니아(Apollonia) 등의 지지자로서도 활동 영역은 끝이 없어 보였다.

방대한 디스코그래피가 이를 증명한다. 그냥 양만 많기만 한 것이라면 무의미하겠지만 앨범 한 장, 한 장에 굳게 새겨 놓은 품질은 언제나 거의 수준 이상이었고 청취자들은 당연히 그의 음악에 만족했다. 1980년에 출시된 세 번째 앨범 < Dirty Mind >는 그에게 첫 명반의 수식을 달아준 작품으로 소울에서 변형한 발라드 형식, 펑크(Punk)와 펑크(Funk)를 종횡하는 리듬과 팝적인 멜로디를 통으로 섞어 흑백의 스타일이 함께 존재하는 앨범이었다. 그러한 감각적인 퓨전 양식을 < 1999 >에서 이어갔고 동명의 곡 '1999'를 비롯해 10분에 달하는 신시사이저 대작 'Automatic' 등을 히트시켰다. 그의 첫 번째 사운드트랙 앨범 < Purple Rain >에서는 발매되던 해 미국 내에서 싱글로서는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When Doves Cry'와 우김의 미학이 발휘된 프린스 최고의 레퍼토리 'Purple Rain', 전자 음악적인 성향과 팝 메탈을 교접한 'Let's Go Crazy' 등 다섯 곡을 히트시켰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The Most Beautiful Girl In The World'를 수록한 < The Gold Experience >, 근작 < Musicology >와 < 3121 >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솔로 뮤지션으로서 프린스나 그의 밴드 뉴 파워 제너레이션(New Power Generation)이 공동으로 제작한 음반들은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기름진 작품이 되었다.

앞서 살짝 이야기했듯이, 새 앨범 < Planet Earth >에는 30년이 지나도 생생한 특유의 펑키함과 운치 넘치는 쾌조의 그루브가 구석구석에 깔려있다. 앨범에서 처음으로 싱글 커트 된 'Guitar'는 활활 타는 듯 힘차게 달리는 록 비트가 노래에 차고 넘치는 에너지를 심어준다. U2의 'I Will Follow'에서 빌려와 피치를 조작한 기타 리프는 귓가에 시원하게 파고들며 간주와 곡의 말미에 등장하는 프린스의 기타 솔로는 전체적인 긴장감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아직 정식으로 프로모션 비디오가 나오지는 않은 상태이지만 공개된 영상에서는 프린스의 여성 댄서들인 트윈즈(The Twinz)가 그의 양옆에서 현란하게 춤사위를 선보이고 있어 노래의 경쾌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아가씨, 난 당신을 사랑해요 / 하지만 내 기타를 사랑하는 만큼은 아니죠'라고 반복하는 코러스는 여전한 여성 편력이 드러나면서도 뮤지션으로서 진실한 자기 고백이 동시에 느껴져 더욱 재밌게 들린다. 'Somewhere Here On Earth'는 마치 재즈 바에 온 듯한 기분 그 자체. 가성과 진성을 섞어가며 끈적끈적한 분위기를 연출하는가 하면, 뒤편에서 잔잔하게 울리는 색소폰 연주는 게슴츠레한 눈빛을 하고 누군가를 유혹하려는 이처럼 천천히 접근해 온다. 8월 초에 앨범의 두 번째 싱글로 출시될 예정인 'Chelsea Rodgers'는 아마 이번 음반에서 가장 펑키한 멋을 자랑하는 트랙일 것이다. 브라스 섹션이 신나게 울리며 연방 업 바운스를 유지하는 이 곡은 스카와 디스코를 절묘하게 혼합한 리듬에 보컬 쉘비 제이(Shelby J)의 우렁우렁한 음성이 더해져 타이트하면서도 청랭하다. 요즘 나오는 앨범들에 비하면 열 개의 수록곡이 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부드러운 곡도 골고루 대기한다. 'Future Baby Mama'는 수록곡 중 가장 감미로운 노래로 80년대 유행하던 발라드의 모양새를 닮아 올드 스쿨 세대들에게는 과거의 향수를 만끽하게 해 줄 것으로 보이며 'Mr. Goodnight'는 나지막한 톤의 랩으로 사랑을 속삭여줘 늦은 새벽에 잔잔하고 아름다운 정취를 선사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프린스의 팬이든 아니든 간에 이번 앨범을 듣는 사람은 이런 반응을 하지 않을까 싶다. 늘어질 틈 없는 오밀조밀한 리듬 구성과 선드러진 멜로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그의 능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거나 팝 음악 세상에 들어선지 30년째 되는 노장이 아닌 (조금 과장해서) 데뷔 3년차의 혈기왕성한 신인의 음반을 듣는 기분까지 들지도. < Planet Earth >는 가뿐함과 관능의 기운으로 가득 찬,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은 프린스의 무궁한 음악 세계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한동윤)

오이스트리트 2007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