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ye West - Graduation 원고의 나열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가 미국 정상급 힙합 뮤지션으로, 걸출한 팝 스타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이 그의 뛰어난 음악적 재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캐주얼이나 세미 정장을 입으면서 기존에 봐오던 래퍼들과는 다른 말끔한 이미지를 부각시켰으며 여러 사건을 통해서도 지지 기반과 지명도를 넓혀나갔다. 2002년 일어난 교통사고로 턱에 철사를 심은 일과 재작년 미국을 강타한 폭풍 카트리나 참사와 관련해 생방송 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퍼부은 일례, MTV 유럽 어워드에서 무대에 난입한 것도 일정 부분 그의 인기 곡선을 올려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올해도 일련의 마케팅 전략만큼은 계속된다. 일본을 대표하는 팝 아티스트 다카시 무라카미(Takashi Murakami)가 신보의 커버 디자인을 맡으며 힙합 팬들의 관심을 증폭시킨 것, 데뷔 때부터 사용해오던 곰돌이 캐릭터가 하나의 작품으로서 새로운 힘을 얻게 되었다. 더불어 같은 날인 9월 11일 새 앨범을 공개하는 갱스터 래퍼 피프티 센트(50 Cent)와의 대결구도도 인기 상승에 한몫했다. 둘은 최근 '누가 힙합의 왕이 될까?'라는 제목으로 롤링스톤 지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으며, "만약 카니예 웨스트의 3집이 내 앨범보다 많이 팔리면 더 이상 솔로 음반을 내지 않겠다."라는 피프티 센트의 과감한 선언으로 말미암아 그는 물론 카니예 웨스트까지 덩달아 세간의 집중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엔 언론의 띄워 주기나 색다른 꾸미기와 선전(본인이 의도한 바든 아니든)에만 성공한 듯하다. 그가 온전히 발휘해도 부족할 작가적 역량은 < Graduation >에서 그보다 먼저 졸업해버렸다.

카니예 웨스트를 줄곧 따라다니는 '최고의'란 반영구적 수사를 안겨준 < The College Dropout >(2004)과 < Late Registration >(2005)에서 선보인 발군의 프로듀싱 감각과 중독성 만연한 비트의 공세는 좀체 나타나질 않는다. 나름대로 독창성을 품은 라임 연출마저도 맛을 잃어 맥쩍게 느껴진다. 수록곡들의 반주는 텁텁하며 랩마저도 활기가 사라져 전작들과 비등한 칭찬과 스포트라이트를 적중시키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9월 셋째 주 현재 빌보드 싱글 차트 2위에 랭크된 'Stronger'도 특별한 재미가 없다.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히트곡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를 샘플로 사용한 이 곡은 원곡의 리믹스 버전 중 하나였던 넵튠즈(The Neptunes) 믹스보다도 침울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단지 무겁고 탁하기만 할 뿐, 패럴(Pharrell Williams)과 채드(Chad Hugo)가 적출한 밑바닥부터 끌어 오르는 특유의 그루브를 발견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네덜란드 출신의 프로듀서 겸 믹싱 디제이 DJ 샌드스톰(DJ SandStorm)이 2003년에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와 에미넴(Eminem)의 'Without Me'를 블렌딩한 비공식 곡과 비교했을 때 신선도는 영점에 가깝다. 래핑은 감정을 살려 리듬감 있게 전개하지만 전체 반주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못하는 느낌, 마치 물과 기름의 이뤄질 수 없는 부둥켜안음을 보는 것 같다.

애틀랜타의 프로듀서 DJ 툼프(DJ Toomp)와 공동으로 프로듀싱한 첫 싱글 'Can't Tell Me Nothing'은 그 뮤직비디오 배경처럼 황량하며, 'Drunk And Hot Girls'나 'Barry Bonds'도 '이거 정말 카니예 웨스트가 만든 거 맞아?'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이전에 과시한 재기 발랄함과는 멀찍이 거리를 둔 상태다. 흥미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침잠하며 졸음이 바로 쏟아져도 전혀 이상할 것 없게 루즈하다.

물론 그를 좋아하는 팬들을 만족하게 해줄 매무새 단정한 음악도 존재한다. 록 그룹 스틸리 댄(Steely Dan)의 'Kid Charlemagne'(1976)을 차용한 'Champion'은 쉼 없이 쏟아내는 래핑과 그윽하게 깔리는 전자음, 'Did you realize / That you were a champion in their eyes'의 반복되는 가사로 전체적인 유연성을 곱절로 늘려줘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듣고 싶은 곡을 만들어냈다. 또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는 R&B 보컬리스트 티 페인(T-Pain)이 피처링한 'Good Life'도 카니예 특유의 칩멍크와 남부 힙합의 잘게 자르고 비트는 기술을 고루 사용함으로써 최신 트렌드에 맞게 깔끔한 사운드를 선보이며, 신시사이저의 배열이 나긋나긋한 대기를 형성하는 'Flashing Lights', 자신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일축하고자하는 심정이 배어나는 올드 스쿨 풍의 곡 'Everything I Am'으로 그나마 명성에 맞는 태(態)를 내고 있다.

눈에 띄게 음악적 발전을 이루거나 앞의 두 작품에 준하는 특기를 드러내지 못한 점을 그는 매체의 도움과 부대 뉴스로 메운다. 결국,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앨범이 높은 판매량을 보이는 것 모두 그간 쌓아온 이름값으로 비칠 수 있는 상황. 한창 일로매진(一路邁進)할 시기에 다시 한 번 치고 나가지 못한 게 아쉽다. 이럴 때 재수강이 필요하다.

2007/09 한동윤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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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정준모 2007/12/19 22:51 # 삭제 답글

    저는 big brother 가 그냥 귀에 감기더라구요.
  • 한솔로 2007/12/20 14:10 # 답글

    서울 명문 K대의 그 정준모? (혹시 동명이인일까봐 함부로 말 못하겠음;)
  • 정준모 2007/12/22 02:15 # 삭제 답글

    저도 디카 마련하면 이글루 하려고요.
  • 한솔로 2007/12/23 12:49 # 답글

    오~ 그렇구나. 근데 디카를 마련하면 블로그를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애. (어디까지나 사진은 잘 찍었는데 업로드가 너무 귀찮게 느껴질 경우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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