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최후의 전쟁 (X-Men: The Last Stand, 2006) 스크린 상봉

이 영화를 보면 나도 이런 능력 하나만 있었으면 하는 유아적 바람을 자연스럽게 갖게 될 수밖에 없겠다.

몸속 깊숙이 쑤셔 박은 과도라고 하기엔 다소 과도한 칼날을 꺼내 맹공을 펼치는 애연가 로간, 프로 레슬러 언더테이커도 아니면서 안구 돌려 흰자 보이기 신공으로 기선 제압한 뒤 기상캐스터의 예보를 무색하게 만드는 스톰, 잠자리 이불에 방뇨한다는 어른들의 경고를 불사하며 불장난으로 모든 것을 불사지르는 파이로, 법원의 접근 금지 가처분 신청이 하릴없이 필요한 인 앤 아웃의 대표 단어 로그, 삐까뻔쩍 선글라스로 한껏 멋을 내 눈에서 번쩍번쩍 광선을 쏘아주시는 싸이클롭, 여성 래퍼 진 그레이(Jean Grae)와는 전혀 상관없으나 만유인력의 법칙 무참히 짓밟으며 모든 물체를 하늘 높이 들어올려 피 한 방울조차 튀지 않게 깔끔한 인수분해 능력을 보이시는 진 그레이(Jean Grey), 전창걸의 야심작 '공고 괴담' 주연으로 캐스팅될 만한 조짐을 보이는 제철과 합금, 금형의 달인 매그니토. 다들 훌륭한 개인기 하나씩 있다.

그러나...

얘는 뭔가?

(비행 연기에 너무 몰입해 주신 거 아냐?) 남들은 날개 없어도 잘만 날아다니는데 무슨 실버 호크(명대사 '날개 펴~.'가 생각났다.)도 아니고 큼지막한 날개를 꼭 펄럭이며 비행해야 하다니 너무 거추장한 능력을 타고 태어났다. 그래도 위안의 한 말씀 드리자면, 닭과 마찬가지로 날개는 있으나 날지 못하는 슬픈 위스퍼보단 낫잖아?

광고에서 보여주는 스케일 큼직한 액션은 사실 광고에서 보여주는 것이 전부다.

또 한 번 그러나...

액션이 별로 없어 실망스럽긴 하지만 이 영화는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의 숭고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뮤턴트들은 뮤턴트(Mutant)의 '난 항상 혼자다 (1994)'를 BGM으로 깔아야 할 정도로 슬프고 외로운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이들의 오드(odd)한 모습을 보통 사람들은 오드드하게 바라보고 있다. 관료들은 이들에게 치료를 받아 인간들의 울타리에 들어올 것을 권고하지만 뮤턴트도 모습이 조금 다를 뿐이지 똑같은 사람 아니던가? 엑스멘의 뮤턴트들은 사람들의 삐딱한 시선이 격리해낸 고통받는 이방인인 셈이다. 조금씩은 다를지언정 동성애자, 장애인, 혼혈인 모두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며 행복하게 더불어 살아야 할 고귀한 존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